미운 여름 날씨 [이코노 헬스]
무더운 여름, ‘온도차·장마·더위’로 고역
삼복더위 어떻게 대응해야 건강 지킬까
[김상욱 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여름은 미워할 수 없지만 여름 날씨엔 문제가 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과 비슷하다면 비슷하겠다. 휴가에 대한 설렘, 피서지에서 즐기는 물놀이 등 여름 자체엔 죄가 없지만, 장마철부터 이어져 온 궂은 날씨, 험한 날씨는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듯하다.
여름 날씨는 최소 세 번에 걸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선 에어컨이다. 실내 온도가 25℃를 상회하면 건물 냉방을 하기 시작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겐 고역인 부분이다. 아직 그다지 덥지 않은데 무슨 찬바람이란 말인가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급격한 온도 변화는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 그래도 환절기 일교차가 큰데, 20℃ 초중반의 실내와 30℃를 훌쩍 넘는 실외를 오가다 보면 몸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흐트러트리는 탓이다.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혈액순환이 느려질 수 있고 체온도 들쑥날쑥해지면서 면역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요즘 냉방병이나 감기 환자가 늘어난 이유다. 멘탈 관리도 자연스레 어려워진다.
‘에어컨 켜는 날씨’가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는 희소식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장마 직전 병원을 찾은 내담자 A씨가 그랬다. 30대 커리어 우먼인 그는 올해 여름이 특히 괴롭다고 했다. 에어컨을 끼고 지내다 3주 동안 앓아누운 탓이다. 독감인 줄 알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였다고 했다.
에어컨을 끼고 살았던 이유라면 주변 눈치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더위를 많이 타는데 주변에서 놀려서 힘들다고 A씨는 토로했다. 땀이 줄줄 흐르고 일할 의욕은 계속 떨어지는데 주변 가족이나 동료까지 ‘넌 또 더위 타냐’고 놀리면 우울해진다는 얘기다. '에어컨의 아버지' 윌리스 캐리어도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 더위가 주는 시련이 '냉방병' 정도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여름 날씨가 주는 시련은 아직 두 차례 더 남았다. 환절기 에어컨에 적응을 마치려 하면 보통 장마가 시작된다. 장대비가 몰아치면 아무리 큰 우산을 써도 바짓가랑이와 구두 속 양말이 흠뻑 젖는다. 게다가 비를 몰고 오는 구름도 어려움을 키운다. 낮에 햇빛을 쐐야 밤에 신체가 멜라토닌을 만들어 잠에 쉽게 들 수 있기 때문에 생체 시계도 방해를 받아 수면에 지장이 초래된다.
장마 전선이 저기압을 따라 형성된다는 점도 신체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저기압에 관절액이 팽창하면서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부을 수 있다. 저기압이 히스타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늘리면서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독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지인에게 “왜 이렇게 몸 상태가 저기압이야?”라고 묻는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축축하고 궂은 날씨에 몸까지 쑤시면 마음 컨디션에도 난조가 올 수 있다. 장마철에는 에어컨을 활용해 집안 습기를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냉방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에어컨을 마음 놓고 켜기도 어렵다. 지난달 병원을 찾은 60대 B씨가 그랬다. 폭우 탓에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데 에어컨을 틀지 못해 집 안은 덥고 습하다고 했다. 몸이 쑤셔서 일을 못 하니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니 무기력감에 우울해져 잠만 자고 있다고 B씨는 하소연했다.
장마 다음엔 ‘최종 보스’가 등장할 차례다. 삼복더위다. 장마는 끝났는데 습도는 그대로, 낮 기온은 40℃ 가까이 치솟는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도 문제다. 더운데 습하기까지 하니 불쾌함이 하늘을 찌른다. 내담자 중에서도 “녹아내릴 것 같다”, “기진맥진해서 쓰러질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2020년 체감온도를 산출하기 전까지 괜히 여름철 불쾌지수를 따로 산출했던 게 아니다.
삼복더위, 스스로 ‘정신적 노력’ 필요
8월 들어 찾아온 삼복더위도 문제지만, 앞으로 찾아올 더위는 더 큰 문제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기후 과학자 피터 칼무스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해 여름이 남은 생에서 가장 서늘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여름은 올해보다 더 더워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강릉에선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열대야(밤 최저기온 31.4℃)를 기록했다. 낮 기온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아 보인다. 여주 자동기상관측장비에 최고 기온 40℃가 찍히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2018년 여름보다도 올해가 더 더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추측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점은 날씨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단군 신화처럼 풍백, 우사, 운사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심신 건강을 위해 날씨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날씨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좋건 싫건 받아들여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다행이라면 인간에게도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온도 변화, 장마, 무더위에 대비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고 있다. 먼저 물리적인 대비가 가능하다. 급격한 실내외 온도 변화엔 카디건과 여벌 옷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장마엔 장화와 우비에 소염진통제로, 찜통더위엔 손풍기와 목걸이형 차가운 넥밴드로 몸을 추스를 수 있다.
물리적인 대비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심리적 대비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만약 날씨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평소 가슴이 시리고 몸에 냉감이 심해 더위 따위는 전혀 걱정을 안 한다는 40대 내담자 C씨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자기 암시가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선책은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날씨가 궂으니 내가 컨디션이 떨어지는구나”라고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모른다면 문제를 해결할 힘조차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주변 사람들이 제 컨디션을 유지해야 주변인 사이에 있는 나 자신도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동료·가족·친구가 장마·더위로 고생하는구나”라고 알아차린다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황 참작은 해줄 수 있다. 날씨는 나쁠지언정 컨디션은 나빠지지 않도록 모두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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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날씨는 최소 세 번에 걸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선 에어컨이다. 실내 온도가 25℃를 상회하면 건물 냉방을 하기 시작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겐 고역인 부분이다. 아직 그다지 덥지 않은데 무슨 찬바람이란 말인가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급격한 온도 변화는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 그래도 환절기 일교차가 큰데, 20℃ 초중반의 실내와 30℃를 훌쩍 넘는 실외를 오가다 보면 몸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흐트러트리는 탓이다.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혈액순환이 느려질 수 있고 체온도 들쑥날쑥해지면서 면역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요즘 냉방병이나 감기 환자가 늘어난 이유다. 멘탈 관리도 자연스레 어려워진다.
‘에어컨 켜는 날씨’가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는 희소식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장마 직전 병원을 찾은 내담자 A씨가 그랬다. 30대 커리어 우먼인 그는 올해 여름이 특히 괴롭다고 했다. 에어컨을 끼고 지내다 3주 동안 앓아누운 탓이다. 독감인 줄 알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였다고 했다.
에어컨을 끼고 살았던 이유라면 주변 눈치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더위를 많이 타는데 주변에서 놀려서 힘들다고 A씨는 토로했다. 땀이 줄줄 흐르고 일할 의욕은 계속 떨어지는데 주변 가족이나 동료까지 ‘넌 또 더위 타냐’고 놀리면 우울해진다는 얘기다. '에어컨의 아버지' 윌리스 캐리어도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 더위가 주는 시련이 '냉방병' 정도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여름 날씨가 주는 시련은 아직 두 차례 더 남았다. 환절기 에어컨에 적응을 마치려 하면 보통 장마가 시작된다. 장대비가 몰아치면 아무리 큰 우산을 써도 바짓가랑이와 구두 속 양말이 흠뻑 젖는다. 게다가 비를 몰고 오는 구름도 어려움을 키운다. 낮에 햇빛을 쐐야 밤에 신체가 멜라토닌을 만들어 잠에 쉽게 들 수 있기 때문에 생체 시계도 방해를 받아 수면에 지장이 초래된다.
장마 전선이 저기압을 따라 형성된다는 점도 신체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저기압에 관절액이 팽창하면서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부을 수 있다. 저기압이 히스타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늘리면서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독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지인에게 “왜 이렇게 몸 상태가 저기압이야?”라고 묻는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축축하고 궂은 날씨에 몸까지 쑤시면 마음 컨디션에도 난조가 올 수 있다. 장마철에는 에어컨을 활용해 집안 습기를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냉방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에어컨을 마음 놓고 켜기도 어렵다. 지난달 병원을 찾은 60대 B씨가 그랬다. 폭우 탓에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데 에어컨을 틀지 못해 집 안은 덥고 습하다고 했다. 몸이 쑤셔서 일을 못 하니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니 무기력감에 우울해져 잠만 자고 있다고 B씨는 하소연했다.
장마 다음엔 ‘최종 보스’가 등장할 차례다. 삼복더위다. 장마는 끝났는데 습도는 그대로, 낮 기온은 40℃ 가까이 치솟는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도 문제다. 더운데 습하기까지 하니 불쾌함이 하늘을 찌른다. 내담자 중에서도 “녹아내릴 것 같다”, “기진맥진해서 쓰러질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2020년 체감온도를 산출하기 전까지 괜히 여름철 불쾌지수를 따로 산출했던 게 아니다.
삼복더위, 스스로 ‘정신적 노력’ 필요
8월 들어 찾아온 삼복더위도 문제지만, 앞으로 찾아올 더위는 더 큰 문제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기후 과학자 피터 칼무스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해 여름이 남은 생에서 가장 서늘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여름은 올해보다 더 더워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강릉에선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열대야(밤 최저기온 31.4℃)를 기록했다. 낮 기온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아 보인다. 여주 자동기상관측장비에 최고 기온 40℃가 찍히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2018년 여름보다도 올해가 더 더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추측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점은 날씨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단군 신화처럼 풍백, 우사, 운사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심신 건강을 위해 날씨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날씨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좋건 싫건 받아들여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다행이라면 인간에게도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온도 변화, 장마, 무더위에 대비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고 있다. 먼저 물리적인 대비가 가능하다. 급격한 실내외 온도 변화엔 카디건과 여벌 옷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장마엔 장화와 우비에 소염진통제로, 찜통더위엔 손풍기와 목걸이형 차가운 넥밴드로 몸을 추스를 수 있다.
물리적인 대비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심리적 대비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만약 날씨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평소 가슴이 시리고 몸에 냉감이 심해 더위 따위는 전혀 걱정을 안 한다는 40대 내담자 C씨처럼 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자기 암시가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선책은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날씨가 궂으니 내가 컨디션이 떨어지는구나”라고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모른다면 문제를 해결할 힘조차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주변 사람들이 제 컨디션을 유지해야 주변인 사이에 있는 나 자신도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동료·가족·친구가 장마·더위로 고생하는구나”라고 알아차린다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황 참작은 해줄 수 있다. 날씨는 나쁠지언정 컨디션은 나빠지지 않도록 모두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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