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호주머니서 ‘펑’…레바논 ‘삐삐’ 폭발에 대혼란
최소 9명 숨지고 2750명 다쳐
쏟아지는 환자에 병원도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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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가방이나 호주머니, 혹은 손에 있던 호출기가 폭탄으로 변해 터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주민들은 공포에 질렸다. 한순간에 눈과 손을 잃은 환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병원들은 아수라장이 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했다.
폭발로 최소 9명이 숨지고 2750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발표했다. NYT는 레바논 보건부 장관을 인용해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삐삐’로 불리며 널리 쓰였던 무선호출기는 간단한 문자 메시지와 전화번호를 수신하는 통신기기다. 헤즈볼라는 휴대전화가 위치추적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최근 몇 달간 호출기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폭발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헤즈볼라 당국자들에 따르면 폭발 직전 호출기에는 헤즈볼라 지도부가 보낸 메시지로 보이는 알림이 떴다고 NYT는 전했다. 이 알림은 그러나 지도부의 메시지가 아닌 폭발을 활성화하는 신호였고, 곧이어 수백 대의 호출기들이 폭발했다.
이날 레바논의 한 가게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과일 등을 사고 있던 한 남성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호출기가 터지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폭발이 주로 발생한 베이루트 남부 교외 주민들은 주변에서 갑자기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은 폭발음이 들린 뒤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고 전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손이나 얼굴, 복부를 다쳤으며 열 손가락을 모두 잃거나 두 눈이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쏟아지는 환자에 병원들은 거의 마비됐다. 늦은 밤까지도 병원 밖에는 초조하게 경과를 기다리는 환자 가족들로 장사진을 이뤘으며 의사가 부족해지자 인근 수의사와 약사, 치과의사들까지 치료에 동원됐다.
레바논 남부 도시 시돈의 병원들을 찾은 한 의사는 눈을 다친 환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이들을 치료할 안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NYT에 전했다. 레바논 전역의 적십자사 사무소에는 치료에 필요한 피를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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