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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투사도 못 피한 부동산 PF '먹구름'…증권사, 자구책 마련 ‘안간힘’

[부동산 부실 공포]①
중소형사 넘어 대형사도 PF 부실 확대 우려
증권업계 약 3조3000억원 규모 PEF 조성 대응

여의도 증권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역대급 실적을 낸 일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신용도 전망도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덜기 위해 자체적으로 펀드를 조성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는 등 리스크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변곡점 맞은 PF, 업권별 충당금 방어벽은 얼마나 견고한가’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의 PF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2023년 하반기 이후 빠르게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말까지 증권사의 PF익스포져의 고정이하비중은 3%, 요주의이하비중은 7%였으나 2023년 말 고정이하비중은 10%, 요주의이하비중은 23%로 저하됐다.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는 고정이하비중 12%, 요주의이하비중 31%로 PF익스포저의 부실화 정도가 건전성 지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금융기관의 여신은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5단계로 나뉜다.

한신평은 “각 증권사는 신규 사업성 평가가 적용되기 이전부터 건전성 분류 기준을 강화하면서 전반적인 사업성 저하를 건전성에 반영해 왔다”며 “또한 1차 평가 대상 이외 전체 사업장에 대해서 사업성 평가를 선제적으로 적용해 건전성 지표에 반영한 회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결과 2024년 6월 말 기준 전체 브릿지론 잔액의 약 49%가 요주의이하로 분류돼 있고, 본PF의 약 28%가 요주의이하로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부연했다.

올 들어 증권사 PF 부실 리스크가 더욱 깊어지면서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소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들 역시 부동산발 신용 리스크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신평사는 국내 일부 종투사 신용등급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종투사도 부동산 익스포저↑…증권사 자체 펀드 조성

종투사도 못 피한 부동산 PF '먹구름'…증권사, 자구책 마련 ‘안간힘’

무디스는 9월 20일(현지 시각)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지만, 리스크도 큰 국내 부동산 PF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익스포저는 과거 동종업계 대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과 위험 감수 수준을 높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S&P글로벌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선순위 또는 안정성이 담보된 사업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이 워낙 PF를 많이 하던 회사기 때문에 단순 익스포저 규모로 비교하면 숫자가 튀어 보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내역을 뜯어보면 위험하다 볼 수 있는 사업장 규모는 크지 않다”며 “더구나 이에 대비한 충당금은 이미 작년에 선제적으로 적립해 둔 상태라 뭔가 새로운 리스크가 발발한 상황은 아니며, 이는 대형 증권사들도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덜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을 위해 내년까지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할 계획이다.

개별 증권사들이 위탁운용사(GP)로 참여해 자체 조성하고 운용하는 구조다. 증권사 자체 자금과 기관투자자 등 다수 펀드 출자자(LP)의 참여로 펀드가 조성된다. 증권사의 자금 투입 규모는 6000억원 정도다. 

조성된 펀드자금은 PF 사업장의 ▲대출채권 매입 ▲신규사업장 PF 대출 ▲부실채권(NPL) 투자 등에 활용된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는 재구조화 및 정리를,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에는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연착륙 대책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정부는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종투사가 신규 공급하는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위험 값을 완화했다. 또한 재구조화와 관련해 금융사의 손실 면책 특례 조치 등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아울러 증권업계는 지난 2022년 말부터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프로그램을 내년 2월 말까지 연장했다. 종투사 9개 사가 4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이 프로그램은 증권사 PF-ABCP의 유동성을 보완해 단기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펀드 조성을 통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연착륙 대책에 동참한다”며 “강화된 기준에 맞춰 각 사업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는 등 사후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말 금리 인하 시 부동산 PF 위험이 축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PF 시장 정상화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이 이제 살짝 돌아 서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그런 단계까지는 안 왔다”며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계속 나오는 등 여기서 더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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