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한강 작가가 자신이 동인으로 활동하는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mook誌)에 글을 기고 했다. 해당 글은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돌아본 짧은 산문으로, 노벨문학상 발표 후 나온 처음 발표된 글이다.

온라인 동인 무크지 ‘보풀’은 지난 15일 저녁 발행한 제3호 레터에서 한강이 작성한 ‘깃털’이라는 짧은 글을 소개했다. 이번 호의 주제는 ‘새’ 였는데, 한강은 ‘보풀 사전’ 코너에 ‘깃털’이라는 제목의 산문을 실었다. 분량은 약 900자가 넘는다.

한강 작가는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어린 시절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어주던 외할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면서 “내가 한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이라고 적었다.

이어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 (중략)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등으로 외할머니를 추억했다.

외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내려간 밤도 떠올렸다. 한강 작가는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라고 묻고는 작가의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외할머니의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며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 같이 심장 속으로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보풀은 ▲뮤지션 이햇빛 ▲사진가 전명은 ▲전시기획자 최희승 ▲한강 작가가 등이 모인 4인의 동인 ‘보푸라기’가 모여 뉴스레터 형식으로 발행하는 무크지다.

보풀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에서 “보푸라기 동인 한강은 소설을 쓴다. 가볍고 부드러운 것들에 이끌여 작은 잡지 ‘보풀’을 상상하게 됐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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