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美대선 판도...흔들리는 국내 자동차·배터리업계
[해리스 vs 트럼프] ②
해리스 부통령·트럼프 전 대통령 공약 갈려
국내 자동차·배터리업계 美 대선 영향 불가피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미국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5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자리’를 두고 맞붙는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진영,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진영이다. ·
이들의 경쟁에 덩달아 국내 산업계도 긴장한다.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국내 자동차·배터리 산업에 끼칠 영향이 달라지는 이유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동차·배터리 시장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 차를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 대선 결과에 따른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어쩔 수 없이 미 대선 돌풍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이다.
폐지 혹은 유지...‘IRA’ 주목하는 배터리 업계
가장 큰 쟁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다. IRA는 지난 2022년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IRA 법안에 서명한 뒤 발효됐다. IRA는 ▲태양광·풍력 발전, 배터리 ▲전기차 ▲핵심광물 등에 대한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포함하고 있다.
IRA 발효 당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IRA의 세부 조항인 AMPC에 주목했다. AMPC에는 기업이 배터리와 같은 친환경에너지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 할 경우 미국 정부는 해당 기업의 투자금을 보조금으로 일부 돌려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배터리의 경우 셀과 모듈은 킬로와트시(kWh)당 각각 35달러와 1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미국 공장을 많이 가동하면 할수록 더 많은 세액을 공제 받는 구조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현지 대규모를 투자를 통해 생산 거점을 넓혀나간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대표적인 AMPC 수혜 기업이다.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 LG에너지솔루션이 IRA에 따른 AMPC로 받은 수혜액은 4660억원에 달한다.
SK온의 AMPC 규모는 지난 1분기 385억원에서 2분기 1119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SK온이 이달부터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에서 현대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면서 AMPC 수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아직까지 북미 배터리 셀 생산 기지가 없다. 다만 연내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 가동을 시작할 경우 AMPC 수혜 폭이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업계는 내년 삼성 SDI의 AMPC 수혜 규모를 80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3사의 높은 AMPC 의존도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지를, 해리스 부통령은 IRA 현행 유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IRA에 촉각을 곤두세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사실상 미 대선 결과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셈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해리스가 집권할 경우 주요 배터리 기업의 미국 내 생산·투자 확대에 기여한 AMPC가 해리스 행정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친환경에너지 분야 지원 강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고려했을 때 AMPC의 축소 혹은 폐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8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IRA 세액공제의 전면 폐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요동치는 美 대선, 떨고 있는 전기차
자동차 업계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해있다. 특히 전기차가 치명적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해리스와 트럼프 양 진영 공약 간 가장 큰 차이는 ‘전기차 관련 보조금’과 ‘환경 규제’다. 이들은 이 두 가지 공약에서 대립하고 있다.
먼저 해리스는 IRA 전기차 구매 및 제조 보조금을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는 전기차가 미국 자동차산업과 경제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정부지원 축소 및 폐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평균연비규제(CAFE)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CAFE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요구하는 연비 기준으로, 연비를 높여 석유 소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오는 2031년까지 자동차 평균 연비 목표치를 연료 1갤런(약 3.78L)를 사용해 50.4마일(약 81.1km) 주행으로 설정했다.
승용차의 경우 2027년도 신차부터 평균 연비 기준(CAFE)이 연 2% 인상되며, 소형 트럭의 경우 2029년도 신차부터 연2% 상향돼 최종적으로 2031년에 경상용차의 평균 연비가 갤런당 약 50.4mpg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CAFE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는 벌금을 물게 된다. 다만, CAFE 기준이 점차 엄격해짐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만으로는 그 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전기차 전환 촉진 수단 중 하나인 셈이다. 해리스는 CAFE를 점진적으로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이를 최소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폐지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관세에서도 양 진영의 입장은 대립했다. 해리스는 주요국에 대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트럼프는 미국 외 생산 차량에 최대 100% 관세 등 높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환 속도가 늦어져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다양한 기술적 대응 병행이 필요하다”며 “국내 자동차 기업 주도로 공급망 다변화 및 국내 생산 기반 강화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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