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움직임에 ‘울고·웃는’ 韓 철강업계...4분기에 불황 끝나나
중국산 철강재로 몸살 앓은 철강업계
中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반사 이익 효과 기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4분기에 국내 철강업계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근래 중국 정부는 여러 차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한 철강 가격의 상승과 건설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철강업계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시장 평균 전망치)는 매출액 5조8069억원, 영업이익 10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7.58%, 53% 감소한 수치다.
포스코홀딩스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포스코홀딩스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8조6000억원, 영업이익 814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4%, 31.9% 줄어들었다.
중국에 울고
그간 국내 철강 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다. 중국 철강업계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재고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결국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표적인 경쟁 품목은 후판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주로 선박 제조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쓰인다. 중국산 후판의 수입가는 톤(t)당 70만원대다. 국내 생산 후판 가격보다 10~20만원 가량 낮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후판 공습이 뼈아픈 이유다.
후판을 많이 사용하는 곳은 조선업계다. 후판은 통상 선박 1척당 원가 비율에서 20% 이상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조선사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후판 가격 협상은 매번 치열하다. 양측 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은 상·하반기 각 1회씩 이뤄지는데, 늘 ‘가격 문제’로 인해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112만t으로 전년 대비 73% 올랐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t에 달한다. 지난 2021년 31만2000t 수준이던 중국산 후판이 대거 국내에 수입된 셈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으로 인해 수출에 타격을 입자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제소를 받아들여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반덤핑은 국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내 판매 가격·생산비보다 싼 가격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덤핑 상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무역 규제 조치다. 주로 국내 산업의 보호를 목적으로 이뤄진다. 반덤핑 조사 결과 덤핑 혐의가 입증될 경우 저가 중국산 후판에는 덤핑 방지 목적의 반덤핑 관세가 붙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이 끼칠 철강업계의 부정적 영향은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며 “정부의 반덤핑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웃고
좋지 않은 시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3분기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근거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중국 철강 가격 상승 ▲건설 수요 회복 기대감 등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3분기를 끝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들 중 국내 철강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은 ‘인프라 투자 확대’와 ‘부동산 부문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고속철도·에너지·수로 등 기초 인프라 투자에 나섬과 동시에 주택 프로젝트 제공 신용대출을 확대 투입할 방침이다.
이번 중국 정부의 결정은 국내 철강업계 반등 전망에 단초가 됐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중국 내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경우, 중국은 자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철강 수출을 줄이게 된다. 즉, 중국제 철강이 글로벌 시장에서 감소하게 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목표 성장률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시행에 따라 철강산업은 장기 회복 사이클 초입에 입성할 전망”이라며 “중국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규제 완화는 주택 재고 해소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철강 산업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내 대부분 주요 시장에서 건설 활동이 축소 됐는데, 특히 미국·유럽연합(EU)·일본·한국 등과 같은 지역에서의 철강 수요 감소가 두드러졌다”며 “다만 내년부터 금융 여건이 완화됨에 따라 주요 국가들의 건설 시장 회복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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