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본 확충을 위한 채권 발행 일정이 중단됐다. 29일 국토교통부와 HUG에 따르면 HUG는 이날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절차를 중단했다. 

HUG는 전날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날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할 계획이었지만 금융당국이 ‘관계부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작업을 중단했다.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던 이유는 전세사기 등 잇따른 보증 사고로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등을 이유로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위변제액은 올해 1∼9월에만 3조22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HUG가 집주인에게 회수한 금액의 비율은 올해 1∼8월 기준 8% 수준이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3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자본을 확충할 경우 ‘정부가 전세대출을 확대하려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HUG의 보증 한도가 자본금과 연동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손실이 누적돼 자본금이 줄면 전세보증 한도도 줄어 보증 가입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당초 HUG의 보증 한도는 자본금의 70배였으나 지난해 법을 개정해 90배로 늘렸고, 법정 자본금은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