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면 어떤 준비를…[가봤어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아시아의 한국인 2024’ 열려
싱가포르·베트남 시장의 특성 알 수 있는 기회…”철저한 시장 분석 필요”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한국 스타트업의 화두 중 하나는 글로벌 진출이다.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으로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늘어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사례 및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스타트업 지원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2019년부터 매년 여는 ‘아시아의 한국인’이 올해도 10월 31일 열렸다. 올해는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와 신흥 시장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현황 및 과제를 다뤘다.
첫 번째 강연자는 ‘글로벌 혁신 허브, 싱가포르 스타트업 트렌드’라는 주제로 정재혁 이에스인베스터 대표가 맡았다. 정 대표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역내 벤처투자시장은 위축됐지만, 드라이 파우더(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는 여전히 풍부하다”면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처럼 투자 기준은 스타트업의 성장보다 수익성이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에 대해 “아세안 내 작지만 부유하고 똑똑한 강소국가”라며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이자 벤처투자 허브로 도약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하면 얻을 수 있는 혜택으로 ‘높은 밸류에이션’과 ‘글로벌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가능성’ 등을 꼽았다. 정 대표는 “다만 시장 규모가 작아서 테스트 베드 역할만 할 수 있는 곳이고, 개발자 등의 우수한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는 스타트업의 테스트 베드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정준 에스 이노베이션 대표는 스타트업 ‘베어 로보틱스’가 테스트 베드를 찾아 싱가포르에 진출한 과정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영어만으로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나중에 큰 장점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세금 혜택 등이 있어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좋은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좋은 인재를 뽑는 게 어렵고 연봉이 높다는 게 싱가포르의 단점이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은 파트너십을 만들고 진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인건비나 운영비가 한국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기억하고, 싱가포르를 거쳐 큰 시장으로 빨리 확장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세션의 마지막은 조준호 클라이원트 대표가 맡아서 10년 동안 경험한 싱가포르의 속살을 공유했다. 조 대표는 창이 국제공항과 소셜트리 계약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현지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우습게 보면 돈 받기가 매우 힘들어진다”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얻은 성과 덕분에 중국과 홍콩 등에 진출했다”면서 “신뢰할만한 파트너사를 발굴하는 게 해외 진출할 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세션이 끝난 후 안태현 로드스타터 대표가 진행하는 패널 토크가 열렸다. 싱가포르 투자 현황 및 한국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 대한 현황 등을 이야기했다. 정재혁 대표는 “싱가포르에도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는 주 목적의 펀드가 있다”면서 “펀드도 싱가포르에 있가 싱가포르에도 있지만,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오늘의집과 선박 스타트업 등이 싱가포르에 있는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 같다. 아직은 사례가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와 한국 고객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조 대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만 계약서를 쓸 때는 꼼꼼하게 작성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면…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플랜에 집중
이어진 베트남 세션에는 스타트업 투자사인 넥스트랜스의 채승호 상무와 김혜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팀장, 이재원 그린굿스 대표가 베트남 진출에 대해 설명했다.
채 상무는 ‘베트남 진출은 현지에서 다시 창업이다’는 주제로 베트남에 도전하는 어려움과 극복기를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은 1억명이 넘는 인구로 매년 6~7% 고속성장하는 국가”라며 “하지만 단기적인 불안한 정세로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조금 시간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규모 투자를 받은 기업은 핀테크 기업들이 많고, 헬스케어와 교육 분야가 투자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채 상무는 베트남에서 도전할 수 있는 분야로 반도체·신약·헬스케어·농산업을 꼽았다. 해외 진출에서 지켜야 할 4가지로 ‘시장 파악’ ‘창업자 진출’ ‘비용 현지화’ ‘단기적 성과 기대하지 않기’ 등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원 팀장은 KOICA의 혁신적 개발협력 프로그램(DIP)를 소개하면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KOICA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KOICA는 초기기업을 위한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과 중소·대기업을 위한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공여기관과 재단을 위한 ‘혁신적 파트너십 프로그램’(IPS)도 있다.
이재원 대표는 팜 테크 기업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린굿스는 ‘라오스의 하림’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며,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인터넷 선도기업, 투자기관, 창업보육기관, 관련 협회와 미디어 등 총 50여 개의 단체가 함께 만든 민관 협력 네트워크로 2014년 출범한 사단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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