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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바다’에서 저 넓은 ‘하늘’로...호르가 딕슨의 날갯짓

[여기는 모로코]②
호르가 딕슨 워터드리머 대표 인터뷰
수상 보트 사업 중 운명처럼 다가온 열기구
열기구 사업으로 독일과 모로코 상공 누벼

호르가 딕슨 워터드리머 대표가 열기구에 열기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 워터드리머]
[모로코(마라케시)=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독일 하늘은 좁다. 이제 모로코 하늘도 같이 누빈다. 열기구 탑승객들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는 호르가 딕슨(holger dirxen) 워터드리머(Wasserträumer) 대표의 날갯짓이다. 워터드리머는 독일에서 수상 보트를 만들고 판매하는 업체다. 운영 기간만 30년이 넘는다. 바다를 달리는 수상보트 업체 대표는 어떻게, 무슨 연유로 하늘에 닿았을까.

지난 28일(현지시각) 오전 6시 모로코 마라케시 팔메레 열기구 비행장에서 호르가 딕슨을 만났다. 승객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는 이륙을 앞두고 분주했다. 프로판 가스 버너를 살펴보다가도, 열기구에 달린 로프는 문제가 없는지 끊임없이 살폈다. 분주한 시선의 끝에는 늘 승객이 있었다. 바쁜 와중 미소는 항시 유지했는데, 한눈에 봐도 숙련된 조종수였다.

그의 조종복은 빛바랜 노란색을 띤다. 오른쪽 가슴 상단에는 주황색 명찰이 달려있는데, ‘캡틴(Capt.) 호르가’가 자랑스레 박혀있다. 캡틴. 주조종사이자, 선장 혹은 최종 책임자라는 뜻이다. 그 칭호에 걸맞은 막중한 책임이 호르가 딕슨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는 이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한 채로, 긴 세월 하늘을 누비고 있다.

호르가 딕슨의 조종복에 달려 있는 명찰. [사진 박세진 기자]
드넓은 바다 누비던 워터드리머, 하늘에 닿다

‘사랑하면 닮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머나먼 독일에서도 통하는 모양이다. 호르가딕슨의 가족은 모두 비행(飛行)한다. 그와 같이 그의 아내도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이 있다. 그의 아들은 항공기 조종사가 꿈이다. 말 그대로 비행 가족이다.

비행 가족의 가장 호르가 딕슨이 처음 비행을 접한 계기도 독특하다. 당시 그는 수상 보트를 만들고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중 이었는데, 이를 광고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열기구다. 그는 수상 보트를 광고하기 위해 처음 열기구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열기구에 워터드리머의 로고와 전화번호를 새겨넣고, 하늘에 띄우는 방식으로 수상 보트 업체를 알리기 시작했다.

호르가 딕슨 워터드리머 대표는 “수상 보트 광고 수단으로 열기구를 샀고, 이를 하늘에 띄어 올렸다. 열기구를 한번 띄울 때 마다 최소 5번의 전화를 받게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그는 “슬프게도 문의 전화는 수상 보트 구매가 아닌, 열기구 탑승 문의가 주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수상 보트 판매 증진’이라는 그의 기대와 달리 정작 열기구 탑승 문의가 빗발쳤다. 뜻밖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그를 하늘로 인도하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그의 두 번째 사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열기구 사업은 성행했다. 날이 갈수록 열기구를 탑승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늘어나는 승객을 보며 호르가 딕슨의 생각은 많아졌다. 이를 정리 하기 위해 아내와 상의했다. 긴 논의 끝에 두 번째 열기구를 구매했는데, 현재 그가 보유한 열기구는 6대에 달한다. 모든 열기구에는 ‘워터드리머’ 광고가 적혀있다.

그는 “워터드리머라는 사업체를 광고하기 위해 샀던 열기구에 대한 인기가 커지자 아내와의 논의 끝에 열기구 기단을 확대하게 됐다”며 “그렇게 두 번째 사업이 시작됐는데, 지금은 사실상 주력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독일의 한 마을에 위치한 운동장에서 워터드리머 광고 열기구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 워터드리머]
5000번 비행 마친 베테랑...첫째는 안전·둘째는 행복

열기구 사업을 시작하게된 계기와 달리 이 사업을 대하는 태도는 확고했다. 5000번이 넘는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수상보트 사업에 이어 열기구 사업을 영위중인 그는 돈도, 명예도 아닌 오롯이 안전만을 강조했다. 승객의 행복은 그 다음이었다.

‘열기구 비행은 자연과 함께하는 일이다’. 그의 철학이다. 호르가 딕슨은 자연과 가까이 지내면서도, 선을 지켰다. 펼쳐진 자연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때론 비와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등 적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탓에 그는 늘 대자연 앞에 겸손하다. 

호르가 딕슨은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절대 이륙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날 괜히 속이 좋지 않아도 이륙하지 않을 만큼 안전을 최우선점에 두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팀원들과도 안전에 관한 훈련은 꾸준히 하는데, 혹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침착과 냉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조종사가 잘 훈련돼 있으면 승객들도 이를 느끼고 편안해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자가 호르가 딕슨이 조종하는 열기구를 탔을 때도 불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상공에서 다른 열기구가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도, 저 멀리서 바람이 불어와도 그는 단 한번도 동요하지 않았다. 되려 능숙하게 조종하는 모습을 보며 기자는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비행을 마친 후 기자에게 인사를 건내는 호르가 딕슨. [사진 박세진 기자]
가장 설랬던 첫 비행...“독자 여러분, 꿈꾸는 모든 걸 행하길”

숱한 공중전을 겪어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비행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그가 내린 답은 ‘첫 비행’이다. 교관이 옆에서 세심하게 알려주던 훈련생과 달리 정식 조종사로서의 첫 비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다.

호르가 딕슨은 “첫 비행은 가족과 함께했다. 당시 부모님과 아내가 탑승해 하늘을 누볐다. 과거 훈련생때는 교관이 옆에서 친절히 설명해줬지만, 정식 조종사가 된 이후 부터는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극도로 집중했다”며 “이 순간이 5000번이 넘는 비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발자국은 모로코 마라케시의 하늘 전역을 누비는 것이다. 현재 마라케시는 사막 위에서만 열기구를 탈 수 있는데, 먼 훗날 열기구를 타고 마라케시 전체 상공을 누비는 것이 그의 목표이자 꿈이다.

인터뷰를 끝으로 그가 한국 독자에게 전한 말도 뜻깊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살라고 조언했다. 이어 고난과 역경이 찾아와도 멈추지 말고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본인의 꿈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라는 것이다.

호르가 딕슨은 “본인이 가진 꿈을 늘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며 “열기구 비행을 하고 싶다면, 열기구를 타고, 바다를 항해 하고 싶다면 배를 타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삶을 살고, 멈추지 말고, 그냥 나아가라. 꿈꾸는 모든 것을 하길 바란다. 인생은 단 한번이니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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