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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교감 없었던 ‘비자 면제’...中의 숨겨진 ‘세 가지’ 의도

[빗장 푸는 中]③
경제·외교·정치 고려한 ‘비자 면제’ 결정
韓, 잠재 된 위험 요인 대비책 마련해야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 연합뉴스]

[박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 교수]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으로 발표했다. 한중 수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의 30번째 무비자 대상국이 됐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겉으로 드러난 목적과 안으로 갈무리된 부분이 달라 보인다.

외교 관례에 따르면 비자 면제 조치는 국가 간 협상을 거쳐 상호 면제 형태로 시행된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은 한국 정부와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여전히 비자를 받아야 하는 국가로 분류돼 있다는 점도 이번 조치의 배경이 단순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의도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경제 회복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 경제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외국인 방문을 늘리기 위해 비자 면제를 시행했다고 본다. 

한국은 중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혀 한국인 관광객의 유입을 통해 경제 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소비 효과 외에도 중국 내 호텔 등 숙박 시설과 면세점, 소매점에 대한 투자 증가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외교적 신호다. 이번 비자 면제 조치에서 한국이 포함되고 미국과 일본이 제외된 점이 주목된다. 이는 중국이 한미일 협력 구도를 견제하고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나타낸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으로 밀착하고 있어,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한반도 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셋째는 정치적 맥락이다. 최근 한국인이 간첩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같은 안보 문제로 인해 한국 내 반중 여론이 확산할 것을 우려해 이를 완화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물론 중국은 이 사건과 비자 면제 조치 간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여행산업 전문 글로벌 웹 매거진 스키프트(Skift),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 등 미국 시각을 보더라도 비슷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체들은 전문가 진단을 인용해 중국이 한미일 가운데 한국만을 비자 면제 대상에 포함해 3국 협력 구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하며, 한국을 미국과 일본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또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기가 펄럭이는 모습. [사진 EPA/연합뉴스]

관광수지 악화·정치외교적 리스크 대비해야

이번 비자 면제 조치는 우리나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리스크 요인도 잠재된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 및 항공 산업에서 특히 그렇다. 

국내 한 대형 여행사에 따르면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비자 면제 조치 발효 이후 일주일 만에 전달 같은 기간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성장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돼 업계는 중국이 지난해 12월 비자 발급 수수료를 25% 인하했을 때를 능가하는 '여행 특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양국 간 인적 교류가 증가하면 문화 콘텐츠 교류와 관련 투자가 활성화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 청년이나 대학생 교류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긍정적일 것이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중국 내 공장이나 협력사를 더 자주 방문할 수 있게 돼 생산 과정의 관리와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IT 업계는 중국 내 기술 시장을 더욱 쉽게 탐색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대중국 관광수지 적자가 추세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방문 붐은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은데, 중국에서 지출하는 한국인 여행객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한국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 하락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면세점들은 최근 질적 및 양적 경쟁력을 급속히 키워가고 있다. 특히 중국 남부의 휴양지인 하이난다오(海南道) 같은 지역은 앞으로 중국의 내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 관광객들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하이난다오는 현재로서는 외국 일반인 관광객에게 '핫 플레이스'가 아니지만, 앞으로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곳은 중국의 1개 성으로, 인구 1200만 명에 비해 연간 방문객이 9000만명을 넘는 인기 관광지다. 

섬 전체가 면세 지역이자 자유무역지대라는 점에서 향후 관광 수요가 매우 크다. 하이난다오 방문객의 1회 면세 한도는 10만 위안(한화 약 2000만원)이나 돼 한국 면세점과는 이미 몸집 경쟁에서 크게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조치가 양국 간 지속적인 인적 교류 증가로 이어진다면 서비스업과 프랜차이즈 등의 상호 진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관련 업계가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여건이 개선되겠지만 동시에 탕후루나 마라탕 같은 중국의 파워 브랜드를 한국에 더 많이 들어와 국내 업계에 압력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측은 한국이 중국과 추진 중인 FTA 2단계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에서 복잡한 전략적 판단을 요구한다. 중국의 비자 면제 조치는 한국과 중국 간 정치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도전 과제와 잠재적인 리스크도 동반하고 있다. 한국은 외교적 및 산업적 대응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며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산업 협력 분야에선 관광 및 문화 교류를 지렛대로 삼아 한중 간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마련하여 기업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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