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 이후 들려온 ‘이 소식’…삼성전자 ‘구원투수’ 될까 [이코노株인공]
엔비디아 HBM 납품 승인 ‘촉각’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돼야” 신중론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가 반등하나 싶었지만 근본적인 위기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다리고 있는 '이 소식'에 주가가 모처럼 들썩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소식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황 CEO는 23일(현지시간)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블룸버그TV와 만나 “현재 삼성전자 5세대 HBM(HBM3E) 8단·12단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엔비디아에 HBM 납품 기대감이 커지며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26일 오전 한때 1.04% 오른 5만 8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5만 8000원대를 회복한 건 지난 4일 이후 17거래일 만이다. 지난 25일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3.39% 오르며 5만 7900원에 장을 마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북미 고객사의 HBM3E 품질 검증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4분기부터 HBME3 8단 제품이 본격 출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8단 제품에 대한 수급이 타이트해진 상황이며 북미 고객사(엔비디아) 입장에선 공급사 다변화가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삼성전자 측은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고객사는 엔비디아일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황 CEO는 최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 시리즈의 주요 협력사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TSMC 등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지만 삼성전자는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엔비디아의 매출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 납품이 삼성전자를 위기에서 구해주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란 시각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올 3분기(8~10월) 351억 8000만 달러(약 49조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94%로 지난 1분기(262%)와 2분기(122%)와 비교해 현저히 낮아졌다.
자사주 매입 등 주가부양 노력…반도체 부문 재편 가능성도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때 8만 원대를 기록하며 ‘10만 전자’ 고지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에 대한 확실한 소식이 들여오지 않는 가운데,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9900원으로 마감해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내려앉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 부양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1년간 10조 원(시가총액 대비 2.8%)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14일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3개월간 장내 매수를 통해 1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소각에 나설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보통주 2조6827억원(5014만4628주), 우선주 3172억원(691만2036주) 등 총 3조원 규모다. 전체 유통주식수의 약 0.84%에 해당한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15~16일 2거래일간 14% 넘게 올랐다. 다만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선 ▲메모리 업황 개선 ▲HBM 기술 개선 ▲기술 경쟁력 회복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부문 회복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려면 근본적인 경쟁력이 제고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 회복에 대한 신중한 입장도 제기된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보다 6개월 앞서 움직인다”며 “업황 둔화 우려를 반영해 지난 8월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내년 하반기는 돼야 추세적 반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르면 27일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 회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적 부진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예고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우 일부 사업부장의 교체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은 전날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 저희가 맞이하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51조 원, 2022년 43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업황 악화로 반도체 부문에서 15조 원 가량 적자가 나며 영업이익이 6조5 670억 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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