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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면 맞은 한미家 경영권 분쟁…‘형제연합’에 촉각 [이슈+]

임종윤, 신동국 회장·라데팡스 등에 지분 매각
모녀 측 우호 지분 확대…형제 측 행보에 촉각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사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형제 측이자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모녀 측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의 축이 모녀 측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은 임 이사와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모녀 측은 임 이사가 보유한 지분 5%를 매입해,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거버넌스)를 안정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전문경영인을 통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모녀 측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지분 3%인 205만1747주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킬링턴유한회사를 통해 지분 2%인 136만7831주를 임 이사로부터 각각 인수한다. 이를 통해 임 이사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기존 11.79%에서 6.79%로 줄어든다. 주당 매각 가격은 3만7000원이며, 거래 종결 예정일은 2025년 1월 27일이다.

모녀 측 관계자는 “이번 합의와 협력, 화합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고 한미약품그룹의 거버넌스를 빠르게 안정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은 하나의 방향성으로 ‘세계적인 한미’(글로벌 한미)를 향해 지속해서 발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주주가치를 낮춘 오버행(잠재적 주식 대량 매도) 우려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모녀 측 우호 지분 확대

형제 측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 공시와 관련해 “형님이 다툼만 해서 안 되겠다는 답답함에 (매각을) 결심했다고 알렸다”라며 “형님과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지분 매각이 임 이사의 단독 결정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로써 임 이사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사실상 ‘형제연합’에서 이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형제연합이 와해하면 한미약품그룹의 오랜 분쟁도 모녀 측 승리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녀 측과 이들에게 우호적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이달 23일 기준 49.42%다. 여기에 임 이사의 매각 지분 5%가 더해지면, 모녀 측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다. 주주총회(주총)에서 특별결의된 안건을 가결할 힘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모녀 측과 형제 측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2025년 3월 정기 주총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이 대결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미약품은 현재 한미사이언스가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회 구도는 모녀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모녀 측이 다소 우세하다. 표 대결에서 모녀 측이 승리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한미家 경영권 분쟁 해 넘길까

임종윤(왼쪽)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 한미약품그룹]

다만 임 이사가 지분 매각과 별개로 한미사이언스 이사로서 임 대표와 뜻을 함께하면 경영권 분쟁이 2025년 3월 정기 주총까지 이어질 수 있다. 상속세 문제로 촉발한 가족의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갈등은 앞서 모녀 측이 화학기업인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며 불거졌다. 모녀 측은 통합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상속세 재원 확보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당시 형제 측은 모녀 측이 사실상 다른 기업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넘긴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올해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모녀 측이 라데팡스파트너스를 비롯한 제3자와 손잡기 시작하며 이들의 갈등은 더 심화했다.

가족의 갈등은 모녀와 형제는 물론 양측 인사를 향한 고소·고발로도 이어졌다. 올해 11월 형제 측이 송 회장을 연달아 고발했다.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은 모두 20여 건에 달한다. 현재도 11건의 고소·고발이 진행되고 있다. 주로 형제 측이 모녀 측을 상대로 제기한 것들이다. 임 대표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회사를 통해서가 아닌, 개인이 직접 고소·고발에 나서기도 했다.

‘형제연합’ 향방은

임 이사가 모녀 측에 지분 일부를 매각한 만큼 모녀 측과 임 대표 측으로 대결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앞두고 임 이사와 임 대표가 의견을 합치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임 이사는 분쟁이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임시 주총의 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임시 주총이 임박한 시점에선 모녀 측과 접촉해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 이달 19일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선 모녀 측이 사실상 형제 측과의 표 대결에서 완승했다. 형제 측은 모녀 측 박 대표와 신 회장을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몰아내기 위해 임시 주총을 소집했으나, 해당 안건은 주주 반대로 모두 부결됐다. 한미약품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고, 의결권 자문사들은 임시 주총에 앞서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을 해임해야 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변수는 임 이사와 임 대표의 형제연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다. 임 이사가 지분 매각 이후에도 임 대표에 힘을 싣는다면 2025년 3월까지는 모녀 측과 형제 측이 지속해서 갈등하게 된다. 이때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모녀 측 이사 3명의 임기가, 한미약품 주총에서 1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형제 측은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실제 임 대표도 2026년에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이사회를 모두 개편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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