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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에스프레소 프랜차이즈' 천국이 됐나[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에스프레소의 경제학과 韓 프랜차이즈 산업의 역사
스벅 이후 투썸·할리스 등 등장...스페셜티-저가 경쟁 치열 전망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직원이 머그컵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 에스프레소는 얇게 분쇄한 7그램(g)의 커피를 9기압의 압력으로 25밀리(㎖) 내외의 양으로 25초 동안 추출해 데미타세(작은 커피잔) 잔에 제공하는 강렬한 질감과 임팩트를 가진 소량의 커피를 의미한다.

1938년 밀라노의 지오바니 가찌아가 고온수 기반의 레버 에스프레소 머신을 상용화한 후 황금색 크레마와 견과류, 초콜릿 향미, 진득한 질감을 지닌 에스프레소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국민 커피로 자리 잡았다. 

韓 커피 프랜차이즈의 역사

1987년 뉴욕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 하워드 슐츠는 에스프레소의 개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에 주목했다. 그래서 미국 서부 시애틀의 오래된 커피 업체 '스타벅스'를 인수해 에스프레소 기반의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를 창업했다.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에 온수를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신선한 브루잉 커피로 포장하고, ▲우유를 더한 카페라테, ▲바리스타의 기술이 돋보이는 카푸치노, ▲시럽을 첨가한 캐러멜 마키아토, RTD(Ready-to-Drink) 병음료인 프라푸치노까지 출시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에스프레소 기반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이 가장 먼저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을 준비했으나,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로 잠시 유보됐다. 당시 신세계 소속으로 스타벅스 코리아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던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 1세대 기업인 故 강훈 씨는 에스프레소 기반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의 발전을 확신하고, 한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커피 회사 '할리스 커피'를 창업했다.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스타벅스 이대 1호점 전경. [사진 연합뉴스]
한편 할리스 커피의 동업자는 '탐앤탐스 커피'를 설립했다. 그는 바로 김도균 현 탐앤탐스 커피 대표다. 이후 스타벅스가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오픈하며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강훈 씨가 할리스 커피를 매각하고 '카페베네'를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연예계 인맥을 활용해 카페베네의 PPL(간접광고) 마케팅을 크게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카페베네와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 기반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양대 산맥이 되며 커피 산업 1세대를 이끌었다. 

스타벅스와 카페베네의 성장 과정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에스프레소 기반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들의 각축장이 됐다. 다른 국가의 커피 산업이 밀크커피 중심의 바리스타 테크닉을 강조했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한국의 커피 문화는 바리스타들을 빠르게 교육시키며 신규 업체들의 진입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다.

사세 확대에 전념하던 카페베네는 강훈 씨의 이탈 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강훈 씨 역시 본업이 아닌 주스 프랜차이즈 '망고식스'를 창업하며 급격한 몰락을 경험했다. 카페베네와 망고식스의 실패는 전국의 수많은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야기됐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사례로 꼽힌다.

치열한 커피업계, 향후 전망도 어렵다

국내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 프랜차이즈는 롯데의 '엔제리너스', CJ의 '투썸플레이스', 매일유업이 호주 바리스타 챔피언을 영입해 시작한 '폴바셋' 등이 가세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롯데 계열의 유통망을 활용한 엔제리너스는 품질 이슈로 고전하며 초반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소비재 강자 CJ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투썸플레이스는 홍콩계 자본을 거쳐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으로 매각됐다. 또한 유제품 회사 매일유업의 폴바셋은 아이스 카페라테가 큰 인기를 끌긴 했지만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 2차전의 승자는 은행원 출신이 창업한 '이디야 커피'가 됐다. 2001년 출범한 이디야 커피는 당시 고급화 트렌드와 달리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공격적으로 운영하며 저가 커피 시장의 서막을 열었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커피 산업은 스페셜티 커피와 저가 커피로 양분화된 분위기다. 스타벅스가 스페셜티 커피 산업과 경쟁 중이고, 초저가 커피 3인방(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의 성장과 커피 지수 상승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1위 스타벅스는 2021년 2조3856억원(영업이익율 10%), 2022년 2조5940억원(4.7%), 2023년 2조9295억원(4.8%)을 기록했다.

2위 투썸플레이스는 2021년 4117억원(9%), 2022년 4285억원(5.1%), 2023년 4801억원(5.4%)을 기록했다. 독자적인 시장을 장악한 폴바셋은 2021년 1075억원(6.5%), 2022년 1200억원(4.6%), 2023년 1300억원(4.6%)이다. 저가 커피의 원조 이디야 커피는 2021년 2433억원(7.8%), 2022년 2500억(3%), 2023년 2778억(3%)을 기록했다.

초저가 커피 업체의 매출액은 상세자료가 없다. 다만 2022년 메가커피가 매출액 3684억원, 영업이익률 18.8%를 기록하며 업계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위의 수치들을 보면 스타벅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율의 쌍끌이 하락이 우려된다. 투썸플레이스는 사모펀드의 매수 이후 성장세의 둔화, 카페라테에 특화된 폴바셋은 확장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원조 저가 커피의 상징인 이디야커피의 성장세 둔화와 이익률 정체 역시 눈에 띈다. 초저가 커피 업체들은 급격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생두 가격이 역대급으로 치솟으며 우려가 커진다. 실제 컴포즈커피를 매수한 졸리비 그룹은 패닉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가까이 에스프레소 왕국의 선두 자리를 지켜온 스타벅스는 이제 스페셜티 커피 산업과 치열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 또 초저가 커피 업체들은 생두 가격의 폭등 앞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커피업계는 향후 어떠한 성장 동력이 이 산업을 변화시킬지 한치 앞을 예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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