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생산성 美보다 낮은 이유는...한은 금통위원 “비효율적 인재 배치 문제”
美 재능, 韓 연공서열·학연·지연 위주
“고용 유연화·임금 체계 재정비 필요”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이 미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것은 인재 풀(Pool)을 잘못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나이, 학연, 지연, 혈연 등에 묶여 있는 한국 문화 아래에선 인재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9일 한국은행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노동 생산성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6% 수준으로 독일(96%), 프랑스(90%) 등 서구권 국가는 물론 일본(58%)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위원은 이에 대해 “같은 인재를 갖고 배치와 배분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적자원을 배분할 때 재능 위주로 인력을 배치하지만 한국은 연공과 서열·학연·지연·혈연 등을 중심으로 정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결국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른 자원 배치의 문제가 있다”며 “일은 잘하지만 차별받는 동료를 밀어주고, 능력 있는 사람을 중요한 곳에 쓰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직된 기업 문화도 생산성 저하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의 에릭 해너색(Eric Hanushek) 박사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아니(No)’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강하다"며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혁신을 저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과·능력 중심 지향..노동시장 개혁 필요”
장 위원은 “실제로 국내 기업에서는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추진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상사의 승인이 없으면 실행이 어렵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부족해 도전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실패를 통해 학습 과정을 기업 성장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데,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결국 기업의 혁신 속도를 늦추고 결과적으로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장 위원은 이에 대해 성과 중심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기업 문화와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노동 생산성 저하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 경제는 단순한 성장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 생산성을 저해하는 기존의 제약을 극복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정년 연장을 논의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고용제도의 유연화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은 “경기 확장기 생산과 고용을 5% 정도 늘리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며 “미국의 경우 연령별 중위 근속 연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한국은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에 따른 중장년 근로자 조기 퇴직 유도 등에 중년 이후 고용 안정성이 급락한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용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고용시장이 경직돼있기 때문에 첫 직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대학을 늦게 졸업하는 청년들이 늘었다”며 “고용시장이 유연해진다면 청년 고용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도 ‘한 번 뽑으면 끝까지 가야한다’는 인식 때문에 공채가 줄고 경력 채용을 늘어 청년 고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정책에 따른 집값 문제와 가계부채 영향 등 현안도 언급했다. 장 위원은 “자본이 부동산으로 가게 되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고, 지난해 금리 결정 때도 강남 부동산 고삐가 풀릴까 우려했다”며 “‘부동산 불패를 한번 깨자’는 농담도 할 정도로 자원 배분 측면에서 유의하고 있고, 최근 금융안정 측면에서 강남 3구 집값이 거래가 많아지면서 오르고 있는데, 상당히 주의 깊게 지켜봐야 될 것”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하와 관련해선 “금리인하 사이클은 시작됐고 인하 속도에 있어서는 물가안정 목표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하를 고려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집값이나 가계부채 우려가 나온다면 지난해처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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