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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성공습관 >> 따뜻한 한마디가 인연 만든다

도전! 성공습관 >> 따뜻한 한마디가 인연 만든다

청백리로 이름 높았던 휴암 백인걸은 뒤늦게 과거에 급제해 한 고을의 현령이 됐다. 그런데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늙은 어머니를 위한 잔치를 베푸느라 백성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받았다. 탄핵을 주도한 이는 최보한이었다. 주위에서는 최보한이 백인걸을 모함한 것이라고 수군댔으나 백인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인걸을 낙마시킨 최보한의 앞길 또한 평탄치 않았다. 인종 즉위 후 국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기생과 놀았다는 이유로 파면을 당했다. 그러나 최보한은 끈질긴 사람이었다. 윤원형과 가까웠던 최보한은 명종이 즉위하자 다시 관직에 등용됐다.

대신들이 최보한을 탄핵하기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데 뜻밖에도 반대하고 나선 사람이 있었다. 정계에 복귀해 사간원 헌납으로 있던 백인걸이었다.

“최보한이 기생을 끼고 놀았다는 것은 소문에서 나온 말이니 그것이 진실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군자는 너무 심한 처사를 하지 않는 것이니, 어찌 다시 사람을 태평시대에 금고(禁錮)시킬 수 있겠습니까?”

최보한에게 묵은 원한이 있는 백인걸이 그렇게 말하니 쉽사리 최보한을 탄핵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최보한은 탄핵을 면하고 관직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몇 해 뒤 을사사화가 일어나 상황은 반전된다. 윤원형에게 반기를 든 사간은 대부분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백인걸은 유배형에 처해졌을 뿐이다. 백인걸의 죽음을 막은 이는 누구일까? 모두 짐작하겠지만 최보한이다. 자신을 탄핵할 수 있었음에도 개인적 악연을 결부하지 않은 백인걸에게 은혜를 갚은 것이다. 사지에서 목숨을 건진 백인걸은 윤원형이 물러난 뒤 다시 관직에 등용되어 대사헌에 오르고 은퇴한 후에는 청백리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게 된다.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함부로 칼을 휘두르지 않음으로써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필자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다. 출판에 종사하기 전 필자는 교육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의욕은 대단했지만 처음 해보는 사업이라 일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에는 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필자만을 믿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동참한 가맹점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개중에는 인간적인 모욕까지 가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도리어 필자를 위로하기까지 하는 부부가 있었다. 필자의 가슴속에 그들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 고마움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몇 해 뒤 출판기획자로 전업한 필자는 성공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이는 기획 아이템을 떠올리게 되었고, 즉시 예전의 그 부부를 필자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책이 바로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다. 발간 직후 40만 부가 팔리고 6개월 이상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안에 있었으니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 책의 성공으로 필자는 기획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되었고 부부는 베스트셀러 저자라는 명성과 함께 엄청난 금전적 이익을 보게 되었다. 필자는 지금도 그 부부를 만나면 그때의 따뜻한 한마디가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한 구절이다. 한용운이 다시 한번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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