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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크리스찬 포타 시바스브라더스 회장

CEO 크리스찬 포타 시바스브라더스 회장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한 포타 회장.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발렌타인챔피언십이 펼쳐졌다. 세계 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영국), 아시아인 최초로 PGA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바람의 아들 양용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어니 엘스(남아공) 등 세계적 골퍼들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유일한 유러피언 투어다. 그 배경엔 세계 최대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 중 하나인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시바스브라더스가 있다.

“발렌타인 17년산은 전 세계 면세점 매출의 절반이 한국에서 나옵니다. 발렌타인챔피언십은 우리가 한국인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환원하고자 기획했습니다.” 4월 29일 오전 11시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CC. 발렌타인챔피언십 2라운드가 진행 중이던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시바스브라더스의 크리스찬 포타 회장의 말이다. 그는 “발렌타인챔피언십을 통해 더 많은 한국 골퍼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올해로 4회째다. 총상금 규모가 220만5000유로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11개 유러피언 투어 중 넷째로 많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매경오픈(8억원)의 네 배에 달한다. 국내에서 리 웨스트우드,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더스틴 존슨(미국), 어니 엘스 등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개최지를 제주도에서 서울 근교인 이천으로 옮겼다. 한적했던 골프장 주변은 관람객으로 북적거리며 평일에도 교통정체가 생겼을 정도다. 포타 회장은 “한국인은 위스키만큼이나 골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바스브라더스는 프랑스 페르노리카 그룹 산하 위스키 전문 브랜드다. 발렌타인·시바스리갈·로열살루트 같은 고급 스카치 위스키와 싱글 몰트 위스키인 글렌리벳을 생산하고 있다. 비피터 진도 여기서 만든다. 페르노리카는 1975년 프랑스 증류주 시장의 두 라이벌 페르노(Pernod)와 리카르(Ricard)가 손잡으면서 탄생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주류 업계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급성장했다.

페르노리카의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발렌타인이다. 전 세계 3대 스카치 위스키로 꼽히는 발렌타인은 160개국에서 연간 600만 상자씩 판매된다. 발렌타인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유별나다. 포타 회장은 “발렌타인 17년산 이상 시장은 한국이 세계 1위”라며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품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위스키도 골프 열정도 남달라발렌타인은 1827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활동하던 주류 사업가 조지 발렌타인에 의해 탄생했다. 포타 회장은 “발렌타인과 골프는 스코틀랜드가 세계에 남긴 두 가지 선물”이라며 “태생적 공통점뿐만 아니라 완벽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닮은꼴”이라고 강조했다.

골프와 위스키 모두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포타 회장은 “골프와 위스키 모두 각자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즐기는 아이템”이라며 “발렌타인은 CEO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를 통해 더 인기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발렌타인과 골프의 인연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렌타인은 골프의 본고장 영국에서 1960년부터 골프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각종 골프 대회를 후원하며 돈독한 인연을 맺어왔다. 페르노리카는 현재 발렌타인챔피언십뿐 아니라 클레이 스코티시 오픈, 중국 오메가 미션힐스 월드컵도 후원하고 있다.

포타 회장은 “골프 마케팅 중에선 발렌타인챔피언십이 메인 행사”라며 “2013년까지 계약했지만 한국에서 대회를 계속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렌타인챔피언십이 처음 열린 2008년엔 미국발 경제위기로 국내 위스키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주류 회사가 이벤트 후원을 중단했지만 페르노리카는 대회 규모를 오히려 키웠다. 포타 회장은 “우리는 모든 비즈니스를 최대한 멀리 바라보고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위스키 시장의 침체에 대해서도 여유를 보였다. 그는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이 3~4% 감소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매달 매출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회복세가 뚜렷하다”며 “지금은 위기 이전 수준”이라고 말했다.

페르노리카는 2009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 70억 유로(약 11조원), 영업이익 18억 유로(약 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조니워커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세계 1위 주류업체 디아지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포타 회장은 “떠오르고 있는 중국시장의 경우 우리가 55~60%까지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싱글 몰트 위스키. 단일 양조장에서 몰트로만 양조되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경우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매력을 음악에 비유했다.

“싱글 몰트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독주와 같습니다. 개성이 뚜렷해 사람마다 선호도가 달라요. 반면 블렌디드 위스키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처럼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지요. 싱글 몰트와 블렌디드 위스키는 경쟁자가 아닙니다. 한국인이 싱글 몰트에 관심을 갖는다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우리에겐 글렌리벳과 같은 좋은 싱글 몰트가 있습니다.”

매년 두 번 이상 한국을 찾는 포타 회장은 한국 소주도 종종 즐기는 편. 그는 “소주 스트레이트부터 소맥 폭탄, 심지어 발렌타인과도 섞어 마셔 봤다”며 “소주 자체의 맛은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섞어 마시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포타 회장은 평소 식전에 발렌타인을 미지근한 물에 섞어 마신다. 그는 “발렌타인 17년산의 경우 물을 조금 탈 경우 향이 더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988년 페르노리카에 합류한 그는 페르노리카 재무담당 이사와 올랜도윈담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2004년 시바스브라더스 CEO가 됐다. 이듬해 발렌타인 인수에 성공하면서 세계 위스키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그는 “수많은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지만 돈을 번다기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며 “어떤 술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히 그 사람의 선호도를 넘어 그 나라의 문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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