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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취업까지 하고 싶어요

한국서 취업까지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10만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국내 대학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목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학생 100명 중 3명이 유학생이란 통계도 있다. 학업을 마치면 자국으로 돌아가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한국에 계속 머물고

싶어하는 유학생이 늘고 있다.

세계화 되고 있는 한국 기업 취업을 목표로 공부한다. 다행히 외국인 유학생 채용이 늘면서 꿈을 이루

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들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 기업에 입사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유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뭐가 있을까.


대학 내 채용 정보로는 한계국내 기업에 취업하길 원하는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토로하는 어려움은 취업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지난해 2월 한국으로 유학을 온 사르와르(28)는 “주변에 많은 친구가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고, 외국인을 원하는 한국 기업도 많다는데 서로어디서 만나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며 “처음엔 대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구직 정보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인터넷이나 주한외국인유학생협회 홈페이지(www.kinsa.org)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대학교에서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운 게 인연이 돼서 한국 취업을 꿈꾸게 됐다. 현재는 인하대 국제통상학부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해 있는 국내 중소기업에서 7개월간 일한 적도 있고, 우리은행에서 한달 동안 인턴활동을 했을 정도로 국내 취업에 적극적이다. 우리말도 상당히 능숙한 그지만 취업 정보를 얻는 일이 쉽지 않다. “당장 다음주에 한국 기업 입

사를 위해 ‘인적성시험’이란 걸 보러 오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요.”

건국대 영화학과에 재학중인 프랑스인 마리 안(24·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생활한지 5년째에 접어든 그녀는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일하는 게 꿈이다.박찬욱·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매료돼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을 찾았다.

이제 대학교 4학년이라 당장이라도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친구들에게 묻거나 인터넷을 이용해 혼자서 정보를 모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녀의 1차 목표는 한국에 더 오래도록 머무는 것이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지만 어디든 일단 취업을 해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지금으로선 현실적인 대안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 둘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국어로 읽고 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

는 역시 언어다. 유학생들은 대학교에서 마련한 어학 수업을 듣거나 사설 어학원을 다니며 부족한 한국어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한국어 배우기가 힘들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유학생도 있다.

서울대 국제통상학부 대학원 과정에 있는 몰태저(28·이란)는“한국 사람들은 다들 영어실력이 뛰어난 것 같다”며 “대학원 수업도 대부분 영어로 진행하고, 친구들과도 영어로 대화하다 보니 한국에 온 10개월 동안 한국어를 쓴 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언어나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취업에 성공한 이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알렉

스(28·러시아)는 “한국 기업에서는 상사가 원하면 억지로 술을 먹어야 하고, 정당한 보수 없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만약 내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3학년이란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부분들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스펙을 요구하는 건 외국인 유학생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벌써 4번째 한국에 방문 중인 제니퍼(33·여·프랑스)는 한국 취업의 높

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 학위가 없다. 하지만 영어와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번역부터 인터넷 정보

관리까지 다양한 직업 경험을 갖춘 인재다.

한국 문화에 매료돼 국내에서 일을 하길 원하지만 매번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학위가 없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9월 한국에 들어와 다양한 구직활동을 펼쳤지만 마땅한 결과물이 없어 곧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이들 유학생들이 이토록 절실하게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유는 뭘까.

우선 높아진 한국기업의 위상을 들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해 활약 중인 기업이 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인식 또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란인 몰태저는 “처음엔 미국이나 캐나다 쪽으로 유학을 고려하다 한국행을 결심했다”며 “글로벌화 되고 있는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미래를 생각했을 때 더 비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사르와르는 “한국 기업은 미래가 밝고 보수도 괜찮은 편”이라며 “많은 기업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미래에

고향에서의 근무도 가능할 것 같다”고 한국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반면 한국 생활 그 자체를 좋아해서 한국에 머물기 위한 수단으로 입사를 꿈꾸는 경우도 있었다. 마리 안과 알렉스, 제니퍼가 그렇다.

알렉스는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예의가 바른 것 같다”며 “현대적이고 세련된 서울이 주는 분위기도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

다. 마리 안과 제니퍼는 프랑스에 한류 바람이 불기 훨씬 이전부터 한국 문화 콘텐트에 관심이 많았다. 마리 안의 경우 영화·음악·드

라마는 물론이고 한복이나 판소리 같은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다.즉석에서 판소리 일부분을 흥얼거릴 정도다.


한국 생활 즐기려고 입사 꿈 꾸기도2~3개 국어를 구사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은 분명 한국이 품어야 할 인재들이다. 국내를 찾는 유학생들의 숫자만 늘었을 뿐 이들을 위한 배려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문화교류 NGO단체 GPF 재단의 주인호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자국에 돌아가면 대통령도 될 수 있고 장관도 될수 있는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에서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자국으로 돌아가면 미래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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