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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철 에코골프 대표 - 트렌드 읽는 안목이 성공 비결

신두철 에코골프 대표 - 트렌드 읽는 안목이 성공 비결

남다른 혜안으로 한국골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신두철 에코골프 대표. 그는 언제나 트렌드가 바뀌는 지점에 서 있었다. 그가 다시 새로운 지점으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
1991년 골프업계에 입문한 신두철 에코골프 대표는 유명 골프 브랜드들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미다스의 손’이다.
캘러웨이, 오디세이, 클리브랜드, 아담스골프, 이안폴터디자인, 에코골프….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한 사람의 손을 거처 국내에 소개됐고 큰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남다른 감각과 도전정신으로 골프용품 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신두철 에코골프 대표다. 지난 25년간 골프업계에 몸담으며 지나온 길마다 자신의 발자취를 뚜렷하게 새긴 신 대표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골프계 미다스의 손’ ‘골프용품 히트 제조기’ ‘골프용품 업계 야전사령관’ ‘마케팅의 귀재’ 등 화려하다.

신 대표는 아주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영업의 꽃’이라 불리는 외국계 제약회사 영업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때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영업 총괄 업무도 담당했다. 골프와 전혀 무관한 일을 했던 신 대표는 1991년 골프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다. 당시 고교 동창이자 미국에서 뉴욕골프센터를 운영하던 신재호 대표(현 클리브랜드 대표)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신 대표는 “그 무렵에는 국내 골프장이 50~60개 정도밖에 없었고 골프숍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며 “클럽 유통회사인 워싱턴골프코리아를 통해 골프업계에 뛰어들었지만 솔직히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작은 사건과 맞딱뜨리게 된다. “1991년 골프업계에 들어오면서 당연히 골프를 즐기게 됐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친구와 골프연습장에 갔는데 야외 퍼팅 그린에서 본 노을 풍경이 기가 막히더라. 골프장의 그린 컬러와 붉은 노을, 여기에 늦여름의 한가로운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뭐라 표현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 순간 ‘아! 앞으로 계속 이걸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클리브랜드 선보여 대박
2003년 탁월한 시장 분석과 사전 리서치, SNS를 통한 마케팅 전략 등으로 캘러웨이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신 대표는 2005년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잘나가던 그가 신재호 대표와 함께 클리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클리브랜드는 웨지에 이어 드라이버 등 출시된 클럽마다 대박을 쳤다. “내가 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어디 잘되나 보자’ 하고 시기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당시는 국내 골프 인구가 급증하는 시기였고 경제 상황도 괜찮았다. 또 마침 클리브랜드 소속 선수인 비제이 싱이 타이거 우즈를 꺾고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던 터라 국내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갔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당시를 회상하며 신 대표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운’이란 것도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법. 그의 성공은 그간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쌓아온 마케팅 경험과 시장의 흐름을 읽는 날카로운 선구안이 결합된 결과였다. 신 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매년 1월이면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PGA 머천다이즈 쇼를 방문해 골프 트렌드를 읽고 앞으로 어떤 제품이 유행할지를 미리 가늠하는 것을 빼놓지 않고 있다.

신두철 대표가 에코골프화를 처음 만난 건 2005년 PGA 머천다이즈 쇼에서였다. 전시회장을 둘러보는데 그동안 익숙하게 봐오던 골프화와는 다른 컬러풀하고 캐주얼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바로 덴마크 슈즈 브랜드 에코골프였다. 신 대표는 “골프 패션은 점점 화려해지고 골프공도 컬러볼이 나오는 시대에 골프화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며 “골프웨어도 일상생활까지 커버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점차 바뀌는 상황에서 에코골프화 만한 제품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귀재의 탁월한 선택
새로운 사업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신 대표는 “에코골프화를 들여오기로 마음먹었을 때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나를 비롯한 직원들이 골프화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1990년대 중·후반부터 클럽 시장이 침체하면서 캐디백이나 골프화, 벨트 등 골프용품 시장이 커진 상태였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골프용품 시장이 커지면서 골프화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골프채와 달리 골프화는 같은 라인의 같은 제품이라도 사이즈와 컬러가 천차만별인 데다가 골프채와는 접근 방법도 많이 달라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디자인이 생소한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다. 당시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장에서 충분히 먹힐 수 있겠다는 감이 왔다.”

가죽부터 완성품이 되기까지 100% 자체 제작으로 만들어지는 에코골프화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가죽 공장에서부터 시작해 신발 제조의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공부해야 한다. 신발을 파는 사람은 신발에 대해 정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대표도 직원들과 함께 일주일간 에코의 자사 교육 프로그램인 에코 유니버시티에 참가해 교육을 받고 직접 신발 한 켤레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방에는 에코 유니버시티에서 받은 수료증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골프채 못지않게 골프화에도 각종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된다. 그만큼 만들기가 어렵다. 필드에서는 높은 곳, 낮은 곳, 경사진 곳을 가리지 않는다. 골퍼의 완벽한 스윙을 위해 모든 하중을 견뎌야 한다. 비가 오면 수중전도 해야 하고, 벙커나 러프, 심지어 등산도 해야 한다. 18홀 내내 골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실제로 프로선수들이 자신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골프채보다도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그런데 심지어 요즘 골프화는 겉모습도 예뻐야 한다.

기능성과 디자인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에코골프화는 실제 선수들의 발을 스캔해 인체공학적 디자인에 활용하고, 내구성이 좋은 최고 품질의 가죽을 사용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코의 회장이 골프광이다. 본인과 친구들을 위해 골프화를 몇 켤레 만들던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하는 수주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이 하는 말을 모두 귀담아 들으며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에코는 원래 패션슈즈 전문 업체다. 타사 골프화에 비해 디자인이 화려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10년 프레드 커플스가 마스터스 대회에서 신어 화제가 됐던 ‘골프 스트리트’는 골프화의 트렌드를 바꿔놓을 만큼 혁신적이었다. 스파이크가 없는 스니커즈 형태에 스칸디나비안 디자인과 컬러가 돋보이는 이 골프화에 골프팬들은 열광했고, 이제는 거의 모든 골프 브랜드에서 스파이크리스 골프화를 출시하고 있다.

“골퍼들이 연간 30회 정도 라운드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골프화를 바꾸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계속 같은 골프화만 신는다면 얼마나 지겹겠나. 일상에서도 골프화를 신을 수 있다면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교체 주기도 빨라질 것이다. 에코골프화는 골퍼들의 그런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다.”

“우리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판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잘 표현한 에코골프의 경영철학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되 언제나 브랜드 철학을 잃지 않는 에코골프의 올해 주력제품은 ‘바이옴 G2’. 얼마 전 LPGA에서 최나연 선수가 신고 우승해 주목을 받았던 바이옴 하이브리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기존 모델보다 20% 더 가벼워지고, 소가죽보다 3배 이상 강한 야크 가죽을 사용해 내구성과 유연성이 뛰어나다. 물론 갖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변함없다.

지난해 신 대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에코골프의 매출이 2013년 대비 40%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에코골프에서 출시하는 벨트나 캐디백도 들여와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패션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의 골프용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캘러웨이 창업자인 일리 캘러웨이는 65세에 캘러웨이를 시작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이제 출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를 보며 ‘나는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
 남보다 빠르게 미리 준비하라
에코골프의 신제품 ‘바이옴 G2’는 최나연 선수의 골프화로 유명한 바이옴 하이브리드의 후속 모델로 탁월한 내구성과 유연성을 자랑한다.
신 대표는 일리 캘러웨이를 롤모델로 생각하지만, 국내 골프업계에서는 그를 본보기로 삼는 후배들이 많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다양한 골프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킨 몇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언제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후배들에게 “신념을 갖고 일을 즐기는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성공은 덤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문제는 경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 있다. 장사꾼들에게 시장은 늘 레드 오션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성공하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남보다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신 대표는 자신의 휴대폰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휴대폰 화면에는 독특한 모양의 골프백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내년이나 후년쯤에 들여올 예정이라는 이 골프백 역시 기존의 정형화된 제품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남들과 다른 눈으로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는 신 대표의 촌철살인을 증명하는 아이템이었다. 공식 출시 전까진 영업비밀이라는 신 대표의 요청이 있었기에 더 이상 밝힐 수는 없지만, 분명 국내 골프용품 시장에 다시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획기적인 제품임엔 틀림없었다.

-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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