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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한 직장문화가 ‘가면현상’ 부채질

유해한 직장문화가 ‘가면현상’ 부채질

자신의 성공과 능력 의심하는 현상으로 직장인 70%가 한 번쯤 겪어 … 건강하지 않은 직장 문화와 만날 때 더 커져
개인이 이룩한 업적과 성공 기록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직장은 능력 부족이라는 인식을 부채질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조사에 따르면 직장생활의 어느 시점에서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는 비논리적인 느낌을 경험하는 사람이 약 70%에 달한다. 증후군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는 ‘가면현상’이다. 이런 가면현상은 통상적으로 실패와 성공에 대한 두려움, 때로는 병적인 완벽주의, 칭찬과 성취의 부정으로 나타난다. 이 현상은 또한 자신은 ‘가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것이 들통나리라고 진심으로 믿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 현상은 40년 넘게 연구돼 왔으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대상의 한 최근 조사에선 이들 비전통적인 역할을 맡은 여성에게서 훨씬 더 많이 발생했다. 이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임에도 유해한 직장과 웰빙 간의 연관성은 널리 입증됐다. 이 같은 가면현상은 업무 능력에 대한 개인의 진정한 의심과 유해한 직장문화의 집단적 체험이 결합해 생겨나는 듯하다.

간단히 말해 개인이 이룩한 업적과 성공 기록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직장이 능력 부족이라는 인식을 부채질한다. ‘가짜’는 완벽주의의 내적 충동이 강하고 언제나 외부의 비판을 예상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한편 실패했다는 자의식과 비판에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탈진할 때까지 더 나은 결과를 만들려 안간힘을 쓴다. 이런 의식이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실적을 올리라는 요구의 증가, 그리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직장에서 각종 평가와 만날 때 가면 성향이 극에 달하게 된다.

유해한 직장은 종종 장소와 사람의 인간성을 위축시키거나 말살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익·절차 그리고 자원 최소화에 가장 중점을 둔다. 관리자와 동료의 약자 괴롭힘이 일상화하고 바탕에 깔려 있는 반면 리더십은 그에 대해 무기력하고 무능하다.

유해한 직장 환경에선 동기유발 요소가 빠져나가 업무가 종종 고역으로 간주된다. 걸러지지 않은 비판과 응징적 조치가 독창적 사고의 숨통을 조여 남다른 재능과 창조적 사고를 표출하는 창구의 존재 같은 근로의 본질적인 보상을 축소한다.

가면현상과 유해한 직장문화의 불건전한 조합은 개인적인 차원에선 안전과 소속을 원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인해 지속된다. 이는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며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창업정신과 모험주의를 대체한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회사도 신사고의 혜택을 못 보게 되니 모두에게 해롭다.

신기술로 근로의 성격에 계속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조직의 인사관리 방식은 그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기업 성과관리 관행이 속 보이는 당근과 채찍 방식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과로와 순종을 높이 평가하는 금전·지위 인센티브로 직원들에 채찍질을 가한다. 유해한 직장에선 직원이 미래 성공과 행복으로 향하는 신기루 같은 길을 따라 가면서 끝없이 곡예를 하도록 강요한다. 한편 지적인 성실성, 비정통적인 사고, 자기관리는 불이익을 받는다.

특정 직장에 만연한 경쟁은 종종 불안·우울증·자기비하의 온상 역할을 한다. 금융업계에서 특히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100전 100승은 불가능한데도 끊임없는 승리를 당연시하는 문화다. 이는 완벽주의를 낳고 완벽주의는 계속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관리하려는 욕구를 부채질한다. 협력보다 역기능적인 경쟁에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자신이 가짜인 듯 느끼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까다로운 기준을 남들이 맞추지 못하고 이것이 자신에게 나쁘게 비칠까 두려워 권한을 이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을 떠안는다.

이것이 낳는 노력과 보상 간의 불균형은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심화시키고 부정적인 악순환 고리를 낳아 정신적인 탈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개인과 조직 모두 가면 성향과 불건전한 직장 문화의 유해한 조합을 묵시적으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 이런 상황을 수동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디지털 혁명이 진척될수록 우리의 현대적인 직장에선 그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을 요구하는 추세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낡아빠진 관리 체계를 이용한다. 체계적이지 않은 업적관리, 후계자 양성과정의 다양성 결여, 화살표 체크 방식을 뛰어넘는 포용 이니셔티브에 대한 제한적인 이해 같은 직장 관행이 이들 직장 체계가 추방하고자 하는 행동과 사고 패턴을 부채질한다.

이런 유해한 직장문화와 조직 체계에 대처하면 가면현상을 억제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직장이 더 건강하고 직원이 만족하면 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아미나 아이치-셀미, 테레사 심프킨


※ [아니마 아이치-셀미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역학·공중보건학과 부교수, 테리사 심프킨은 앵글리아러스킨대학 객원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10월 29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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