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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시장 ‘큰 손’ 된 글로벌 빅테크… 한국 빅테크는?

국내 데이터센터 운영사, 재생에너지 구매 ‘0’
오는 10월 개정 법 시행되지만 반응은 회의적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서버룸. 총 12만개의 서버가 있다. [사진 네이버]
데이터는 곧 전력이다. 전력 없인 서버 장비를 못 켠다. 또 냉방에 들어가는 전력도 무시 못 한다. 서버가 뿜어내는 열을 식히자면 24시간 냉방 설비를 돌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량은 상당한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0.8%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했다. 같은 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막대한 전력을 쓰는 만큼, 국제사회는 대규모 데이터를 운용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하라고 압박해왔다.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자는 캠페인 ‘RE100’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SK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이 올 초 RE100에 가입했다.  
 
구글은 2017년 이미 RE100 목표를 달성했다. 아마존도 재생에너지 쇼핑에 적극적이다. 지난 23일 아마존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14곳으로부터 1.5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고리 원전 1기 발전용량(1.4GW)과 맞먹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아마존·구글·MS·페이스북 4대 빅테크 기업이 구매 계약을 맺은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전 세계 기업 총 누적량의 30%(25.7GW)에 달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가 최근 조사한 결과다. 그만큼 IT 업계 위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높단 방증이다.
 
그런데 애당초 전력을 적게 쓰면 되는 일 아닐까. 관련 업계의 판단은 다르다. 기업이 전력을 일정 가격에 15~20년 장기 매입하게 되면, 그만큼 발전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시장에 뛰어들 유인이 커진다.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제 재생에너지 육성에 있어 정부 보조금보다 빅테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월스트리트저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수는 매해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 136개였던 전국의 센터 수는 지난해 156개로 늘었다. 소비하는 전력량도 이미 상당하다. 2016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국내 산업 전체 전력 소비량의 1%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IT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쇼핑하고 있을까.
 
답은 ‘0’에 수렴한다. 네이버는 물론, KT(11곳)·LG유플러스(6곳) 등 주요 업체들은 재생에너지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 있었다. 저전력 설계로 발전 효율을 끌어올린다거나 태양광 등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춘 곳들은 많았다. 그러나 각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량에 비하면 절감하는 양은 많지 않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각 춘천’ 한해 0.2TWh를 쓰지만, 태양광 발전량은 217MWh 수준이다.
 

SK브로드밴드는 ‘녹색 프리미엄제’ 참여

 
기업의 무관심 때문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었다. 지난 1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처음 길이 열렸다.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 기업이 ▲녹색 프리미엄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 방법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살 수 있게 됐다.
 
SK브로드밴드는 녹색 프리미엄제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간접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한전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해당 금액만큼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는 확인서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직접 재생에너지를 센터 전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는 10월부턴 직접구매계약 방식도 가능하다. 발전 사업자와 기업이 중개기관인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거래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채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인프라는 일단 갖추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관심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 등과 달리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단가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비해 높아서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사준다. 정부가 매입하는 가격보다 민간에서 더 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을 거치지 않고 외국처럼 발전 사업자와 직접 계약할 경우 전력망 사용료 등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단가를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SK그룹은 새만금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발전 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 데이터센터는 설립 즉시 재생에너지 활용률이 30%(RE3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사례가 직접구매계약 제도의 성공 모델로 정착하긴 어렵다. SK그룹처럼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를 홀로 감당해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SK그룹엔 재생에너지 발전을 맡아온 계열사(SK E&S)도 이미 있다. 직접 거래라기보단 계열사 간 거래에 가깝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에선 “여러 발전 사업자가 한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야 대규모 프로젝트에 따르는 위험을 함께 짊어질 수 있단 것이다. 길게는 20년에 달하는 계약 기간도 부담이다. 개정법은 발전 사업자와 기업이 1대 1로만 계약을 맺도록 한다.  
 
현재로썬 변수가 많아 업계에서도 관망하는 분위기다. 앞서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10월 법 시행을 앞두고 직접구매계약을 검토한 기업이 적잖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도입에는 아직 신중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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