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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엘리엇 '삼성합병' 판정, 정부 이대로 1500억 혈세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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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한 지 7개월 만에 다시 패소했다. 이대로 물러나면 1500억원가량을 배상하게 될 위기에 놓인 정부가 어떤 후속조치를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1일 엘리엇 ISDS 사건 환송중재 판정부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한국 정부의 패소 판정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영국 법원이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기존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하지만 환송중재 판정부는 정부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정부의 배상 책임이 다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엘리엇에 원 중재와 동일한 약 4849만달러(약 658억원)와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배상금에 이자와 법률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총액은 약 1억1300만달러(약 1537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 하루 1만달러(약 1361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고 엘리엇은 덧붙였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한미 FTA상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조치가 아닌 만큼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며 2023년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1심 법원은 2024년 8월 정부의 배상 취소소송을 각하했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영국 항소법원은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환송된 1심 법원은 올해 2월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정부는 2023년 판정 이후 약 2년 8개월간 이어온 취소소송에서 마침내 승소했다. 다만 법원은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한미 FTA상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 등을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이에 원 중재를 맡았던 판정부가 다시 사건을 심리했으나 판정부는 정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 다시 정부 패소로 결론 내렸다. 정부 패소 판결과 관련해 법무부는 "관계부처,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본건 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해 필요한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아직 정부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일단 영국 법원에 중재 판정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또 항소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영국 대법원에 상고하는 조치 등도 남아 있다.한국은 과거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 개입을 주장한 론스타와의 ISDS에서 끝까지 불복하며 판정 취소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2025년 정부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중재판정부에 이어 취소위원회까지 갔고, 중재판정의 절차적 하자 및 적법절차 위반을 이끌어내며 배상금 지급 의무 전액 취소 결정을 받아 마침내 웃었다. 이에 4000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도 모두 사라졌다. ICSID 취소위원회와 영국 항소법원에는 차이가 있다. 취소위원회는 단심제이고 불복 상급기관이 없다. 이에 반해 영국 항소법원의 경우 해당 중재 판정과 관련해 직접 취소가 가능하다. 여기에 불복 시 영국 대법원 상고가 가능하다.

2026.10.01 17:53

3분 소요
테일러홉슨 ‘서트로닉’, 생산현장서 표면 거칠기 측정…품질관리 효율 높인다

경제일반

-대형 부품·중량물 이동 없이 가공 직후 표면 상태 확인…공정 이상 대응 지원-S-100 시리즈, 평면·곡면·협소부 측정 대응…데이터 저장·분석 기능도 제공 제조 공정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가공 제품의 표면 상태를 생산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계측 장비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표면 거칠기는 마찰과 마모, 윤활 성능, 접촉 특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제품의 기능과 수명, 신뢰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에 따라 완성품 검사뿐 아니라 가공 과정에서 표면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는 품질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기존 표면 거칠기 측정은 측정실이나 품질관리실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대형 부품이나 중량물은 측정을 위해 제품을 별도로 이동해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운반 과정에서 제품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가공 직후 측정 결과를 공정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특히 건설기계와 중공업 등 크고 무거운 부품을 다루는 산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제약이 상대적으로 크다.이런 가운데 생산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휴대용 표면 거칠기 측정기가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대형 베어링과 샤프트, 롤러, 금형 등 이동이 어려운 제품을 가공 현장에서 바로 측정할 수 있어 검사에 필요한 이동 과정을 줄이고 품질 이상 발생 시 후속 공정 대응에도 활용할 수 있다. 설비 유지보수 과정에서는 부품의 마모와 표면 상태 변화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현장용 측정기는 휴대성뿐 아니라 다양한 측정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성능도 필요하다.표면의 평균적인 거칠기 정도를 나타내는 Ra(산술 평균 거칠기), 최대 높이를 나타내는 Rz 등 목적에 맞는 파라미터를 지원해야 하며 반복 측정이 많은 현장에서는 조작 편의성도 중요하다. 측정 결과를 저장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면 개별 검사뿐 아니라 장기적인 품질 변화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글로벌 정밀 계측 전문기업 테일러홉슨(Taylor Hobson)의 휴대용 표면 거칠기 측정기 ‘서트로닉(Surtronic)’ 시리즈는 이 같은 현장 측정 수요에 대응하도록 개발된 제품군이다.서트로닉 시리즈는 휴대성과 조작 편의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표면 거칠기 파라미터를 측정할 수 있으며, 제품에 따라 측정 데이터 저장과 PC 연동·분석 기능 등을 지원한다.특히 ‘S-100 시리즈’는 평면과 곡면뿐 아니라 접근이 쉽지 않은 위치에서도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대형 공작물이나 형상이 복잡한 부품처럼 측정실로 옮기기 어렵거나 기존 방식으로 검사하기 번거로운 대상도 현장에서 필요한 위치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현장에서 확보한 측정 결과는 가공 품질 확인과 공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가공 직후 표면 상태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후속 작업이나 가공 조건을 검토할 수 있고, 측정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면 시간에 따른 품질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설비 점검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도 부품의 마모 정도와 표면 상태 변화를 확인해 장비 상태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제조업계에서는 공정이 정밀해지고 품질 기준이 높아질수록 완성 후 불량을 선별하는 방식보다 생산 과정에서 품질 상태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방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특히 대형화·복잡화되는 부품을 측정실로 이동시키기 어려운 현장에서는 필요한 위치에서 바로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활용해 생산과 품질 검사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품질 관리 효율을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테일러홉슨의 서트로닉 시리즈는 이러한 현장 측정 환경을 지원해 대형 부품과 복잡한 형상의 제품을 다루는 제조업체의 품질 관리와 공정 점검에 활용할 수 있다.

2026.09.30 10:00

3분 소요
워크인, 강원지노위 구제신청 기각·공정위 무혐의…원주지청도 ‘불기소 의견 송치’

경제일반

-배송구역 조정 둘러싼 부당노동행위·거래상 지위남용 의혹에 관계기관 판단 잇따라-강원지노위 판정은 중앙노동위 재심 진행 중…워크인 “남은 절차에도 성실히 대응”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배송 협력사 워크인을 상대로 제기된 노조 탄압 및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해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기각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판단에 이어 고용노동부 원주지청도 ‘불기소(혐의없음) 의견 송치’ 결정을 내렸다.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3월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워크인이 노동조합 설립 이후 일부 조합원의 배송구역과 물량을 조정했다며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이후 관련 사안은 노동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서 각각 절차가 진행됐다.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택배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워크인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심리한 결과 이를 기각했다.해당 사건에서는 일부 조합원에 대한 배송구역 조정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 또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에 해당하는지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다만 이 판정은 현재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신청인 측이 초심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같은 배송구역 조정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된 ‘거래상 지위남용’ 신고 사건에서는 무혐의 판단이 나왔다.공정위는 사건번호 ‘2026경사1410 ㈜워크인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을 심사한 결과 워크인의 행위를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조치했다.회사 측이 공개한 심사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워크인의 거래상 지위 자체는 인정될 수 있다고 봤지만, 배송구역 조정에는 배송 관리체계의 혼선을 방지하고 운영질서를 회복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또 업무 상황 변동을 사전에 통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배송구역 조정으로 신고인들에게 일정한 불이익이 발생했더라도 이를 임의적인 불이익 부과와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고용노동부 원주지청이 조사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도 ‘불기소(혐의없음) 의견 송치’ 결과가 나왔다.워크인이 공개한 9월 29일자 사건처리 결과에 따르면 전국택배노동조합 강원지부 쿠팡원주지회 조합원 3명이 워크인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상 부당노동행위 혐의 사건에 대해 원주지청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해당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른 추가 조사 이후에도 같은 의견으로 송치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불기소 의견 송치’는 수사기관의 의견으로, 최종 처분은 향후 검찰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워크인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특정 단체나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 공개적으로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 관계기관이 내린 판단을 알리는 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워크인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된 여러 주장에 대해 언론을 통한 공방보다는 관계기관의 조사와 판단 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왔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각 기관의 판단 결과를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현재 진행 중인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비롯한 남아 있는 절차 역시 존중하고 성실하게 대응하겠다”며 “앞으로도 배송기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현장 운영을 위해 필요한 관리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9.30 09:00

2분 소요
SBS, 나고야 아시안게임 멀티 플랫폼 전략 확대…유튜브 100만뷰 콘텐츠 18개

경제일반

-TV 중계·디지털 콘텐츠 연계…북한-일본 축구 8강 하이라이트 424만뷰 기록-‘나고야 직캠’ 등 선수 밀착 콘텐츠 강화…주요 경기 영상도 높은 조회수 이어져 SBS가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TV 중계와 디지털 콘텐츠를 연계한 멀티 플랫폼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SBS 스포츠국은 대회 기간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를 통해 주요 경기 하이라이트를 빠르게 게재하는 한편 나고야 현장에서 직접 제작한 선수 관련 콘텐츠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특히 경기 결과와 주요 장면을 전달하는 하이라이트 외에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현장형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나고야 직캠’ 가운데 테크볼 이준석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3부작은 9월 28일 오후 9시 기준 1편 약 168만회, 2편 약 312만회, 3편 약 88만회의 조회수를 나타냈다.주요 경기 하이라이트에서도 100만회 이상 조회된 콘텐츠가 다수 나왔다.남자 축구 8강 북한-일본전 하이라이트는 같은 시각 기준 약 424만회를 기록했으며 댓글은 6220개가 달렸다.남자 축구 8강 대한민국-베트남전은 약 275만회, 여자 농구 결승은 약 203만회, 여자 농구 준결승은 약 202만회를 기록했다. 여자 배드민턴 복식 8강 안세영 직캠도 약 194만회로 집계됐다.현재까지 스브스스포츠에 올라온 나고야 아시안게임 콘텐츠 가운데 조회수 100만회를 넘어선 영상은 총 18개다.주요 경기 콘텐츠의 방송사별 조회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남자 축구 8강 대한민국-베트남전 하이라이트는 SBS 약 275만회, MBC 약 47만회, KBS 약 6만회로 집계됐다.여자 농구 결승전은 SBS 약 203만회, MBC 약 43만회, KBS 약 26만회를 기록했다.야구 결승전 하이라이트는 SBS 약 188만회, MBC 약 57만회로 집계됐다.수영 남자 자유형 50m 김영범의 금메달 순간을 담은 영상은 SBS 약 159만회, MBC 약 14만회, KBS 약 9만회를 기록했다.여자 배드민턴 단식 8강 안세영 하이라이트 역시 SBS 약 135만회로, MBC와 KBS의 약 3만회보다 높은 조회수를 나타냈다.SBS는 이번 대회에서 TV 생중계와 디지털 콘텐츠를 별도로 운영하기보다 경기 직후 하이라이트를 빠르게 제공하고, 현장 취재를 기반으로 한 선수 밀착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시청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경기 시청과 결과 확인은 TV와 디지털 하이라이트로, 선수들의 배경과 현장 분위기는 별도 콘텐츠로 전달하는 방식이다.SBS 스포츠국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위해 TV 중계와 디지털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며 “하이라이트 영상의 신속한 업로드는 물론 현장에서 직접 제작한 선수 밀착 콘텐츠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시청자와 접점을 넓힌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SBS는 대회 기간 TV 중계와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를 통해 주요 경기 하이라이트와 현장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2026.09.29 13:43

2분 소요
AI가 신입 일자리 26.8만개 삼킬 때…50대는 17.3만개 늘었다

산업 일반

송희구 작가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직장인들이 등장한다. 대기업에서 25년을 버틴 ‘꼰대’ 김 부장, 인정받는 ‘일잘러’ 송 과장, 이제 막 회사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권 사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익숙한 ‘김 부장 세계관’을 AI 시대의 회사로 옮겨봤다. AI는 이들의 일과 몸값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기사 속 상황은 국내외 연구와 공개된 사례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다음 날 오전 임원 업무보고. 백 상무는 보고서를 한참 넘겨보다 한마디 했다.“나쁘지 않은데.”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김 부장이 송 과장과 권 사원에게 말했다.“보고서 다시 만들어야겠다.”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백 상무님이 나쁘지 않다고 하셨잖아요.”“그러니까 다시 하라는 거야.”김 부장이 말했다.“백 상무가 진짜 마음에 들면 ‘이대로 갑시다’라고 해. 그런데 자료만 넘기다가 ‘나쁘지 않은데’라고 했잖아.”김 부장은 보고서를 다시 펼쳤다.“보고서 내용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나쁘지 않다고 하지, 하지만 백 상무가 원하는 답은 없다는 거야.”백 상무가 대리, 김 부장이 사원이던 시절부터 20년 넘게 함께 일하면서 쌓인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AI 시대 더 중요해진 경험과 통찰력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직장인들도 경험과 판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9월 발간한 ‘생성형 AI의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중심 57개 직업 재직자 1512명 가운데 76.1%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를 사용한 이후 ‘경험과 판단력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답한 비율은 39.1%였다. 덜 중요해졌다는 응답은 20.3%였다.AI가 사람의 업무(task)를 일부 대신하는 것과 직업(job) 전체를 대신하는 것은 다른 문제여서다. 보고서 작성만 해도 자료 검색과 요약, 표 작성, 초안 작성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숫자를 검증하고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가려내고 최종 결론을 내리는 일 또한 중요하다. 생성형 AI가 자료 조사나 초안 작성처럼 정형화하기 쉬운 업무를 맡더라도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하고 해석해 판단하는 업무는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는 얘기다. AI가 반복 업무를 가져갈수록 사람의 역할이 ‘찾고 정리하는 일’에서 ‘검증하고 판단하는 일’로 이동한다는 의미기도 하다.◇“재료를 바꿔보면?”…25년 경험이 찾아낸 해법며칠 뒤 김 부장은 송 과장과 함께 거래처를 찾았다.계약 협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거래처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 더 이상 제품 단가를 낮추기 어렵다고 했다.김 부장이 제품을 가리키며 물었다.“사장님, 이 부품에 지금 재료를 꼭 써야 합니까?”“품질 때문에 계속 그렇게 써왔죠.”김 부장이 말했다.“예전에 비슷한 부품에 다른 재료를 썼던 적 있잖아요. 이 부분만 재료를 바꾸면 품질 기준은 맞추면서 단가를 낮출 수 있지 않습니까?”거래처 사장이 원가표를 다시 들여다봤다.“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테스트는 해봐야 합니다.”“테스트해서 문제없으면 그렇게 갑시다. 우리가 20년 동안 거래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서로 방법을 찾아왔잖아요. 이번에도 한번 찾아보시죠.”며칠 뒤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다. 재료를 바꿔도 품질 기준을 충족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답이었다. 계약은 성사됐다.송 과장이 물었다.“부장님 부품 재료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김 부장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예전에 한번 해봤으니까.”AI도 원가표를 분석하고 대체 재료를 찾아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재료가 실제 생산라인에서 품질 기준을 통과했는지, 당시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데이터로 남아 있느냐다.김 부장의 머릿속에는 문서로 남지 않은 25년의 시행착오가 담겨 있다. 이런 경험을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라고 부른다. ◇청년 26.8만개 줄 때…50대 17.3만개 늘었다노동시장에서도 경험이 적은 청년과 경력 근로자의 흐름이 엇갈린다.한국은행이 지난 8월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4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이 가운데 26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감소했다. 전체 청년 일자리 감소분의 94%에 달한다. 정보서비스업은 청년고용이 31.4% 줄었고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감소했다.50대는 정반대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다. 이 가운데 17만3000개(75.2%)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었다. 청년 일자리 감소의 94%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된 것과 대조적이다.한국은행은 이처럼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청년고용은 줄고 50대 고용은 늘어나는 현상을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로 설명한다. AI가 정형화된 지식을 주로 사용하는 초급 업무는 상대적으로 대체하기 쉬운 반면, 경험을 통해 축적한 암묵지(暗默知)와 사회적 기술을 가진 경력 근로자에게는 보완적으로 작용해 시장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 권 사원이 없으면 김 부장도 없다 그렇다고 25년을 버틴 모든 김 부장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김 부장의 경쟁력은 ‘25년 근속’ 자체가 아니다. 백 상무가 “나쁘지 않은데”라고 했을 때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아듣는 것. 20년 거래한 업체의 생산 과정을 기억했다가 막힌 협상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꺼내는 것.과거의 경험을 지금의 판단으로 바꾸는 능력이다.여기서 AI 시대의 역설이 생긴다.AI는 권 사원이 하던 초급 업무를 빠르게 대신하기 시작했다. 송 과장은 AI를 활용해 더 많은 일을 처리한다. 회사는 여전히 김 부장의 오랜 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판단이 필요하다.그런데 권 사원을 더 이상 뽑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권 사원이 송 과장이 되고, 송 과장이 김 부장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AI가 보고서를 1분 만에 만들어도 10년의 경험을 1분 만에 만들어주지는 못한다.AI 시대의 진짜 문제는 김 부장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음 김 부장이 사라지는 것일 수 있다.

2026.09.29 07:30

5분 소요
클럽이민, CMB ‘힐우드 맨스필드’ 투자금 첫 상환…50만달러 원금 회수

경제일반

-그룹58 고객 3명 중 첫 상환 완료…3월 첫 I-829 승인 이어 투자금 회수 단계 진입-EB-5 투자금 2027년 1월부터 물가 연동 조정 예정…10월 17일 투자이민 설명회 미국 투자이민(EB-5) 전문기업 클럽이민㈜이 CMB 리저널센터 ‘그룹58(Group 58) 힐우드 맨스필드 리테일 개발’ 프로젝트의 투자금 상환을 시작했다.클럽이민은 지난 9월 11일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한 권모 고객에게 원금 50만달러를 포함해 총 50만5928.75달러를 송금했다.이번 상환은 CMB 리저널센터가 파트너십 운용사 자격으로 발행한 원금 반환(Return of Capital) 수표를 통해 진행됐다.현재 그룹58 파트너십에서 상환 절차를 진행 중인 클럽이민 고객은 3명이다. 이 가운데 관련 서류 절차를 가장 먼저 마친 권씨가 첫 번째로 투자금을 돌려받았다. 회사는 나머지 2명의 고객도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그룹58은 지난 3월 17일 첫 투자자의 조건해제 청원(I-829)이 미국 이민국(USCIS) 승인을 받았다. CMB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261개의 EB-5 적격 일자리를 창출했다.이번 투자금 상환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영주권 조건해제에 이어 투자금 회수 절차도 진행되는 단계에 들어갔다.그룹58은 힐우드(Hillwood Development)가 미국 텍사스주 맨스필드에서 추진한 식료품점 중심 쇼핑센터 개발 사업이다. 사업지는 고실업지역 기준 목표고용지역(TEA)에 위치하며, 포트워스 도심에서 약 22마일, 댈러스 도심에서 약 30마일 떨어져 있다.약 7만8000㎡ 부지에 연면적 약 1만2300㎡ 규모의 쇼핑센터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앨버트슨스 계열 식료품 브랜드 ‘마켓 스트리트’가 핵심 임차인으로 입점했다.총사업비는 약 3837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약 2869만달러는 선순위 건설 대출로 조달됐다.힐우드와 CMB는 그룹58을 포함해 45건의 EB-5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CMB에 따르면 양사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상환된 EB-5 자본은 6억달러를 넘었으며 6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그룹58의 고용창출 규모도 당초 요건을 웃돌았다.EB-5 투자자의 영주권 조건해제에는 투자자 1명당 10개의 적격 일자리 창출이 요구된다. 그룹58의 필요 고용 인원은 160명이었으며 사업계획상 228명을 예상해 약 42.5%의 여유분을 두고 설계됐다.CMB가 공개한 최종 실적은 261명으로, 필요 고용 인원보다 약 63% 많았다.클럽이민은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 개발사의 사업 실적뿐 아니라 선순위 대출 구조와 일자리 창출 여유분, 리저널센터의 기존 투자금 상환 실적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김재동 클럽이민 총괄이사는 “투자이민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결국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상환은 서류상의 약속이 아니라 실제 송금으로 확인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이어 “나머지 두 고객도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상환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클럽이민은 CMB 리저널센터의 한국 전략적 파트너로, 양사가 공동 관리한 프로젝트 가운데 55건의 원금 상환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CMB는 지난 8월 투자자에게 상환한 누적 투자금이 16억25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수치는 독립된 제3자 회계법인의 검증을 거쳤다고 CMB 측은 밝혔다.현재 EB-5 최소 투자금은 목표고용지역(TEA) 및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80만달러, 그 외 지역은 105만달러다. 미국 법에 따라 이 투자금 기준은 소비자물가지수(CPI-U)를 반영해 2027년 1월 1일부터 조정될 예정이다.클럽이민은 오는 10월 1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세미나실에서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를 개최한다.설명회에서는 현행 투자금 기준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정과 프로젝트 선정 기준, 원금 상환 구조 등을 다룰 예정이다. 그룹58의 조건해제 및 투자금 회수 진행 사례도 소개한다.참석은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며 클럽이민 공식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2026.09.28 16:50

3분 소요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사기', 진단서 위변조 과다 청구 최대 증가

보험

‘보험사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적발금액이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62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18억원(9.1%)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5만3865명으로 같은 기간 2849명(5.6%) 증가했다.금감원은 병원 주도 보험사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하면서 적발 금액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종목별로는 자동차보험이 2880억원(46.5%), 장기보험 2645억원(42.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기보험 적발 금액이 작년 동기 대비 343억원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자동차보험은 88억원 증가했다.사기 유형별로는 사고내용 조작(61.3%)이 가장 많았고, 허위사고(17.4%), 고의사고(13.9%) 순이었다.세부 유형으로는 사고내용 조작 유형 중 진단서 위변조 등 과다 청구(+399억원)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동차 사고내용 조작(+185억원)이 많이 증가했다.연령대별로는 60대(24.6%)가 가장 많았고, 50대(22.8%), 40대(17.8%), 30대(15.6%) 순으로 나타났다.보험사기에서 회사원 비중이 27.2%로 가장 컸다. 전업주부(10.9%), 무직·일용직(9.2%), 차량 운수업 종사자(4.2%) 등이 뒤를 이었다.금감원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칼을 뽑은 상황이다. 10월 말까지 '보험사기 특별신고·포상 기간'을 운영하며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보험사기 및 의료기관 부당청구 근절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금감원과 심평원은 관련 범죄 적발을 위해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부당청구 의료기관의 보험사기 혐의가 포착되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신속히 수사 의뢰하겠다"고 강조했다.한편 최근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챙긴 ‘보험사기’ 일당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3단독 박기주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와 60대 B씨에게 각각 징역 9개월을, 50대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남 창원·김해·양산 등에서 공범들과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우연히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속여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모두 10건이 넘는 보험사기에 가담해 건별로 1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험회사에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2026.09.28 14:20

2분 소요
"이직할까?" AI 덕에 몸값 뛴 송 과장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경제일반

송희구 작가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직장인들이 등장한다. 대기업에서 25년을 버틴 ‘꼰대’ 김 부장, 인정받는 ‘일잘러’ 송 과장, 이제 막 회사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권 사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익숙한 ‘김 부장 세계관’을 AI 시대의 회사로 옮겨봤다. AI는 이들의 일과 몸값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기사 속 상황은 국내외 연구와 공개된 사례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오후 4시40분. 송 과장은 김 부장에게 다음 날 임원회의에 올릴 보고서를 보냈다.“부장님, 보고서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김 부장이 시계를 한번 쳐다봤다.“벌써 다 했어?”“네. 숫자만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송 과장의 업무는 1년 전보다 늘었다.밤사이 나온 업계 뉴스와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고, 회의가 끝나면 주요 결정사항과 후속 업무를 정리한다. 시장 동향을 조사하고 경쟁사의 실적을 비교한 보고서를 만드는 일도 송 과장의 몫이다. 김 부장이 지시한 임원 보고서 초안 작업도 마찬가지다.예전에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권 사원이 했다.권 사원이 관련 기사를 찾아 정리하고 경쟁사 실적을 엑셀에 입력했다. 회의록을 작성하고 보고서에 필요한 자료를 모아 초안을 만들면 송 과장이 이를 검토했다.회사에서 생성형 AI를 보급한 뒤 업무 방식이 달라졌다.송 과장이 AI에 경쟁사와 분석 기간을 지정하면 관련 뉴스와 공시자료를 토대로 초벌 자료가 만들어진다. 회의 녹취를 입력하면 회의 내용과 주요 결정사항도 정리해 알려준다. 경쟁사 실적 자료를 넣으면 비교표와 보고서 초안도 금세 만들어낸다. 권 사원이 하던 기초 작업을 AI가 맡고, 송 과장은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고 판단하는 식이다.그러나 일은 늘었는데 오히려 시간은 남는다.예전에는 권 사원에게 업무를 설명하고 결과물을 기다려야 했다. 숫자가 틀리면 다시 확인하도록 하고, 보고서 근거와 데이터가 부족하면 수정 방향을 설명해 다시 써오게 했다. 자료를 직접 찾고 검토하는 시간 못지않게 권 사원의 일을 확인하고 가르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AI는 다르다.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지시하면 된다. 자료가 부족하면 추가로 찾게 하고, 보고서의 방향이 틀리면 조건을 바꿔 다시 작성시킨다. 송 과장이 직접 자료를 찾고 표를 만들고 초안을 쓰는 시간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고 기다리고 고치는 시간까지 줄었다.그래도 여전히 송 과장이 해야 할 일은 적지 않다. AI가 가져온 숫자가 맞는지, 수십 개의 뉴스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한지, 경쟁사 실적 변화가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송 과장이 판단해야 한다. 김 부장이 왜 이 보고서를 요구했는지, 다음 날 임원회의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해 보고서 방향을 정하는 일도 오롯이 송 과장 몫이다. ◇ AI 쓰는 직장인 "업무처리량 21.2% 늘었다"송 과장에게만 일어난 변화는 아니다.국회예산정책처가 9월 발간한 ‘생성형 AI의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를 보면 국내 화이트칼라 직장인 10명 중 7~8명은 이미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예정처가 화이트칼라 중심 57개 직업 재직자 1512명을 조사한 결과 76.1%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스스로 평가한 업무처리량은 AI 사용 이후 평균 21.2% 늘었다. 다만 AI를 사용한다고 모든 직장인의 생산성이 똑같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직업별 평균 업무처리량 증가율(AI 미사용자 포함)은 최저 4.0%에서 최고 64.7%까지 편차가 크다. 네트워크·정보보안·데이터 관련 전문가가 64.7%로 가장 높았고 문화·예술 기획자 및 매니저(60.7%), 소프트웨어 개발자(42.9%)가 뒤를 이었다. 자연과학 연구원·시험원(25.9%), 전문서비스 관리자(25.5%), 금융·보험 전문가(21.9%), 법률 전문가(17.6%) 등도 높은 편이다. 기자·언론 전문가도 14.7%, 광고·조사·상품기획·행사기획 전문가는 업무처리량이 13.1% 늘었다. 반면 경영·인사 전문가(10.3%), 회계·세무·감정 전문가(9.0%)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송 과장처럼 AI가 만든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직장인에게 AI는 경쟁자가 아닌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AI가 축적된 경험과 이를 토대로 한 판단력까지 대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정처 조사에서 응답자의 39.1%는 생성형 AI를 사용한 이후 오히려 경험과 판단력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답했다. 덜 중요해졌다는 응답은 20.3%에 그쳤다. ◇ AI 시대 ‘일잘러’ 송 과장 일자리 늘고 몸값 올랐다오후 5시 30분 송 과장의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송○○ 과장님 맞으시죠?”헤드헌터였다. 경쟁사에서 경력직을 찾고 있는데 지원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사업기획과 데이터 분석 경험을 갖추고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급여 등 조건도 지금 회사보다 좋았다. 전화를 끊은 송 과장은 잠시 생각했다. "집도 장만해야 하는데, 회사를 옮겨 볼까?"송 과장 같은 '일잘러'에게 AI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를 분석한 결과 20~59세 핵심연령대 고용은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전반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했을 때 업무처리량 증가 폭이 상위 25~50%에 해당하는 ‘중고노출 직업군’의 고용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중고노출군에는 송 과장처럼 전문지식과 실무 경험을 활용하는 화이트칼라 직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생명과학 연구원·시험원, 전기·전자공학 기술자·시험원, 컴퓨터시스템 전문가, 기계·로봇공학 기술자·시험원, 금융·보험 영업원, 기자·언론 전문가, 법률 사무원, 광고·조사·상품기획·행사기획 전문가 등이다. 이들 직업군의 AI 활용에 따른 업무처리량 증가율은 평균 15.4%다.고용뿐 아니라 임금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국가데이터처 지역별고용조사를 분석한 결과 AI를 활용했을 때 업무처리량 증가 폭이 큰 직업일수록 월평균 임금 수준도 대체로 높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5년 하반기까지의 임금 상승률에서도 차이가 났다.중고노출 직업군의 월평균 임금은 3년간 12.7% 올랐다. AI 활용에 따른 업무처리량 증가 폭이 가장 큰 고노출 직업군도 11.8% 상승했다. 저노출(9.4%)과 중저노출(9.0%) 직업군이 뒤를 이었고, 비노출 직업군의 임금 상승률은 7.3%에 그쳤다. 중고노출 직업군과의 격차는 5.4%포인트다. 퇴근길 지하철에 앉은 송 과장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헤드헌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이직 의사가 있으시면 다음 주 중 미팅을 잡겠습니다.”송 과장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답장을 보냈다.“내일까지 이력서 보내겠습니다.”송 과장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회사를 떠난다면 문제가 하나 남는다.권 사원이 곧바로 송 과장이 하던 일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AI가 자료를 찾고 보고서를 써줄 수는 있어도 이를 검증하고 해석해 판단하는 데 필요한 경험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결국 회사는 또 다른 송 과장을 찾아야 한다. 그마저 없다면 그 빈자리는 김 부장의 몫이 된다.25년 차 김 부장.권 사원의 일을 AI가 대신하고, 송 과장마저 AI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시대다.그런데도 회사에는 여전히 김 부장이 필요할까? AI 시대에도 김 부장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3편에선 25년차 김 부장이 왜 AI시대에 중요한 인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2026.09.28 06:30

5분 소요
“내년 신입사원은 AI입니다”…회사는  더이상 권 사원을 뽑지 않는다

정책이슈

송희구 작가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직장인들이 등장한다. 대기업에서 25년을 버틴 ‘꼰대’ 김 부장, 인정받는 ‘일잘러’ 송 과장, 이제 막 회사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권 사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익숙한 ‘김 부장 세계관’을 AI 시대의 회사로 옮겨봤다. AI는 이들의 일과 몸값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기사 속 상황은 국내외 연구와 공개된 사례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오전 8시40분. 권 사원은 아침부터 바쁘다.컴퓨터를 켜자마자 밤사이 나온 해외 뉴스와 업계 뉴스를 정리한다. 경쟁사가 새로운 제품을 내놨다는 기사는 따로 스크랩해 보고한다. 오전 부서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을 작성한다. 오후에는 송 과장이 부탁한 시장 자료를 엑셀에 입력하고, 김 부장이 임원에게 보고할 자료의 초안을 만든다.권 사원에게 이런 일들은 단순한 허드렛일이 아닌 일을 배우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권 사원이 송 과장이 되고, 송 과장은 김 부장이 됐다.2026년 사무실에서는 이 직장인 성장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아침에 출근한 송 과장은 컴퓨터를 켜고 회사가 임직원용으로 보급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창부터 연다. 예전에는 메일부터 확인했지만 지금은 메일 내용도 AI가 요약·정리해 제공한다.송 과장이 AI에게 묻는다.“우리 회사와 경쟁사 관련 주요 이슈를 정리해줘.”잠시 뒤 화면에 주요 뉴스가 뜨자 송 과장은 그중 몇 개를 골라 원문을 확인한 뒤 다음 지시를 내린다.“지난 3년 A사와 B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를 비교해서 표로 만들어줘.”오전 회의가 끝나자 AI 입력창에 녹취파일을 올린다.“회의 내용을 안건별로 정리하고 결정사항과 담당자를 구분해줘.”3분도 안 돼 회의록 작성이 끝났다.오후에는 김 부장이 다음 날 임원회의에 올릴 보고서를 준비하라고 한다. 송 과장은 관련 자료를 AI 프롬프트 창에 입력하고 “이 자료를 토대로 임원 보고용 보고서의 목차와 초안을 만들어줘”라고 지시했다.이전 같으면 권 사원이 해야 할 일들이다.◇ 권 사원은 잘리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뽑지 않을 뿐그렇다고 당장 권 사원의 책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내년 채용 계획이다.자료조사와 회의록 작성, 보고서 초안을 AI가 대신하고 송 과장 한 명이 이전보다 많은 일을 처리한다면 인사팀은 고민하게 된다.“신입사원을 꼭 더 뽑아야 할까?”실제로 AI 시대 고용 충격은 신규채용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한국은행이 지난 8월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 전체 감소분의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정보서비스업의 청년고용은 31.4%, 출판업은 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감소했다.반면 같은 AI 고노출 업종에서 50대 고용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3편에서 자세히 살펴본다.)한국은행은 이를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라고 했다. AI가 모든 연령대에 똑같은 충격을 주는 게 아니라 정형화된 업무를 주로 맡는 청년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 미국에서도 AI가 닫은 채용문 AI 보급이 빠른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 연구팀이 미국 급여관리업체 ADP의 수백만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22~25세 고용은 그렇지 않은 직종의 동일 연령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그 격차는 19%까지 벌어졌다.연구진은 젊은층의 고용 부진이 기존 직원의 해고나 퇴직 증가보다 신규채용 감소를 통해 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AI가 일자리에 영향을 주는 경로가 'AI 도입 → 기존 직원 해고'보다 'AI 도입 → 초급 업무 자동화 → 신규채용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송 과장이 이미 권 사원이 해야 할일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유인은 없다.그러나 AI가 하고 있는 것은 일만이 아니라 일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권 사원은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회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지 배웠다. 경쟁사를 조사하면서 시장을 파악했고, 보고서 초안을 쓰고 송 과장에게 깨지면서 사안의 핵심을 짚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을 익혔다.AI가 이를 대신하면서 권 사원은 더이상 일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10년 뒤 송 과장의 일은 누가 대신하게 될까?<2편에서 AI시대 몸값 뛴 송 과장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2026.09.27 13:00

3분 소요
"집값·주거면적 높을수록 청소년 자살률 낮아"…지역 주거환경 밀접성 확인

경제일반

청소년 자살률이 지역 주거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집값이 비싸고 주거면적이 넓은 지역일수록 청소년 자살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낙후 지역의 근린 환경을 개선하고 청소년 가구를 위한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등 공간 특성을 고려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최근 게재된 '지역 환경이 청소년 자살에 미치는 영향: 주거환경 및 상업지역 특성을 중심으로' 논문(이진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에 따르면, 지역 내 주택가격과 주거면적, 소형주택 비율은 청소년 자살률과 유의미한 부(-)의 관계를 보였다. 부의 관계란 한쪽 수치가 높아질수록 다른 쪽 수치는 낮아지는 반비례 양상을 의미한다.연구진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자살 사망자가 없던 14곳을 제외한 215개 지역의 10년간(2013∼2022년) 청소년 자살 사망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청소년 인구 10만 명당 평균 자살률은 41.37명이었으며, 지역별로는 최저 6.13명에서 최고 162.7명으로 무려 26.5배의 극심한 격차를 나타냈다.주거환경 특성을 세부 분석한 결과, 집값이 높고 주거면적이 넓은 지역일수록 청소년 자살률은 낮게 형성됐다.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은 도서관이나 공원 등 양호한 근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자살 위험 요인을 낮춰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넓은 주거 공간 역시 가족 간 물리적 사생활을 보장하고 주거 쾌적성을 확보해, 집 안 내 갈등을 줄이고 심리적 휴식을 돕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주거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함을 뜻하는 소형주택 비율 역시 높을수록 주거 안정성을 높여 자살률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연구진은 이번 결과에 대해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경제적 환경과 정돈된 지역사회 조성의 중요성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산 가치가 낮고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일수록 청소년이 집 밖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용 거실' 개념의 공공 공간(도서관, 청소년센터 등)을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통학로 주변의 청소년 전용 시설 증설과 함께 CCTV·가로등을 충분히 설치해 안전한 거리 환경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와 함께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택 정책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청소년기 자녀의 심리적 독립 공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주거 면적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6.09.26 12:52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