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더 이상 사업자가 숫자와 씨름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단순한 세무 프로그램이 아닌, 100만 사장님의 뒷일을 묵묵히 처리해 줄 ‘인공지능(AI) 집사’를 만들고 있습니다.”사업가가 장부 대신 매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집사’가 나타났다. 카카오톡 한 줄로 세무·재무 업무를 처리해 주는 스타트업 ‘혜움’ 이야기다. LG전자 생산기술원 수석연구원 출신 옥형석 대표는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세무는 도구가 아니라 비서형 서비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립 단계에서 딱 두 갈래가 있었습니다. 단순 세무 대행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사업 운영 전반을 조언하는 파트너가 될 것인가,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카톡 속 비서’로 진화한 세무 서비스이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 혜움은 2017년부터 IT·AI 기술을 세무 현장에 접목했다. 덕분에 전문 지식이 없는 사업자도 카카오톡으로 질문하면 실시간으로 답을 받고, 월·주간 보고서를 이해하기 쉬운 카드형 인터페이스로 받아본다. 국내 세무·환급 시장이 ‘도구형 앱’으로 포화된 가운데, 혜움은 ‘실시간 상담·자동 보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카드·현금·PG(전자결제대행)·배달앱 매출이 매일 집계돼 카톡으로 전송되고, 세무사·세무 사무원 200명이 챗봇과 함께 24시간 답변을 이어간다.옥 대표는 “사용자가 직접 숫자를 입력해야 하는 기존 앱과 달리, 우리는 세무사무소의 일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 놓았다”며 “앱은 결과를 보여 주는 창일 뿐, 핵심은 ‘카톡 속 비서’”라고 설명했다.
‘알프레드 AI’…질의→실행→추천까지혜움의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알프레드 AI’(Large Action Model)다. 기존 생성형 AI가 질의응답에 머물렀다면, 알프레드는 ▲문서·세금계산서 발급 ▲송금 지시 ▲과납세 환급·정부 지원금 선제 추천 등 ‘실행’ 기능까지 담았다. 백엔드에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비욘드 워크’(Beyond-Work)가 깔려 홈택스·PG(전자결제대행)·은행 사이트를 가상 워커 수백개로 병렬 제어한다.“AI가 반복 업무를 처리해 주니 세무사는 고난도 신고와 컨설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무사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파트너로 삼아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존에 혜움이 제공하던 ‘레포트’ 서비스는 ERP(전사적 자원 관리) 기반이라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알프레드를 한 번 연동하면 실시간 질의응답과 전문 업무 보고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특화 LLM(대규모행동모델)을 기반으로 정보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였다.옥 대표는 “알프레드를 중심으로 추론 모델과 의사 결정까지 가능한 LAM(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해 실제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시킬 계획”이라며 “또한 기업 간 AI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용 AI 에이전트 상용화에서도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AI’ 품질 관리 체계는 혜움 소속 세무사들이 검증된 실거래 데이터를 직접 감독해 AI 학습 품질을 담보한다. 알프레드 AI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재무·세무 거래 내역을 기반으로 재학습하며,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담당 세무사가 즉시 이를 반영해 수정한다. 옥 대표는 “모델은 실거래 데이터를 매일 학습하고, 오류 신호가 뜨면 전문가가 즉시 개입해 오차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경험(UX) 고도화는 정량·정성 지표를 병행한다. 회사는 국민연금공단(NPS)과 분기별 설문을 통해 만족도를 측정하고, 접수된 요구사항을 우선순위화해 2주 단위로 반영한다. 옥 대표는 “NPS와 분기별 설문으로 수집한 이용자 피드백은 48시간 내 제품 로드맵 적용 여부를 결정해 2주마다 업데이트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혜움이 집중하는 세금 환급 영역은 ‘경정 청구’다. 기존 신고 자료를 5년 치 재분석해 과납분을 찾아 국세청 승인을 받는 구조다. 옥 대표는 “대기업·로펌 전유물이던 시장을 자동화로 내려앉혀 소상공인도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혜움은 2024년 매출 132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카톡 레포트 이용 사업자는 2만 곳, 세금 환급을 경험한 고객은 누적 130만명. 옥 대표는 “3년 내 100만 사업자가 ‘알프레드’를 쓰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혜움은 2017년부터 AI 에이전트 시장을 준비해온 경험을 토대로 이제 ‘알프레드 AI’를 기반으로 세무·재무 특화 실행 모듈을 완성했고, B2B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전문 AI 비서’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 네이버 등과의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현재 알프레드를 쓰는 고객 중 60% 이상이 IBK기업은행 이용자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IBK와의 접점은 혜움에 최적의 테스트베드다. “사업자의 본질은 성장뿐 아니라 이익 창출입니다. 금융사 및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세무·회계를 넘어 ‘금융 비서’ 기능까지 확대할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혜움은 특화된 에이전트 모듈을 토대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토대로 세무·재무 생태계의 중심 축이 되겠다는 목표다. “결국 우리가 그리는 시장은 ‘특화된 에이전트 모듈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형 생태계’입니다. 여기서 혜움은 세무·회계·환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핵심 실행 모듈을 제공하고, 파트너사는 각자의 고객 접점을 통해 서비스 범위를 확장합니다. 우리는 이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