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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억원 유상증자 성공 보령제약, 어디에 사용할까?

자금 중 700억원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에 쓸 예정
'포스트 카나브' 대비 항암제 신성장 동력 모색

카나브 패밀리 제품조합 [사진 보령제약]
보령제약이 사업 전략 다듬기에 나섰다. 당장의 실적을 개선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중장기 비전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실탄은 넉넉하다. 최근 9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보령제약은 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700억원을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에 쓸 방침이다. LBA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 제약사간 체결하는 ‘판매권 인수’와는 결이 다르다. 판매권뿐만 아니라 생산권, 허가권 등 제품 관련 모든 권한을 가져오게 되는데, 그만큼 인수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인수하고 나면 해당 제품이 쌓아 놓은 브랜드 로열티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보령제약은 LBA에 증자금 과반을 쏟기로 했다. 기존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성질환·항암제 제품군을 대상으로 LBA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LBA를 통해 항암제, 만성질환 치료제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함으로써 미래성장동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령제약은 이미 LBA의 초기 비용부담을 상쇄할 만한 경험을 갖췄다. 앞서 항암제 ‘젬자’의 LBA를 통해 실적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 2015년 보령제약은 일라이릴리로부터 젬자의 유통권을 가져왔다. 이후 지난해 5월엔 젬자의 국내 권리를 인수해 국내 판권을 비롯해 허가권 등 모든 권리를 확보했다. 지난해 보령제약이 항암제 포트폴리오에서 거둔 젬자의 국내 매출액은 124억원 규모다.  
 
보령제약이 LBA를 통해 노리는 건 실적 개선이 전부가 아니다. LBA 성공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또다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꾀할 방침이다.  
 
보령제약이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주력 제품인 ‘카나브’가 2023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ARB 계열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는 보령제약의 간판 제품이다. 한국에서 15번째로 개발된 신약이다.  
 
지난해 보령제약은 카나브를 팔아 491억원을 벌었다. 보령제약 연 매출(5414억원)의 9.0%를 차지한다. 여기에 카나브패밀리 처방 실적까지 더하면 1000억원을 웃돈다. 카나브패밀리는 카나브에 복합성분을 더한 제품군을 뜻하는 브랜드다.  
 
문제는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제품이 쏟아지면, 보령제약 카나브의 시장 입지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는 거다. 업계에선 특허만료 후 50개 이상의 제네릭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보령제약 관계자는 "만성질환 치료제는 기존의 신뢰도가 처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특허 만료 이후에 피마사르탄 시장이 커지면서 오히려 카나브 패밀리가 쌓아온 경쟁력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 입장에선 ‘포스트 카나브’를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항암제 사업’에서 성과가 좋다. 이 회사는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5월 기존 항암사업본부를 ONCO(항암)부문으로 승격했다. 항암제 마케팅 영업 역량을 강화하는 건 물론, 대형품목 인수 및 개량신약 개발 등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바이오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도 적극 추진 중이다. 대표 사례가 바이젠셀 투자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6년 국내 바이오벤처 바이젠셀에 15억원을 들여 지분투자를 했다. 2017년에는 바이젠셀 최대주주에 올라 자회사로 편입, 현재 바이젠셀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8월 바이젠셀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바이젠셀과 함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중이다. 아울러 항암분야의 신약 파이프라인 및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매출도 끌어올리겠단 전략이다.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령제약은 카나브패밀리와 항암제 품목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R&D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기존 대사질환과 항암제 품목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CNS(중추신경계 질환)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기업가치가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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