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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급’ 처우라던 스타벅스 직원들, 왜 ‘트럭시위’ 나서나

“굿즈 대란에 몸살”…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 6일 첫 ‘트럭시위’
처우 개선, 과도한 마케팅 지양, 임금구조 개선 등 목소리
'정규직 같은 파트직' '친환경 이벤트' 놓고 이중성 지적도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리유저블컵 데이'에 주문 받은 음료를 만들고 있다. [이현정 기자]
 
최근 스타벅스의 ‘리유저블(다회용)컵 행사’가 큰 이슈가 됐다. 모든 음료 구매 고객에게 스타벅스 글로벌 50주년 특별 디자인이 적용된 다회용 컵을 증정하는 행사. 예상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평균대기 40분~1시간. 매장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 것은 물론 사이렌 오더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동시 접속사가 76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모든 관심이 ‘굿즈 판매량’, ‘대기시간’, ‘이벤트 취지’에 쏠려있던 사이 불만은 예상 밖에서 터져 나왔다. 굿즈 행사에 반발한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직원들(파트너)이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회사가 인력 충원 없이 무리한 이벤트로 직원을 소모품으로 보고 있다며 6일부터 트럭시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급 8800원에 월급 130만원”…정규직의 호소 

공식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코리아에서 파트너들이 시위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검토되는 시위 방식은 트럭에 현수막을 붙이고 영상을 상영하면서 트럭을 운행하는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파트너들은 ▲파트너에 대한 처우 개선 ▲과도한 마케팅 지양 ▲임금 구조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코리아 한 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데 소수 인력으로 연일 이어지는 이벤트를 감당하기에 고충이 많다”며 “아무리 힘들다고 말해도 회사는 우리를 쓰다 버릴 소모품으로 여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벤트 행사 당시 어느 매장은 대기 음료가 650잔이 넘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 CI. [사진 스타벅스]
 
업계 일각에선 ‘스타벅스코리아의 이중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현재 1600여개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면서 약 1만8000여명의 파트너를 두고 있다. 이들 모두 정규직이다. 여기에 신세계급 복지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이와 갭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 직급은 파트너-수퍼바이저-부점장-점장-지역매니저 순으로 분류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파트너는 하루 5시간 근무가 기본. 이들은 지난해 기준 시간당 8800원, 월 평균 1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루 8시간 근무가 가능한 부점장 및 점장의 급여도 평균 25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급여가 낮은 대신 신세계그룹의 복지 혜택으로 처우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세계 계열사 포인트 ▲하루 음료 2잔 제공 등이 사실상 누릴 수 있는 복지의 전부라는 게 일부 직원들의 호소다. 직급에 따른 복지 차별이 존재할뿐 아니라 대학 등록금 지원 등의 복지를 신청할 만한 중장년 직원도 없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코리아 한 직원은 “말이 정규직이지 사실상 비정규직이라는 생각으로 다니는 직원이 많다”면서 “매장이 늘어나는 데 반해 직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한정된 인력을 두고 대형 이벤트를 반복하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스타벅스 프리쿼시 행사. [사진 스타벅스]
 
반복되는 굿즈 이벤트에 시급을 받고 근무하는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될 대로 누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는 매년 일정 개수 이상의 음료를 마시면 제공하는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비치타월, 홀리데이 매트, 서머 체어, 피규어 등 다양한 굿즈 행사를 펼쳐왔다. 지난 여름 시즌 내놓은 ‘서머 레디백’을 받기 위해선 한 고객이 음료 300잔을 주문하고 가방만 받아가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그린워싱 비판에…대란 후 재활용될 지도 의문 

이번 시위의 발단이 된 ‘리유저블컵’ 행사를 두고도 이중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에서 밝힌 ‘친환경’ 행사 취지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친환경 행사를 장려하면서 플라스틱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리유저블컵을 제공해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다.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 당일 고객들이 음료 주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특히 이날 판매된 리유저블컵은 평소 음료 판매량 대비 2배 수준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일일 음료 판매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대략 130만잔 이상이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친환경을 위해 수백만개의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그린워싱(거짓 환경주의)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대란 이후 스타벅스코리아의 취지대로 각 스타벅스 매장에서 얼만큼의 리유저블 컵이 재사용되고 있는 지에 의구심을 던지는 시각도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도 좋은 취지의 행사를 위해 본사로부터 비용을 들여 리유저블컵을 구매했다”면서 “판매량은 공개할 수 없지만 리유저블컵 재사용에 대한 통계는 현재 집계 중으로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시위에 대해선) “리유저블컵 행사를 진행하면서 파트너들이 많이 고생했다”면서 “매출이 중요하지만 고객이 이렇게까지 몰릴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고, 업무 피로도가 쌓인 파트너들이 목소리를 내려는 것인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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