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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인수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카카오T 천하’ 어떻게 흔들까

‘타다 베이직’ 부활…가맹기사에 최대 4100만원 지원
택시 넘어 운송수단 포괄하는 ‘마스(MaaS)’ 선점이 관건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베이직'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토스의 타다 인수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토스가 인수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기업 간 인수합병을 앞두고 흘러나오기 마련인 ‘투자업계’ 발 추측도 이번엔 없었다.  
 
발표 이후에도 업계를 감도는 당혹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타다를 인수할만한 이유가 잘 안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때 열에 여덟은 카카오T를 쓴다. 또 전체 가맹택시의 78%(2만3271대)가 카카오T블루다. 그만큼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를 휘어잡은 지 오래다.  
 
반면 타다는 지난해 3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10월 카카오T블루와 경쟁할 가맹택시 브랜드인 ‘타다 라이트’를 꺼내 들었지만, 사용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결국 지난해 타다는 112억원의 순손실을 내야 했다.
 
그러나 이승건 토스 대표가 보여 왔던 ‘승부사’ 행보를 보면, 드러난 조건만으로 이번 인수를 판단할 순 없단 반응도 나온다. 이 대표 역시 지난 2014년 규제에 가로막혀 토스의 간편 송금 서비스를 중단했던 적이 있었다. 당국과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해 10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6년여 만에 기업 가치를 74억 달러(약 8조2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어떻게 타다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타다 베이직’의 부활과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사업 진출을 꼽는다.
 
토스는 8일 인수 소식과 함께 “올해 말 새롭게 리뉴얼한 타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새롭게 선보일 서비스가 2018년 선보였던 ‘타다 베이직’과 유사할 것으로 본다. 카니발·스타리아 같은 대형승합차를 활용한단 점에서 그렇다. 다만 이번엔 대형택시 면허를 지닌 택시기사로부터 가맹을 받아 진행한다. 과거엔 파견사 직원이나 프리랜서를 운전자로 썼었다.
 
이미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타다는 지난주부터 개인택시 기사를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기 시작했다. 가맹한 대형택시 면허 사업자에게 1인당 최대 4100만원을 지원하겠단 것이 주된 내용이다. 가맹하면 일단 1000만원가량을 지급하고, 이후 운행 서비스 제공에 따라 추가 보상을 주는 식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타다 측은 크게 세 가지를 평가 기준으로 들었다. ▶사용자 평점 4.7점 이상(5점 만점) ▶주당 운행 시간 20시간 이상 ▶출·퇴근 시간 중 1시간 이상 운행 등이다. 큰 액수의 보상을 바탕으로 기사 모집과 높은 서비스 질을 모두 가져가겠단 의도다. 지난해 ‘타다 라이트’를 선보일 당시 타다가 가맹 기사에게 준 지원액은 100만원이었다.
 
막대한 지원금에 적잖은 기사가 가맹 브랜드 변경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택시면허를 중형에서 대형으로 전환하려면 무사고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전체 면허 수가 많지 않다.  
 

“마스(MaaS) 선점해야 카카오T 넘는다”

그러나 이런 전략에 힘입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도 과거 명성을 찾긴 쉽지 않다. 예전과 달리 ‘카카오T벤티’, ‘아이엠 택시’ 같은 동종 서비스가 이미 시장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못하고 있던 서비스라야 카카오의 독점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업계에선 그 주역이 통합이동 서비스, 이른바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가 될 것으로 본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 경로를 검색할 때 택시는 물론, 버스·전철·기차 같은 대중교통과 자전거·전동킥보드까지 모든 운송수단을 활용한 결과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또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운송수단을 호출·예약했을 때 결제까지 앱 내부에서 이뤄져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만성 적자에도 기업 가치를 4조원대까지 끌어올린 건 택시부터 대리운전, 퀵, 전세버스, 자전거 등 다양한 운송수단 호출에서 나오는 사용자의 이동 경로 데이터 덕분이었다. 그러나 각각의 수단을 하나의 경로로 통합해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결제 데이터와의 연동에도 한계가 있다. 대중교통까지 시야를 넓히면 카카오페이보다 티머니의 결제액 규모가 더 크다.
 
이미 서울시에서 내놓은 서비스가 있다. 지난해 선보인 서울형 통합이동 서비스 ‘마스’다. 티머니와 연동해 결제 기능도 통합했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 안착하진 못한 상태다. ‘타다 베이직 너머’가 필요한 토스와 타다로선 기회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장은 “택시가 아닌 모빌리티업계의 시야에서 보면 통합검색·결제 서비스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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