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9주년 맞은 SK그룹, 최종현·최태원 부자 경영철학 빛나
‘사회적 가치 추구’ 최종현 선대회장·최태원 회장 닮은 꼴 경영
“우리는 사회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었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내세운 경영철학의 일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러한 ‘사회적 가치 추구’ 철학을 물려받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SK그룹이 8일 창립 69주년을 맞은 가운데, 최종현 선대회장과 아들인 최태원 회장의 기업가 정신에도 관심이 몰린다. 최종현 선대회장과 아들인 최태원 회장의 경영방식은 그 결이 비슷하다. 기업의 이익실현 및 성장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제고,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앞장선 최종현·최태원 부자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전개발과 이동통신사업 등을 앞세워 산업보국을 실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1980년 정부로부터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한 최 선대회장은 석유화학과 필름·원사·섬유 등을 일괄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중화학 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이동통신사업으로도 눈을 돌렸으며,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통신 산업에 진출했다. 통신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하면서 세계 이동통신시장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BBC(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를 중심으로 국가경쟁력을 키웠다. SK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글로벌 시장 투자금 48조원 중 80%인 38조원은 BBC 분야에 투자됐다. 전기차 배터리 투자금이 19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반도체는 17조원, 바이오는 2조원으로 전체 글로벌 투자금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BBC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는 강하다.
최 회장은 채권단 관리 시절 생존이 불확실하던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과감한 투자로 인수 직후 적자기업을 흑자로 전환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낸드 전문기업인 키옥시아에 4조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를 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SK를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켰다.
또 미국에 1조2000억원 규모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회사 사피온과 AI솔루션 개발 전문기업 가우스랩스를 설립하면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분야에도 집중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원을 만들고 있다. SK는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2곳을 보유한 데 이어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합작해 테네시와 켄터키에 공장 3곳을 추가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 공장이 완공되면 SK의 배터리 생산 규모는 150.5GWh(기가와트시)가 된다.
SK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뇌전증 치료 신약 개발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개발에 주력하면서 K-바이오의 중심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으로 분산됐던 의약품 생산기업을 통합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SK팜테코를 설립한 뒤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다
최 선대회장이 초점을 맞춘 또 다른 활동은 인재양성과 숲 가꾸기다. 선대회장은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세워 인재 양성에 나섰다. 선발된 장학생들에게는 해외대학 등록금과 5년간 생활비를 지원했다.
안정적인 장학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나무 심기도 시작했다. 충남 천안시 광덕산, 충북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지에 황무지를 사들여 임야를 조성했다. 이러한 조림지들은 장학사업을 위한 재원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제거 및 산소 생산이라는 차원에서 녹색 공헌 사업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선대회장의 사회적 가치 추구 철학을 ESG 경영으로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의 주문에 따라 SK㈜ 등 8개 관계사는 지난 2020년 국내 기업 최초로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RE100에 가입했다.
또 SK 최고경영진은 지난해 7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것)를 조기에 달성하자고 공동 결의했다. SK에 따르면, 탄소감축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SK만의 독자 조직인 탄소감축인증센터도 구축했다.
SK 관계사들은 다양한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에너지 관련 관계사들과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한 뒤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부터 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 체인 구축에 나섰다. SK는 오는 2025년까지 총 18조원을 투입해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SK건설은 지난해 23년 만에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하고,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2020년 9월 폐기물 처리업체 EMC홀딩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수소연료전지와 해상풍력 등 친환경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내 친환경 사업 분야 R&D 인력과 역량을 결집해 그린 비즈니스 신기술 개발을 전달할 연구시설인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 조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경기 부천대장신도시 내 약 9만9000㎡(3만여 평)에 들어설 인 연구시설에는 SK이노베이션 등 7개 관계사의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 인력 등 3000여 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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