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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aS 생태계 성장 위해 지자체와 민간 협력 고민해야 [인사이트&뷰]

모빌리티 패러다임, 소유와 공유 지나 통합의 시대로 진화
MaaS 생태계 활성화 위해 장기적인 전략과 지원 정책 필요

 
 
 
AI 기반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네이버스. [사진 네이앤컴퍼니]
필자는 미국에서 유학생활과 회사생활을 했었다. 우스갯소리로 우유 하나 사러갈 때도 차를 끌고 나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이동에 있어 자동차는 필수였다. 운전면허가 없는 경우에는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번갈아가며 라이드(동승)를 부탁해야 했고, 서로의 일정과 목적지를 맞추는 게 무척 불편했다. 콜택시도 있었지만 배차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하루 100km 이상 왕복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에서 비용이 큰 부담이었다.  
 
그렇기에 미국 생활에 있어 자동차의 소유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루는 회사 회식을 하고 모두 주차장으로 이동하는데 한 동료가 식당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택시를 기다린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승용차에 돈을 내고 탑승하는 모습을 봤다. 우버(Uber)의 등장이었다. 앱을 통해 호출도 간편하게 할 수 있고, 요금도 택시 대비 30~50% 저렴해서 장거리 이동에도 부담이 없었다.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짚어낸 우버는 2010년 출시 이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소유의 시대를 넘어 온디맨드 형태의 공유의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이후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전통적 이동수단인 대중교통, 택시, 기차뿐만 아니라 공유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이동을 위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해진 교통수단은 오히려 사용자에게 최적 경로 선택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게 됐다. 경유지마다 교통수단별 앱들을 각각 실행하여 경로 검색, 가격 비교, 결제를 해야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관리의 폭도 넓어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핀란드의 윔(Whim)이 등장했다. 헬싱키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모빌리티 스타트업 마스글로벌(MaaS Global)이 “The Netflix of Transportation”을 표방하며 출시한 서비스다. 윔은 분산되어 운영되는 이동 수단을 통합하고, 실시간 도로상황, 날씨, 비용까지 고려된 맞춤형 길 찾기와 월 구독형 무제한 교통비 결제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윔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소유와 공유의 시대를 지나 통합의 시대로 진화한 것이다.  
 
윔이 주도하고 있는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는 흔히 MaaS(Mobility as a Service)라 불린다. MaaS의 개념이 생소하다면 AI 이동 비서로 이해해도 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가야한다면 대중교통부터 시작해서 비행기, KTX, 고속버스, 선박 등 이동을 위한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경유지마다 여러 앱을 번갈아가며 사용해야 되고 결제도 각각 진행해야 한다. 분산되어 있다보니 환승 할인이나 마일리지 교환 등의 금전적인 혜택은 생각할 수도 없다.
 

태동 단계 국내 MaaS 시장...최적화된 인프라 활용해야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AI 이동 비서 MaaS이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통합한 MaaS는 제주도라는 목적지만 입력한다면 사용자에게 가장 빠르고 저렴한 이동 경로를 실시간 추천한다. 예약 및 결제도 앱 하나로 가능하다. 또한 월 구독형 무제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제공하고, 해외 이동 시 모빌리티 로밍 서비스도 가능하다. 마치 비서처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목적지까지 끊김없고 편리한 이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MaaS Alliance에 따르면 MaaS의 고도화 단계는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레벨1 정보의 통합, 레벨2 검색·예약·결제의 통합, 레벨3 구독 기반의 서비스 통합, 레벨4 정책의 통합이다. 상용화를 넘어 대규모 투자유치로 사업을 확장 중인 핀란드 윔, 스웨던 유비고, 독일 킥시트 등 글로벌 MaaS 기업은 대부분 레벨3에 포진되어 있다. 단일 플랫폼 내에서 이동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고 있고, 국가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 MaaS 시장은 아직 태동 단계이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쏘카 등 국내 IT 대기업과 필자가 설립한 회사를 포함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이제 막 레벨2를 벗어나 레벨3로 진입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고, 동종업계를 넘어 이종간 합종연횡으로 시너지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MaaS를 향한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시프트는 계속 진행 중이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 늦은 출발이지만 대한민국처럼 MaaS에 최적화된 나라도 없다고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 결제 및 환승 시스템,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와 퍼스널 모빌리티, 초고속 통신망,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 촘촘한 도로 등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러한 장점을 살려 MaaS와 관련된 다양한 R&D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 등이 대표적이고, 대구, 대전과 같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인 MaaS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T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도 일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제는 윔의 성공모델을 내재화하여 국내 MaaS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역할을 명확히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의 스탠스가 중요하다. 윔이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핀란드 정부와 헬싱키시의 적극적인 혁신 의지 덕분이었다. 윔과 같은 MaaS 기업의 성장을 위해 국가적 11가지 디지털 혁신과제에 MaaS를 포함하고, 법률 제정, 예산 편성, 민관 협의체 구성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인프라 위에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어 MaaS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으로 사업을 이끌었다.  
 
한편, 국내의 경우 아직 지자체와 민간 기업의 역할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윔과 같은 상생관계보다는 상호간 부속 관계 또는 경쟁 관계로 귀결될 수도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의 경우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생존이 달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정부의 장기적인 MaaS 전략과 지원 정책을 도출할 때이다. 지자체 역시 민간 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협력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MaaS 인프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 MaaS 생태계 발전을 위한 각자의 역할이 명료해진다면 세계 최초로 MaaS 레벨4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친환경 마스(Maas) 플랫폼 ‘네이버스(NEIBUS)’로 주목을 받고 있는 청년 창업가다. 버스, 지하철, 공유 자전거, 전동 킥보드, EV 등 도심속 친환경 이동 수단을 통합해 최적 길 찾기 및 결제는 물론 탄소발자국 모니터링과 친환경 이동에 대한 리워드 토큰까지 제공하는 대한민국 넘버원 친환경 마스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다. 

심성보 네이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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