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고에” 안전불감증 도마 위…유통 기업들 ‘발등에 불’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부터 SPL 공장 인명피해까지
연이은 안전사고에 안전 관련 조직 정비, 점검 강화
“ESG경영·위기경영 시대, 변화 빠르게 수용해야”
최근 식품·유통업계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업들이 안전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월27일부터 정부가 50인 이상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업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고, 특히 유통업계는 최근 몇몇 기업에서 발생한 인명피해에 더 경각심을 갖고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방훈련, 안전관리팀 신설…연이은 사고에 점검 ‘강화’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전 관련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식품·유통업계가 기존에 갖춰져 있던 안전 관련 조직을 정비하거나 내부적으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8일 명동 본점에서 비상사태 대비 소방훈련을 진행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소방훈련은 기존에 두 달에 한 번씩 본사에서 전 지점 점검 차원에서 하고 있지만, 이번엔 대표이사도 같이 참여해 과정을 꼼꼼히 살폈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하던 점검이지만 최근 유통업계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점검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취지도 있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쇼핑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바꿨고, 별도 안전관리팀을 신설해 전문가들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또 기존엔 안전 관련 사항들을 자체적으로 점검했지만, 최근엔 외부 기관을 통해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안전 관련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내부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외부 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안전사고 예방 활동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모든 매장에 안전관리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기존 안전관리팀과 품질관리팀을 하나로 모아 ‘안전품질담당’ 부서를 신설하며 임원급 조직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8월 전 점포에 안전관리자 배치를 완료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에 따르면 현재 법적인 안전관리자 직접고용 의무 사업장은 그룹 본사 1개, 백화점 점포 8개(직영사원과 50인 미만 소규모 도급인력 합쳐 300인 이상 사업장)이지만 법적 의무가 없는 점포들에도 모두 배치했다.
지난달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난 화재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현재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전반적으로 점포별 철저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사건으로 유통업계 1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 대상에 올랐다.
ESG·위기경영 중요성, 중대자해법까지…“변화에 대응해야 생존”
지난 15일에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는 20대 근무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L은 파리바게뜨 등에서 쓰이는 휴면 반죽을 비롯해 빵과 샌드위치 등의 완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으로, SPC그룹 파리크라상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희생자는 만 23세의 여성으로, 15㎏ 안팎의 소스 통을 혼자 들어서 붓다가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기계에 빨려 들어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공장에서는 이 사건 전에도 비슷한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에는 생산라인 벨트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의 손이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고 이틀 뒤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21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안전 관리에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하며,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보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지난달 사고 발생 당일이었던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찾아 “오늘 발생한 지하 주차장 화재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이신 직원분과 지역주민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연이은 식품·유통업계의 사고와 관련해 ‘위기 경영의 시대’에 변화를 더 빠르게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지금 세상은 ESG 경영 시대로 완전히 변화해 시대 변화에 적응 못 하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이제 경영자가 안전사고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적이고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하고, 뚜렷한 조치를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전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인명피해는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뉴얼을 세팅하고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세워 훈련하고 있다”며 “안전사고는 매일 대비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사고 확률을 낮출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PL 공장 사고는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한 사고였다고 생각돼 대응책에 아쉬움이 든다”고 전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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