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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경계태세 강화하는 연준이 몰고 올 후폭풍?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에서 본
주식·채권 시장의 대혼란 양상

 
 
11월 2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 설치된 TV화면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발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1월 1일 (현지시간) 4번째 자이언트 스텝(0.75%p)을 밟는 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연준, Fed) 의장의 입은 단호했다.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의 말은 그동안 베어마켓 랠리로는 지나치게 오른 주가를 눌러버렸다. 12월 빅스텝(0.50%)을 밟더라도 내년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번 결정으로 4.0%가 된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5%이상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현재로서는 2023년 금리인하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용지표는 여전히 강하다. 달러는 다시 강해졌고 채권 금리는 튀어 올랐다.    
 
세계적으로 채권 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유동성 불일치(미스매치)는 점점 실제화 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시스템 리스크가 채권시장에서 가시지 않았다. 10월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석유기업, 금융업 등의 호황에 힘입어 46년만에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랑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은 석유재벌에 횡재세를 물리고 싶었다. 14%의 월간 상승폭은 1976년 이후 46년 만의 최대치다. 다우지수의 높은 상승률은 애플,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호실적을 내지 못한 빅테크 주식이 산재한 나스닥 상승률(4.0%)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채권시장의 성적표는 어떨까? 작년 말 다우지수는 36,338.30이었다. 10월 31일 32,732.95였으니 9.92% 하락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말 1.498%에서 10월 31일 4.077%로 마감했다. 채권 가격은 족히 20%가량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채권 손실율은  0.44%였다. 채권시장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으로 대학살을 당한 것이다.    
 
미 국채는 만기 1개월~30년까지 있다. 10년물은 중간 정도로 경기나 물가 전망을 가장 잘 반영한다.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 글로벌 채권 금리와 잘 연동돼 움직인다. 환율, 주가와 상관관계가 민감한데 이번 파월의 발언으로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한 채권의 추억이 떠오른다. 2020년, 2021년 연달아 외환보유액 확충을 위해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가 유로화 채권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다. 당시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한 유로 지역은 투자가가 액면가에 웃돈을 얹어 주고 채권을 사는 격이었다. 예를 들어 만기에 100원하는 것을 웃돈을 주고 102원으로 샀다는 의미다. 
 
지금 생각하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는지, 채권 시장의 버블이 얼마나 심했는지 쓴 웃음이 나온다. 더 문제는 유동성이 낮은 장기·저신용 채권까지 많이 샀다는 점이다. 채권 시장 환경이 취약하다면 채권을 매각하는 게 어려워 출구를 찾는 펀드 투자자를 쉽게 패닉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 위기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미스매치에 의한 채권투매위험이 존재한다. 
 
채권시장의 ‘펀드런’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잠재울 무기가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 막대한 자금이 미국 채권시장에 몰렸다. 개방형 채권펀드의 운용 규모는 2008년 말 9158억 달러에서 2021년 말 5조6000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배가량 확대했다. 양적 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면 환매 압박이 커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그 폭락의 서두에서

 
30년 모기지 금리가 7%가 넘은 상황에서 신규 주택 구입은 언감생심이다. 주택 가격이 내리고 있지만 임대료에 반영되는 속도는 매우 더디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 (GDP)도 생각보다 높은 2.6%(전기 대비 연율)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개인소비지출이 호조이다. 금리인상기에 채권과 주식 시장이 폭락했는데도 미국 가계가 잘 버티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비결은 초과저축에 있다. 
 
2020년 3월에서 2021년 8월 사이 미국 가계는 2.2조 달러의 초과저축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이중 0.7조 달러를 사용했다. 여전히 1.5조 달러라는 초과저축은 미국 가계의 소비여력이다. 그러나 이제 시장은 달라졌다. 끝까지 버티던 미국 집값이 지난 7월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소 주택담보대출 업체 중에는 파산하는 곳도 생겼다. 블룸버그는 현 주택시장이 15년 전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 이후로 최악의 수준이 될 수 있다고까지 했다. 
 
9월 미국의 주택 가격은 이미 2009년 주택 부동산시장 붕괴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을 기록했다. 10월 미국 주택건축 업체들의 신뢰도가 거의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주택 시장을 강타한 2020년 봄을 제외하고는 2012년 8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금리 인상 전망과 고금리는 주택 시장 위축과 매수 감소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두가 약한 경기 침체를 소망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집값 하락폭은 10~15%로 훨씬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가계는 자산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고 미국의 성장률은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각국의 채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대혼란으로 향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 시장을 바라본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된다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중국과 일본은 언제든 미 국채를 던질 준비를 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자산 시장에 제대로 대응할 준비를 잘 해결하고 있는 지 제대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경기침체가 우리를 옥죌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대폭 인상하면서, 한미 양국의 격차는 다시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보폭을 맞춰야하는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남은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래저래 주식·부동산·채권 시장에서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증가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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