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압박’ 서울둔촌부터 지방까지 분양성적에 ‘조마조마’
규제완화에도 고금리·집값하락 우려 매수세 미미
미분양 우려에 ‘분양가 할인’ 등 파격 조건 등장
연이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 속에 서울 둔촌주공부터 수도권, 지방의 주요 분양 단지들이 분양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 등 규제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집값 하락우려에 청약시장도 얼어붙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24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물가 및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연속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속도 조절에 나선 점은 다행이지만, 금융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3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25%로 2.75%p나 뛰었고, 대출 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기준금리 상승 폭(0.25% 포인트)만큼만 더 높아져도 현재 7%대 후반인 대출금리 상단은 조만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연내 8%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내년 초 최고 3.75%까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9% 금리' 시대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완화에도 고금리·집값하락 우려에 매수세 ‘꽁꽁’
이에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도 흥행 여부를 두고 초긴장을 더해가고 있다. 자금 조달 부담과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 분양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분양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 25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섰다. 청약 일정은 오는 12월 5일 특별공급, 6일 1순위, 7일 2순위 순으로 진행한다.
이 단지는 3.3㎡당 일반분양가는 3829만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용면적 59㎡는 9억7940만~10억5190만원, 전용면적 84㎡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전용면적 59㎡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지만 전용 84㎡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해 청약경쟁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둔촌주공이 청약 미달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계약분이 발생할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해 전매제한 8년, 의무거주기간 2년이다. 재당첨 제한은 10년이다. 당첨 후 계약을 하지 않을 시 이후 청약 기회가 크게 제한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여기에 ‘로또 청약’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지 주변 신축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하락해 시세 차익 기대감은 사라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11일 최고가(23억8000만원)보다 7억원 하락한 1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둔촌주공 전용 84㎡ 분양가보다 3억원 이상 비싼 수준이지만, 강동구와 송파구 입지 차이를 고려했을 때 '여력이 된다면 3억~4억원을 더 주고 송파구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라는 시선이 나온다.
둔촌주공뿐 아니라 분양 예정인 단지들은 최근 찬바람이 불고 있는 분양시장 분위기에 불안한 모습이다. 실제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전년대비 3배나 늘어나며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의 미분양 물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1만3842가구 수준이었지만, 올해 9월에는 4만1604가구로 1년만에 2만7762가구나 증가해 전년대비 200.6%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분양 우려에 ‘분양가 할인’ 등 파격조건 제시도
이는 잇따른 금리 인상에 건설사들이 더 이상 분양을 미루면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이유가 크다. 최근 금융시장 경색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환 대출도 쉽지 않은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세도 가파른 상황이다.
이에 건설사들의 ‘분양가 할인’ 등 파격적인 계약 조건 제시도 이어지고 있다. ▶계약금 축소 ▶중도금 무이자 ▶확정 고정금리 이자후불제 등 지방에서나 볼 수 있던 마케팅이 수도권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삼성에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도금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확정 고정금리 이자후불제’로 제공해 대출실행 시 확정 고정금리를 초과하는 경우 사업주체가 이를 부담하기로 했다. 내달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는 GS건설의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중도금 전액 이자 후불제 혜택을 적용해 계약금 10%만 있으면 입주 시까지 자금 부담이 없다.
서울 강북구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몸값을 낮췄다.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최초 분양가보다 15% 할인한 금액으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청약 접수를 시작한 이 단지는 최근 1가구에 대해 5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계약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곳도 생겨났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계약만 하면 4회차 중도금까지 무이자 혜택을 주고 현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동시에 발코니 공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밀어내기 분양, 준공 후 미분양 증가를 거쳐 할인 분양까지 급증하면 그 때가 본격적인 위기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입지적 장점이 있는 곳들은 금리 영향을 피해 좋은 분양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등 시선이 엇갈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제로 금리에 가까웠던 수준에서 지금 3%대까지 올라갔으니까 조금 부담을 좀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적응을 하게 된다”며 “금리는 분양 쪽에서는 크게 아주 악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결국에는 입지나 가격적인 메리트 같은 장점들을 좀 갖추고 있으면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청약을 하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반면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주 싸고 대단지 같은 곳은 지방도 분양받을 것이다”며 “하지만 옛날에는 ‘묻지마 청약’이었는데 지금은 분양가 자체가 메리트가 없고 대출 이자 부담도 크니까 분양메리트가 줄어 미분양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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