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컴퍼니(3) 삼구그룹]사원은 앉아서, 사장은 서서 결재
[스트롱 컴퍼니(3) 삼구그룹]사원은 앉아서, 사장은 서서 결재
‘39쇼핑’으로 대표되는 삼구그룹에는 2개의 조직계보가 있다. 6개 계열회사별로 분리된 수직적 조직이 그 하나이고 회사의 영역을 뛰어넘어 부문별로 구분된 수평적 조직이 그 두 번째이다. 수직적 조직 구분은 어떤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것. 문제는 ‘부문(部門)’이라 불리는 수평적 조직의 존재다. 예컨대 39쇼핑 감사인 이종원 상무(2부문장)는 39쇼핑의 재무팀 뿐만 아니라 ㈜삼구·드라마넷의 재무팀까지 모두 총괄한다. 회사의 구분이 없다. 그런가 하면 6부문장인 조항준 부장은 신규사업팀·제휴사업팀은 물론 전혀 성격이 다른 광고팀과 제도개발팀까지 관장한다. 영역의 구분이 없다. 그렇다고 이 계보가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부문장이 바뀌면 그의 능력에 따라 팀이 다시 들쑥날쑥으로 늘어나고 줄어든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법인·업무영역에 따른 사업부문의 구분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람 중심의 업무 구분이다. 따라서 결재라인도 회사와 업무영역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수시로 바뀐다. 그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다.
‘사람’따라 결재라인 종횡무진 때문에 법인·업무영역에 따라 획일적으로 구분돼 있는 조직의 생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종횡무진으로 얽혀 있는 삼구그룹의 이상한 조직 계보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다. 그룹총괄사장인 박경홍 사장은 자금관련 업무를 제외한 다른 업무에는 결재권이 없다. 그룹기획실장과 ㈜삼구·39쇼핑·삼륭개발 대표이사인 김일형 전무가 최종 결재권자다. 그러나 김전무도 하루 결재서류가 10건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은 부문장 전결이다. 이 회사의 압권은 결재방식이다. 각 부문장이나 팀장은 결재를 받기 위해 김전무 방을 찾지 않는다. 김전무가 하루에 2∼3회씩 모든 사무실을 돌며 현장에서 직접 결재를 해 주기 때문이다. 결재받는 부하직원은 앉아서 서류를 내밀고 최종 결재권자인 김전무는 선 채로 사인을 해 주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진다. 누가 상사이고 부하인지 도무지 헷갈린다. 이러다 보니 경영자끼리 사실상 결정해 놓은 프로젝트를 실무자가 뒤집어 버린다. 적자와 부실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케이블TV 업계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39쇼핑을 비롯한 삼구그룹의 급성장을 이해하려면 이런 기업문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과 순발력 그리고 전문성이 이 회사가 버티고 있는 3대 정신이다. 세계 유수의 경제인들이 평생 한 번만이라도 실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지난해 12월29일자에 한국의 경제위기 관련기사를 게재하면서 삼구그룹의 박경홍 사장을 ‘He’s What Korea Needs’라는 타이틀의 박스기사로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 포천은 삼구의 기업체질을 ‘More Familiar in Silicon Valley Than in Seoul’이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에도 희망이 있다고 썼다.
포천, ‘실리콘 밸리 같은 기업’소개 이 그룹의 주력기업인 39쇼핑은 방송 첫 해인 95년에 29개 케이블TV 중 유일하게 3천8백만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래 96년 6억7천만원, 97년 30억원의 흑자를 이룩했다. 서울시내 모든 백화점의 바겐세일 매출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연말에도 39쇼핑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중요한 것은 매출 상승이 아니라 순이익의 급증이다. 박사장은 ‘Strong Company’를 ‘이익(Profit)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한 파티석상에서 ‘GE의 매출(Gross Sales)이 얼마냐’고 물었을 때 ‘매출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순이익(Profit)이 얼마인지는 안다’고 대답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해 온 한국적 기업풍토와는 접근방법이 다르다. 모든 경영 노하우는 순이익을 많이 올리는데 집중돼 있다. 그 절대 변수인 비용을 절감하는데 당연히 기업의 모든 역량이 동원된다. 그러다 보니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 24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사에 스튜디오가 하나밖에 없다. 카메라가 이쪽 저쪽을 옮겨 다니며 계속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카메라가 정신없이 돌아가는데도 스튜디오엔 카메라맨이 없다. 카메라맨은 주조종실에 앉아 엔지니어를 겸하며 리모컨으로 카메라를 조작한다. 사람을 쓰는 일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2백50명의 텔레마케터가 고객들의 상품주문을 동시에 접수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콜센터를 갖추고 있지만 텔레마케터 수는 1백명에서 2백50명까지 수시로 변한다. 명절 등 성수기에는 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한다.
현실안주 용납않는 무한경쟁 풍토 이같은 순발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실험정신. 고정관념의 파괴가 일상사처럼 돼 버린 기업문화 풍토에서 직원들은 기발한 상상력을 총동원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그런 과정에서 경쟁기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노하우가 하나씩 축적돼 왔고 이제 그것이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무기가 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펀드인 CCAL과 AFIC가 지난 연말 비상장회사인 삼구의 주식을 액면가보다 약 7배 비싼 가격에 매입, 각각 5백만 달러를 투자한 사실만 보더라도 삼구의 경영성적표가 대외적으로도 인증됐음을 알 수 있다. 삼구는 올해 약 1억 달러의 해외자본을 더 유치할 계획이다. 역동적인 기업문화로 상식을 뛰어넘는 고성장을 구가해 온 삼구의 내재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국제통화기금(IMF)시대라고 하지만 해외자본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에도 변신은 거듭된다. 경제상황 변화와 함께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제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삼구는 창업 때부터 유지해 온 연봉제를 더욱 발전시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될 새 연봉제는 연봉의 16분의 12, 즉 매달 지급되는 월급은 고정급으로 하고 나머지 16분의 4, 즉 보너스에 해당하는 부분은 능력과 성과에 따라 각각 차등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 전체 연봉의 4분의 1을 변동급으로 하고 그 총액 범위 안에서 개인별로 차등을 두는 것이다. 연봉 자체는 1년간 고정되는 다른 기업의 연봉제와는 다르다. 자신의 업무성과에 따라 연봉 총액 4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다른 직원에게 급여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한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은 연봉 총액을 놓고 동료간에 경쟁을 벌이면서 그 연봉의 4분의 1을 놓고 다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기업풍토가 냉정할 정도로 직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도전하도록 하고 그 도전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의 공간을 한없이 넓혀 줌으로써 IMF한파라는 삭풍 앞에서도 고성장을 구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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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따라 결재라인 종횡무진 때문에 법인·업무영역에 따라 획일적으로 구분돼 있는 조직의 생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종횡무진으로 얽혀 있는 삼구그룹의 이상한 조직 계보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다. 그룹총괄사장인 박경홍 사장은 자금관련 업무를 제외한 다른 업무에는 결재권이 없다. 그룹기획실장과 ㈜삼구·39쇼핑·삼륭개발 대표이사인 김일형 전무가 최종 결재권자다. 그러나 김전무도 하루 결재서류가 10건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은 부문장 전결이다. 이 회사의 압권은 결재방식이다. 각 부문장이나 팀장은 결재를 받기 위해 김전무 방을 찾지 않는다. 김전무가 하루에 2∼3회씩 모든 사무실을 돌며 현장에서 직접 결재를 해 주기 때문이다. 결재받는 부하직원은 앉아서 서류를 내밀고 최종 결재권자인 김전무는 선 채로 사인을 해 주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진다. 누가 상사이고 부하인지 도무지 헷갈린다. 이러다 보니 경영자끼리 사실상 결정해 놓은 프로젝트를 실무자가 뒤집어 버린다. 적자와 부실의 대명사처럼 돼 버린 케이블TV 업계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39쇼핑을 비롯한 삼구그룹의 급성장을 이해하려면 이런 기업문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과 순발력 그리고 전문성이 이 회사가 버티고 있는 3대 정신이다. 세계 유수의 경제인들이 평생 한 번만이라도 실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지난해 12월29일자에 한국의 경제위기 관련기사를 게재하면서 삼구그룹의 박경홍 사장을 ‘He’s What Korea Needs’라는 타이틀의 박스기사로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 포천은 삼구의 기업체질을 ‘More Familiar in Silicon Valley Than in Seoul’이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에도 희망이 있다고 썼다.
포천, ‘실리콘 밸리 같은 기업’소개 이 그룹의 주력기업인 39쇼핑은 방송 첫 해인 95년에 29개 케이블TV 중 유일하게 3천8백만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래 96년 6억7천만원, 97년 30억원의 흑자를 이룩했다. 서울시내 모든 백화점의 바겐세일 매출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연말에도 39쇼핑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중요한 것은 매출 상승이 아니라 순이익의 급증이다. 박사장은 ‘Strong Company’를 ‘이익(Profit)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한 파티석상에서 ‘GE의 매출(Gross Sales)이 얼마냐’고 물었을 때 ‘매출은 얼마인지 모르지만 순이익(Profit)이 얼마인지는 안다’고 대답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해 온 한국적 기업풍토와는 접근방법이 다르다. 모든 경영 노하우는 순이익을 많이 올리는데 집중돼 있다. 그 절대 변수인 비용을 절감하는데 당연히 기업의 모든 역량이 동원된다. 그러다 보니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 24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사에 스튜디오가 하나밖에 없다. 카메라가 이쪽 저쪽을 옮겨 다니며 계속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카메라가 정신없이 돌아가는데도 스튜디오엔 카메라맨이 없다. 카메라맨은 주조종실에 앉아 엔지니어를 겸하며 리모컨으로 카메라를 조작한다. 사람을 쓰는 일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2백50명의 텔레마케터가 고객들의 상품주문을 동시에 접수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콜센터를 갖추고 있지만 텔레마케터 수는 1백명에서 2백50명까지 수시로 변한다. 명절 등 성수기에는 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한다.
현실안주 용납않는 무한경쟁 풍토 이같은 순발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실험정신. 고정관념의 파괴가 일상사처럼 돼 버린 기업문화 풍토에서 직원들은 기발한 상상력을 총동원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그런 과정에서 경쟁기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노하우가 하나씩 축적돼 왔고 이제 그것이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무기가 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펀드인 CCAL과 AFIC가 지난 연말 비상장회사인 삼구의 주식을 액면가보다 약 7배 비싼 가격에 매입, 각각 5백만 달러를 투자한 사실만 보더라도 삼구의 경영성적표가 대외적으로도 인증됐음을 알 수 있다. 삼구는 올해 약 1억 달러의 해외자본을 더 유치할 계획이다. 역동적인 기업문화로 상식을 뛰어넘는 고성장을 구가해 온 삼구의 내재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국제통화기금(IMF)시대라고 하지만 해외자본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에도 변신은 거듭된다. 경제상황 변화와 함께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제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삼구는 창업 때부터 유지해 온 연봉제를 더욱 발전시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될 새 연봉제는 연봉의 16분의 12, 즉 매달 지급되는 월급은 고정급으로 하고 나머지 16분의 4, 즉 보너스에 해당하는 부분은 능력과 성과에 따라 각각 차등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 전체 연봉의 4분의 1을 변동급으로 하고 그 총액 범위 안에서 개인별로 차등을 두는 것이다. 연봉 자체는 1년간 고정되는 다른 기업의 연봉제와는 다르다. 자신의 업무성과에 따라 연봉 총액 4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다른 직원에게 급여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한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은 연봉 총액을 놓고 동료간에 경쟁을 벌이면서 그 연봉의 4분의 1을 놓고 다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기업풍토가 냉정할 정도로 직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도전하도록 하고 그 도전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의 공간을 한없이 넓혀 줌으로써 IMF한파라는 삭풍 앞에서도 고성장을 구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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