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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초점]금리, 한동안 계속 오를 듯…

[시사초점]금리, 한동안 계속 오를 듯…

거의 모든 분야의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인들에게 활짝 열렸다. 모라토리엄(대외채무불이행)이라는 최악의 파국을 비켜갈 달러를 구하기 위해 치른 대가다. 지난해 성탄절 전야에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방선진 7개국(G7) 등 우방으로부터 1백억 달러의 외화자금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지원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97년 말과 올 1월의 다급한 외환부족 사태를 넘기는데 꼭 필요한 돈인 것만은 분명했다. 벼랑 끝에 선 우리나라로선 달러를 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 들어줄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는 국내 금융시장의 전면 개방과 개방시기의 대폭 단축이었다. 국내 금융산업의 준비가 덜 갖춰졌다거나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논리는 더 이상 먹혀들 여지가 없었다. 그 동안 외국인에게 찔끔찔끔 열어주던 주식과 채권시장의 빗장이 97년 12월 말까지 거의 대부분 풀렸고 나머지 제한도 올 연말까지는 완전히 없어질 예정이다. 우선 국내기업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한도가 지난해 12월30일 55%로 확대됐고 연말까지는 한도 자체가 완전히 폐지된다. 또 우호적 인수·합병(M&A)을 위해 외국인이 국내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아무런 제한이 없어졌다. 채권시장의 개방은 더욱 파격적이다. 정부는 그 동안 핫머니의 유출입을 차단한다며 채권시장 만큼은 한사코 개방을 미뤄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가 IMF와 미국에 제시한 개방폭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미 지난해 12월23일 회사채에 대한 외국인 1인당 투자한도가 철폐된데 이어 연말까지 국채와 특수채, 회사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장단기 채권시장이 외국인에게 완전히 개방됐다. 여기에다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처럼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군침을 삼키는 단기 금융상품들도 올 연초부터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더구나 올 3월께 CP처럼 만기 3개월짜리 재정증권이 발행된다. 일반기업보다 신용도가 훨씬 높은 정부발행의 단기 고수익투자상품이 생기는 셈이다. 외국금융기관의 국내금융산업 진출을 가로막아 왔던 각종 규제도 모두 풀린다. 올 3월부터는 외국은행과 증권사의 국내 현지법인 설립이 자유화되고 국내은행에 대한 소유지분제한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금융기관들은 국내에 자회사를 세우든지 아니면 입맛에 맞는 국내 금융기관을 사들이든지 편한대로 금융산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IMF와 미국측은 부실 은행과 종금사들에 대해 감자(減資) 및 부실채권의 완전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M&A에 앞서 거추장스런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 몸집 가볍고 깨끗한 상태에서 사들이겠다는 얘기다. 요즘 환율이라면 불과 몇억 달러만 있으면 시중은행 하나쯤은 쉽게 살 수 있다. 외국계은행들은 당장 정부가 출자를 약속한 서울·제일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중 정부지분을 매각할 때 외국계은행을 인수자로 생각하고 있는데다 감자와 부실채권 정리가 이뤄지면 헐값에 이들 은행의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올 2월이면 이자율의 상한선도 없어진다. IMF는 환율 안정을 위해 통화긴축과 고금리 유지를 대놓고 요구하고 있어 금리상승 행진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네자리수 환율과 30%를 넘나드는 실세금리는 누가 봐도 매력있는 금융시장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외환위기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개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비록 등을 떼밀리긴 했지만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현실이라면 차제에 낙후된 금융산업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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