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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늦어도 열달안에 신청하라

퇴직후 늦어도 열달안에 신청하라

노동부 신명 실업급여 과장은 요즘 “하루 아침에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바로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실업급여 때문이다. “6개월 전만 해도 고용보험 수급 자격이 있는 실직자들이 실업급여를 타가지 않아 골치였지요. 직원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라고 실직자들에게 전화를 하면 ‘내가 왜 실업자냐. 필요 없다’고 화를 벌컥 내며 전화를 끊기 일쑤였으니까요. 실업급여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대낮에 방안에 틀어밖혀 있는 실직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각 지방노동사무소의 담당 직원들에게 “안내 전화는 가급적 퇴근 시간 이후에 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이후 사정은 1백80도 달라졌다. 지방노동사무소마다 하루 수백명씩 몰려드는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일선 직원들은 그야말로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가 됐다. “어디라도 좋으니 제발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고 저마다 아우성이다. 실제로 97년 1백71명에 불과하던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올 들어 1월 하루 평균 1천2백명, 2월에는 1천6백50명으로 수직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이 시작된 96년 하루 평균 67명에 비하면 무려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고용조정(정리해고)의 법제화로 기업들의 본격적인 군살빼기가 시작되면 이 수는 하루 3천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노동부는 분석하고 있다. 사실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에게 실업급여는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노동부의 조사 결과처럼 실직자의 절반 이상이 5천만원에 못 미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모든 실직자가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고용보험에 들어 있어야 한다. 95년 7월 도입된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제도는 출범 당시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1천2백여만 근로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4백30만명만이 혜택을 받았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 10인 이상 사업장(5백78만명)으로 확대됐으며 3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6백24만명)으로 대상이 늘어난다. 정부는 대량실업사태의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7월부터 이 제도를 임시 근로자(고용기간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와 시간제 근로자(주 22시간 이상 30.8시간 미만)에게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약 15만9천명의 임시·시간제 근로자들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업급여 역시 공짜는 아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회사의 근로자들은 사업주와 함께 임금의 0.3%씩 매달 고용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 월급명세서에 적혀 있는 고용보험료 항목이 그것이다. 실직하기 전에 고용보험료를 12개월 이상 납입한 사람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직장에 1년 이상 근무했다 실직한 사람만이 자격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즉 직장 고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11개월만 다닌 사람은 실업급여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대량실업이 예상되는 올해 3월1일 이후 이직한 사람들에 한해 99년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6개월 이상 고용보험료를 납입해도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스스로 직장을 떠났거나 중대한 잘못을 저질러 해고된 경우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사직한 경우는 해당 안돼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들이 고용조정 방법으로 애용하고 있는 희망퇴직·명예퇴직은 물론 귀책사유가 없는 권고사직 등은 수급 대상으로 인정받는다. 또 기업의 도산·폐업 등으로 인한 실직과 두 달 이상의 임금체불, 석달 이상의 휴업 지속 등 생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거주지 관할 지방노동사무소 직업안정과를 찾아가 실업 사실을 신고하고 재취업을 위한 구직신청을 해야 한다. 이어 고용보험과에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서를 제출한다. 주의할 점은 실직한 지 10개월이 지난 뒤 신청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이 3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8개월이 지난 다음에 신청하면 겨우 2개월치밖에 못받는다. 노동사무소는 실업신고 접수 뒤 2주일 이내에 실업급여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해 준다. 여기서 자신이 지난 2주일 동안 실업상태에 있었으며 그 동안 구직활동을 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처음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인정받더라도 2주마다 노동사무소에 본인이 직접 출석해 실업 상태임을 인정받고 구직활동을 계속했음을 증명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직자들에게는 불편한 노릇이지만 실업자가 재취업한 이후까지 실업급여가 계속 지급되는 것을 막고 실업급여만 믿고 구직활동을 게을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복지병을 예방하기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실업인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 기간중 재취업하면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며 이 경우 실직자가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도 포함된다. 2주마다 실시하는 실업인정 절차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업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정받은 날 지방노동사무소의 직업지도관과 면담을 통해 근로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구직활동 증거로는 구직신청을 한 회사의 확인서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실업급여는 크게 구직급여와 취직촉진수당으로 나뉜다. 흔히 사용되는 실업급여라는 표현은 바로 이 구직급여를 말한다. 구직급여는 실직 전에 받던 상여금·수당·식대 등을 포함한 3개월분 임금총액을 셋으로 나눈 평균 임금의 50%를 2주 단위로 지급한다. 구직급여 지급기간은 현재 실직자의 연령과 피보험기간에 따라 60∼1백20일까지 차이가 난다. 당초 25세 미만 및 3년 미만 근속자의 경우 30일에 혜택을 받을 수 없었으나 실질적인 생계지원을 위해 법을 개정, 수혜기간을 늘린 것이다.

조기재취직수당·이주비 등도 지급 취직촉진수당은 조기재취직수당·직업능력개발수당·광역구직활동비·이주비 등이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격자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2분 1 이상 남기고 다른 직장에 재취업할 경우 구직급여 미지급분의 2분의 1을 지급하는 것이 조기재취직수당이다. 또 수급 자격鳧微? 노동사무소의 지시에 따라 재취업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 하루 5천원의 직업능력개발수당이 지급된다. 노동사무소의 소개로 거주지로부터 50㎞ 이상 떨어진 곳에서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 1박당 1만7천5백원의 숙박비와 실비의 교통비도 지급된다. 노동사무소가 소개한 직장에 취업하거나 직업훈련을 위해 이사를 하는 경우 이주 거리·동반자 수에 따라 4만3천∼34만8천원의 이사 비용도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노동사무소의 직업소개와 직업지도를 거부할 경우 2주 동안 구직급여 지급이 정지된다. 직업훈련 지시를 거부한 경우에는 4주간 지급이 정지된다. 구직활동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재취업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취업날짜를 다르게 신고한 경우, 사업주에게 허위로 구직증명을 발급받은 경우, 각종 신고 신청서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 등 부정행위가 드러나도 제재를 받는다.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이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부정수급액을 추징당한다. 부정수급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경우 추가징수는 면제받을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끝난 실직자라도 또 다시 60일 범위 내에서 실업급여액의 70%를 연장지급하는 특별연장급여제도를 실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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