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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정리가 급선무 입니다…”

“부실채권정리가 급선무 입니다…”

90년 3월 당시 이규성 재무장관이 1년3개월간의 취임기간을 뒤로 하고 이임식을 하던 날 재무부 직원들은 한결같이 “언젠가 다시 기회가 주어져 큰 일을 해야 할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8년만에 그는 김대중 정부의 초대 재정경제부장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동안 그는 교수로만 지냈다.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금융기관장 등 공직을 일절 맡지 않았다. 이임 후 미 하버드대학 연수를 다녀왔고 이어 91년 3월 충남 논산의 건양대 경제학과 교수, 95년 3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다. 조떼·금융과 기업경영, 한국경제와 금융, 금융발전론 등을 강의했다. 또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을 91년부터 2기 연속으로 6년간 지냈고 국내에선 최초로 시작된 포항제철의 사외이사도 맡아 사외이사제가 포철에 뿌리를 내리게끔 만들기도 했다. 63년 관료생활을 시작, 도중에 청와대 비서관과 최장수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주로 재무부에서 지낸 정통경제관료의 경험에 학계 등 비관료의 시각과 경험이 덧붙여진 것이다. 그런 그를 장관으로 임명된 지난 3월3일 밤 11시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만났다.

─취임을 축하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때 중임을 맡으셨는데요. “능력도 없는 사람이 맡아 부담이 큽니다. 어려운 시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주저되는 바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직에서의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도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동안 쭉 대학 교수로만 지내셨는데. “재무장관을 90년에 그만둔 뒤 8년 중 7년간을 대학에 있었습니다. 충남 논산의 건양대학교에서 4년,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3년 있었습니다. 그 동안 젊은이들과 잘 지냈죠. 사실 그간 학교나 여기저기서 얘기한 것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려고 정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당분간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금융공학전공 과정 교수로 계셨는데 금융공학이 무엇인지요. “건양대학교에 있을 때 국제대학원을 만들려고 노력했었습니다.(이번에 기획예산위원장으로 입각한) 진념 전 장관 및 김대영 전 차관들과 뜻을 같이 했었죠. 그런데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그렇다면 우리학교에 와서 테크노 경영대학원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과기원으로 옮겼습니다.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은 테크노경영대학원의 한 전공과정입니다. 당시 생각은 그러했습니다. 국내외의 금융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기법과 지식은 나날이 새로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전문가가 없다, 적어도 금융면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외국 전문가들의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난 T자형 또는 Π(파이)자형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방향을 정했습니다. 즉 기왕의 수학이나 컴퓨터, 통계이론, 재무이론 등에 대한 지식은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위험관리를 덧붙이면 T자형 전문가가 되고 다시 금융경영까지 덧붙이면 Π자형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2년 전에 은행과 보험, 증권회사 등에서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회사 추천을 받아 첫 신입생을 받아들였고 이 중 41명이 올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IMF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신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아요. 당시는 그냥 우리나라에 금융전문가, 국제금융전문가가 없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사실 이장관은 이전 재무부에서 제네바 재무관과 국제금융국장을 지내 국제금융에 아주 밝다. 오죽하면 장관시절 당시 국제금융국의 관리들이 “우리는 국장을 3명 모시고 있다. 국제금융국장과 실장 그리고 장관 등이 모두 국제금융통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을까)

─장관께서는 IMF 위기 원인이 기초경제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유동성 부족 등 금융상의 문제라고 보십니까. “글쎄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분명한 것은 우리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빈틈을 보인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마 그들도 우리가 금융위기에 빠지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돈이 이리저리 쏠리는 외국자본의 행동양식을 우리가 너무 모르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관께서는 재무부장관 시절 “두 발을 현실에 딛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현실주의자로 비쳐졌습니다. 앞으로의 경제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봐도 됩니까. “우리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은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 아닌가, 또 지금은 모두 다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패러다임도 이미 마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 방안을 철저하게 분석해 마찰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자율이 방임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규제를 풀었다고 해서 ‘나 몰라라’하는 공무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입니다. 사전적인 개입을 해서는 안 되지만 사후적인 모니터링은 해야 되지 않는가, 이것이 공무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공무원들이 업계의 애로점과 전문가들의 견해 등 모두 다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용과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재경부 공무원들에게 얘기했습니다. 통렬하게 고민하자고 말입니다.”

─어떤 문제가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또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면한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또 기업의 연쇄도산을 방지하고 물가고와 실업을 해결하는 것도 당면한 경제현안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금융기관의 통합문제는 차차 생각하겠습니다. 사실 우리 금융기관들은 점포수와 예금 늘리기 등 외형에만 치중해 왔고 경쟁력 문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 않느냐, 그래서 금융기관들도 스스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내실을 다져나가야 할 것입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함께 재경부도 그 방향으로 금융기관들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로 계시면서 정책의 우선순위들을 모두 세워놓으신 것은 아닙니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변수가 워낙 많아 다 바꿔야 할 상황 아닙니까. 예측이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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