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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幕뒤의 '윤게이트’]검증 안된 新기술에 놀아난 투자자와 언론

[추적/幕뒤의 '윤게이트’]검증 안된 新기술에 놀아난 투자자와 언론

희대의 사기꾼이냐, 한국의 빌 게이츠냐. 지난 11월13일 ‘수지 김’ 살인 혐의로 구속 수감된 윤태식(43)씨의 그간 행적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1987년 부인 수지 김을 홍콩에서 살해한 후 ‘납북 미수극’ 소동을 벌이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윤씨는 최근 벤처기업가로 변신, 화려한 삶을 살아왔다. 98년 9월 자신이 세운 생체인증 전문회사인 P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는 그간의 삶의 궤적과는 판이한 첨단 기술 벤처인으로의 길을 걸어왔다. 99년 12월 손가락의 땀샘을 추출해 생체인증이 가능한 지문인식 솔루션을 개발했다며 각종 언론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수출 능력배양 산업 선정업체로 지정되기도 했었다. 지난 7월에는 미국의 지문센서 생산업체 V사를 인수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수지 김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검찰에 기소당해 현재 수감중인 상태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그의 경력은 화려한 성공 신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중학 1년을 중퇴한 그는 78년 이후 무려 10여명의 여성과 혼인·동거했으며,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에 대해서도 ‘육군사관학교 대위 출신’‘대북한 특수공작원’‘홍콩 중문대학교 출신’‘83년 중국 민항기 사건 당시 대통령 특사 활동’등 거짓으로 포장했다. 그 후 86년 초 비디오 사업을 위해 홍콩으로 건너간 윤씨는 현지 교민의 소개로 부인 김씨를 만난 뒤에 홍콩 장기 체류 자격과 사업자금을 얻기 위해 정식 결혼했으나, 김씨의 과거 전력과 사업자금 등으로 불화를 겪다가 부인을 살해하고 결국 피랍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후 영화배급 사업을 하다 파산한 윤씨는 94년 방송국 직원의 신분증을 위조한 신용카드로 수억여원을 사용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96년 7월 출소했다. 그는 이후에도 내연여와 기업인들을 상대로 위폐감식기 및 대중국 사업 등을 명목으로 수천만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그간 업계에서도 전문 지식이 없는 윤씨가 최첨단 보안기술을 발표한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지만, 윤씨는 “수감 생활 중 아이디어를 얻고, 그후 독학으로 기술을 터득했다”고 각종 인터뷰에서 밝혔었다. 과연 윤씨는 어떤 경로로 회사를 성장시키게 된 것일까. 그리고 윤씨가 얘기하는 첨단 보안기술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아리송한 기술 인수 우선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세계적인 보안기술을 윤씨가 개발했느냐는 것이다. 2000년 3월 기자는 인터뷰를 위해 윤씨를 만났었다. 당시 윤씨의 설명은 이랬다. “맨처음 기술을 구상하게 된 것은 옥살이를 하던 94년. 수형 생활 중 내가 감옥에 가기 전 지갑을 분실해 신용카드로 거액을 인출당한 경험이 생각났고, 이때부터 컴퓨터 관련 책을 섭렵하며 공부에 빠져들었다. ‘지문으로 사용자 승인을 받는다면 비밀번호 유출 위험도 없을 텐데’하는 것이 다소 엉뚱한 나의 발상이었다. 출소 후 직접 기술을 개발해보니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기술을 개발하다 집도 날리고, 돈도 떨어져 자살을 결심하고 강변에 서기도 몇 번했다.” 96년 출소 후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구체화시켜 가기 시작했다. 우선 그가 개발한 지문인식 방법은 기존의 지문인식 기술과 접근 방법 자체가 달랐다. 기존의 기술들은 지문 이미지의 융선이나 골격만을 비교하는 단순 기술이었기에 에러율이 높았다. 또한 복제지문을 완벽히 감지해내는 기술도 개발되지 못한 상태. 그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피부에 퍼져 있는 땀샘 데이터를 추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율 분석에 의한 생체인증 패스워드’방식을 개발하게 된다. 지문 융기를 따라 퍼져 있는 땀샘들의 각도를 측정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또한 피부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땀샘을 통해 호흡한다는 점을 이용, 복제된 지문이나 잘린 손가락 등은 인식하지 못하게 돼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방식을 그는 핸드폰에 접목시켰다. ‘패스 바이오폰’이라 불리는 이 핸드폰에는 지문인식 센서가 부착돼 신용카드 대용으로 쓰일 수 있다. 신용카드사에서는 플라스틱 카드 대신 신용카드 번호가 내장된 핸드폰을 지급하고, 사용자는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핸드폰을 통해 대금을 결제한다. 물론 이때 본인 확인은 손가락을 센서에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카드사의 컴퓨터가 등록된 지문과 대조, 순식간에 거래승인을 해준다. 가맹점은 카드 매출기에 조그만 광학칩만 부착하면 된다. 그는 이 같은 신기술을 연구하다 벽에 부닥치면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등으로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월간지 신동아 12월호의 보도에 따르면, 윤씨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평소 가깝게 지낸 한 언론사 사장 부인의 소개로 알게 된 G콤(가명)이란 벤처회사를 그가 인수한 것일 따름이란 것이다. 언론사 사장 부인이 운영하는 건물에 지문(指紋)인식 장치를 개발하는 G콤이라는 벤처회사가 세들어 있었는데, 개발만 할 뿐 완제품을 내놓지 못한 G콤사가 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경영사정이 크게 악화됐던 것. 이미 상당한 컴퓨터 기술을 갖추고 있던 윤씨가 G콤을 지켜보고 있다가 특유의 친화력으로 엔젤(벤처사업 투자가)을 끌어들여 G콤을 인수하고, P사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씨와 초창기 사업을 같이 시작한 생체정보기술연구소장 P씨는 “윤씨가 사업 아이디어를 먼저 내놓았으며 이에 동조한 전문기술자들이 한데 모여 회사를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상용화 과연 가능한가? P사측이 생체인증이 가능한 지문인식용 센서가 부착된 휴대폰을 개발했다는 발표를 하자 각 신문·방송들은 윤씨의 성공스토리를 앞다퉈 다루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퍼져 있는 땀샘 추출을 통해 살아 있는 지문인지 아닌지 여부를 가릴 수 있으며, 센서를 휴대폰에 탑재해 지문으로 패스워드 입력을 대신해 줄 수 있다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신기술이란 발표였다. 과연 이 기술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 일단 P사의 바이오폰이 쉽게 상용화하기 힘든 기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관련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이 그동안 주장해 온 ‘땀샘 추출식’ 지문인증 방식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반도체 센서가 손가락의 미세한 땀샘까지 추출해 본인 여부를 가릴려면 고해상도의 센서가 필요하다. 적어도 1천dpi(1인치당 표현 가능한 점의 수, 디스플레이의 표시나 프린터로 인쇄할 때의 정밀도를 나타내는 해상도의 단위-편집자 주)는 되어야 땀샘까지 비교 가능한 지문을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 어디에도 아직 1천dpi급의 센서를 개발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만약 저해상도의 센서를 쓸 경우 지문 융선 비교 등 기존의 지문인식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결국 기존의 기술과 비슷한 내용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컨셉트만 부각하며 홍보한 셈이다.” 회사측도 자신들의 센서가 저해상도임을 시인했다. 이 회사의 생체정보기술연구소장 P씨는 “패스 바이오폰을 비롯한 바이오 인증 도구에 현재 5백dpi급의 센서를 쓰고 있다”며 “이경우 유아나 여성 등 미세한 지문의 땀샘은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지문 융선을 읽는 방식에 보완적으로 땀샘을 인식하는 방식이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P사가 애당초 밝혔던 기술과는 거리가 있다. 기술 개발을 발표하던 99년 말에는 당시 손가락의 ‘땀샘’을 인식할 수 있는 생체인증 방식이며, 땀샘의 각도를 파악해 본인 여부를 가리는 방식은 세계 최초라고 대대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기자의 이 같은 질문에 그는 “아마 홍보 효과를 노려 다른 기술과 차별화하기 위해 이 같은 문제점을 안 밝혔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99년 말 전세계를 놀라게 한 획기적인 기술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바이오폰은 아쉽게도 아직 세상에 나와 있지 않다. 여전히 실험실에서 시제품으로만 잠자고 있다. 윤씨가 2000년 9월 당시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가 얽혀 있다.

중동 22개국 기술수출 사실인가 윤씨는 2000년 3월 인터뷰 당시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어 ‘애니콜 바이오폰’이란 이름으로 9월 중으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로 한 계약이 끝났다”고 밝혔었다. 사정이 어떻게 바뀐걸까. 현재 이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는 K씨의 답은 이렇다. “바이오폰이 회사의 주력 아이템이었지만, 그간 이동통신 사업자로부터의 보조금에 관한 규정이 바뀌고, 삼성전자와의 계약도 틀어져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의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데에는 삼성측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삼성전자에서 우리 기술의 자세한 내용까지 다 오픈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의 핵심 기술력이 모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업무제휴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삼성전자의 입장은 반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9년 5월 삼성전자에 윤태식씨가 찾아와 직접 사업 설명을 했다. 당시로는 상당히 솔깃한 얘기가 많았다. 애니콜에 접목시킬 경우 뛰어난 신제품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기술협력 합의를 맺고 업무제휴를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반도체칩·센서 등 핵심부품이 어떤 기술로 만들어졌는지 좀 들고 와보라 연락을 해도 통 제품을 보여주지 않았다. 휴대폰과 연동해 기술 적용 테스트를 하기 위해 제품을 보자고 해도 무반응이었다. 말로만 계속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하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오히려 애니콜의 기술 소스를 공개하라고만 요구해 왔다. 결국 두세달 지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현재 바이오폰의 연구는 계획대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K사장의 말이다. 80∼90% 정도 완성된 단계이고, 곧 이를 마무리짓고 양산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현재 단말기 제조와 관련한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SK신세기통신과 BC카드·LG카드·삼성카드·다이너스카드 등과 업무제휴를 맺고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사장은 현재는 휴대폰 단말기 업체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의 결별 후 다음 타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과의 연동 문제 등 관련 인프라 구축도 난제다”고 얘기했다. 이처럼 사업이 지지부진한데 대해 그는 계속 “관련 사업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식었다”고만 답했다.

국정원 개입했나? 이처럼 상용화가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김재희 교수는 이 같이 얘기한다. “반도체 센서를 통해 지문을 인식하려면 정교한 센서가 필요하다”며 “땀샘 추출 방식이 연구는 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반도체 센서가 스크래치(긁힘)에 약하고, 정전기에도 취약하다는 것.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 오작동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땀샘 인식 방식이란 기본적인 컨셉트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P사는 지난 10월25일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왕자가 회장으로 있는 중동지역 다국적 IT그룹 AFEC사와 1억 달러 규모의 바이오인증 솔루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수출계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K사장은 “우리 회사가 수출하는 지문인증 솔루션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에서 인터넷 뱅킹·증권 거래·전자상거래·전자주민카드·전자의료보험카드 사업에 사용되는 온라인 인증체계”라며 “AFEC사는 앞으로 중동지역 22개국에 이와 관련된 장비를 회사로부터 구매해 공급하는 독점판매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에 전자주민카드나 인터넷 뱅킹을 지금 당장 시행할 PC 등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가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인터넷 등 IT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전자주민카드·전자의료보험카드 등이 도입 논의만 이루어지고 있는 수준임을 감안해 볼 때, 우리보다 관련 인프라가 미미한 중동지역에서 당장 이 같은 대량의 바이오 인증 솔루션을 수입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사장은 “중동지역의 바이오인증 솔루션 시장은 대략 연간 4억 달러로 추산된다“”며 시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 그대로라면 향후 3년간 전체 시장 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을 이 회사가 단독 점유하는 셈이다. K사장은 이에 대해서도“아직 중동지역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회장으로 있는 그룹이라 충분히 이같은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1억 달러 수출계약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기자는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협의된 계약이냐는 것이 기자의 질문이었다. K사장은 “아직 수출신용장(L/C)을 오픈하지 않았으며 계약은 그 바로 전단계까지 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3년간 1억 달러 수출이라는 숫자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내년 3월부터 물건이 선적될 계획”이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의 “그렇다면 내년 3월 첫 선적 물량은 얼마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실무자에게 전화를 걸고, 상의를 거친 후 “예상치는 나와 있지만 정확한 물량은 아직 얘기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국정원 개입했나 또 다른 의혹의 초점은 국정원의 개입여부다. 국정원이 윤씨의 수지 김 살해 사건을 윤씨의 피랍 미수 사건으로 포장해 공표한 후 그간 15년간 지속적으로 윤씨의 뒤를 봐주었을 가능성이다. 현재 경찰과 국정원간에 서로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국정원 직원의 수지 김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에 정치권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때 P사의 주식은 장외에서 1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으며 현재 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주주현황에 대해서는 회사측은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세간에 의혹처럼 정치권 자금이나 국정원의 자금 등 색깔 있는 돈은 전혀 들어와 있지 않다면서도 명단 공개는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측은 현재 한결같이 “윤씨 사건은 윤씨의 개인적인 것이며 회사와는 전적으로 무관하다”입장이다. 애써 윤씨와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하고 있지만 그게 말처럼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는 게 주변얘기다. 회사 자체가 그간 워낙 윤씨 1인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처음 창업한 것도 윤태식씨고 사업 초기 주요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하며 대외 홍보·마케팅 활동을 벌인 것도 윤씨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회사의 대외적인 인지도는 동종업계의 다른 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뻥튀기에 언론도 놀아났다. K사장은 그간 윤씨가 회사 경영을 맡으면서 “실행하기 힘든 수치를 언론에 발표했던 것은 인정한다”며 “이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가 과히 좋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욕이 많이 앞서 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 음식의 맛(기술력)에 조미료(부풀리기)를 많이 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가 윤사장의 ‘조미료’로 인정한 부분은 또 하나 있다. 지난해 3월 인터뷰 당시 윤씨는 “패스 바이오폰과 관련해 앞으로 미국 FDA의 공인을 2000년 내로 받을 예정이다. 지문을 바이오폰에 찍을 때 미세하지만 전류가 흐른다. 만약 인공심장을 달고 있는 사람이라면 쇼크로 사망할 위험도 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막는 장치를 개발해 FDA의 공인을 획득하겠다”고 말했었다. 이를 통해 미국에도 진출하겠다며 이같이 밝힌 것이다. 얘기를 듣고 보면 매우 그럴듯 하다. 일견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엔지니어의 자존심마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 P사는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 같은 윤씨의 당시 증언을 K사장에게 묻자 그는 대뜸 “아마 그 부분은 조미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한 다른 회사의 기술과 차별화하려다 보니 양념을 좀 많이 친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P사의의 기술력이 반드시 일정 수준 이하라는 것은 아니다. P사가 패스가 척박한 국내 지문인식 시장에서 시장 초기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온 것은 사실이다. 어떤 기술이고 처음부터 완벽한 기술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사업을 하다보면 처음 계획과 달리 사업 방향이 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자들이다. 기술의 완벽도가 떨어지고 상품화에대한 철저한 검증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고수익이 발생할 것처럼 얘기하고 홍보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란 지적들이다.특히 기업의 대표이사가 근거 없는 수치들을 남발하며 장밋빛 일색으로 회사의 미래를 그려나갈 때 이를 검증할 능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공산이 크다. 이것이 이 회사만의 일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기술’일수록 검증은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한 윤씨의 행태처럼 실력보다는 마케팅력이 앞서는 벤처기업의 성장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벤처기업 사장 K모씨는 “기술이 완전히 개발되기에 앞서 일단 먼저 터뜨리고 보는 식의 벤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사실 그간 기술력을 부풀려 과장 포장하는 행태가 벤처산업계에선 공공연히 있어 왔다”고 얘기했다. ‘일단 터뜨리고, 아님 말고…’ 식의 벤처 기업 운영 행태는 이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벤처 성장 미스터리는 언제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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