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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가 쓰는 골프 이야기⑨정인용 前 부총리편]골프장 회원권 왜 사고 파나!

[명사가 쓰는 골프 이야기⑨정인용 前 부총리편]골프장 회원권 왜 사고 파나!

일러스트 조태호
27홀 이상을 돌 때도 19홀 이후엔 드라이버를 쓰지 않는 게 좋다. 중년의 주말 골퍼는 무엇보다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면 드라이버를 아껴써야 한다. 드라이버샷을 절제하는 것이야말로 주말 골퍼가 알아야 할 게임 요령의 요체다.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주 5일 근무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문턱은 이미 넘어섰다. 우리도 하루빨리 골프장을 많이 만들어 골프 비용을 낮춰야 한다. 내 생각엔 4백개까지는 만들어도 될 듯싶다. 그 정도면 골프장당 골프 인구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산둥성에만 30개가 있다. 개발의 원칙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바위까지도 깎아내지 말고 자연 상태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라면 그린벨트 안에 만들 수도 있다. 유지비가 많이 드는 벙커의 수를 줄이는 것이 요즘 골프장 설계의 추세이기도 하다. 하와이에서는 화산암을 그대로 살려 골프장을 만들었다. 골프를 운동이라는 본연의 자리에 되돌려 놓기 위해서라도 골프장은 더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한국방문의 해’를 한 해 연장한다는데, 외국관광객을 맞는 데도 골프장은 필수적이다. 특히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연회비를 받는 골프장과 퍼블릭 코스가 더 생겨야 한다. 이런 골프장은 외자유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외자유치 결정이 골프장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골프장에는 농약을 많이 뿌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무심코 골프공을 입에 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골프장 회원권은 재산 증식 수단이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본래의 의미대로 골퍼로서의 자격만 따지는 것이라야 한다. 일본식으로 사고파는 바람에 골프장 회원권이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골프장이라면 재벌기업들이라도 나서서 만들 게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골프는 본래 건전한 운동이다. 스스로 운전해 골프장에 도착해 몇 시간씩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사교 수단이다. 1980년대 전반 외환은행장 시절 나는 일요일이면 직접 차를 몰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백보 양보하더라도 고스톱판이나 여성이 접대하는 술자리에 비하면 골프가 더 건전하다. 골프의 본고장인 영국의 골프장은 동네 처녀·총각의 결혼식도 열리고 피로연도 벌어지는 마을회관 같은 곳이다. 특권층이 끼리끼리 어울리는 사교 클럽이 아니다. 컨트리 클럽이란 말 그대로 ‘시골 클럽’이다. 젊은 여성 캐디도 사실 우리나라와 일본·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다. 젊은 여성이 있다 보니 노닥거리게 되고 분위기가 유흥음식점 비슷하게 돼 버리는 것이다. 딸 같은 젊은 여성에게 골프채를 짊어지게 하는 운동을 과연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자 노인들이 캐디를 많이 한다. 홍콩의 캐디들 중엔 할머니들이 많다. 대신 전동 카트를 많이 이용한다. 외국에서는 프로들 말고는 젊은이들도 풀세트를 잘 안 든다. 특히 겨울엔 우드·아이언 두세개·퍼터 등 하프 세트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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