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福券 공화국 긁고…맞추고…클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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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신드롬을 등에 업고 복권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복권 시장 규모는 6천억원. 98년보다 1백%, 2000년보다 49.9%나 늘었다. 경기 침체를 비웃듯 복권 가판대의 하루 매출액이 2백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른바 ‘복권방’ 수는 불과 2년 만에 2백개가 넘었다. 거리엔 외국 복권회사의 자판기까지 쫙 깔렸다. 특히 올해부턴 인터넷 복권 시장까지 자리를 잡을 전망이어서 1∼2년 사이에 2조원대 시장으로 커질 거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복권의 수와 종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10개 기관에서 모두 19종의 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추첨식과 즉석식·혼합식에 인터넷 복권까지 가세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해 ‘복권 당정’이란 낯선 회의까지 열고 온라인 로토복권 도입 방안을 논의했을 정도다. 판매 경쟁은 인터넷에서도 치열하다. 인터넷 판매 대행업체만 20여곳. 인터넷 복권 솔루션업체, 복권 판매 사이트를 더하면 무려 1백여곳에 이른다. 이렇게 경쟁이 거세지면서 당첨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첨금 1억원은 옛말이 됐다. 오는 3월이면 ‘1백억원 파티’도 열릴지 모른다. 당첨금이 누적되는 로토복권의 경우 1천억원의 당첨금도 가능하다. 당첨금 급등과 인터넷 복권 사업이 맞물려 자연스레 복권 인구도 크게 늘었다. 6백만명 정도인 복권 인구는 올해 1천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권을 사는 계층도 30대∼60대 남성 중심에서 20대 여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른바 ‘복권 마케팅’이나 ‘복권 동호회’와 같은 새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연하장에 복권을 넣어 보내는 ‘복권 연하장’이 나왔고, 1천5백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복권 인터넷 동호회’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2백∼1천여장의 복권을 함께 사기도 한다. 온 국민이 복권 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말해도 될 법한 상황이다.

■새로운 복권이 시장 키워=복권 시장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커진 것은 스포츠토토와 인터넷 즉석 복권을 비롯 온라인 복권이 잇따라 나온 덕이 컸다. 올해 국내 복권 시장은 온라인 복권의 성장세에 힘입어 1조원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런 온라인 복권은 추첨식과 즉석식 중심의 오프라인 복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른바 ‘종이 복권’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오는 9월 온라인 연합복권(로토복권)이 나오면 복권 시장은 급격히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말 현재 90%대인 오프라인 복권의 시장점유율은 오는 2003년에는 2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0년 말 현재 1천2백억 달러 규모의 세계 복권 시장에서도 로토복권 점유율이 60.7%로 오프라인 복권 점유율(35.4%)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2000년 4백억원 규모였던 인터넷 복권 시장은 서비스 시작 3년 만에 1천억원대로 커졌다. 사이트 수도 1백여개로 늘어났다. 인터넷 복권이란 말 그대로 인터넷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복권을 말한다. 기존 오프라인 복권을 온라인으로 파는 추첨식과 인터넷에서만 판매하는 인터넷 전용 복권으로 나뉜다. 어느 쪽이든 이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해 복권을 클릭하면 된다. 추첨식은 추첨 날짜에 이메일로 당첨 여부를 통보받고, 인터넷 전용 복권은 오프라인의 즉석 복권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당첨을 확인할 수 있다. 장당 5백원∼4천원의 요금은 신용카드나 무통장 입금으로 결제하면 된다. 당첨금액은 5백원에서 5억원까지다. 인터넷 복권업계에서는 올해 시장이 1천7백억∼1천8백억원까지 커질 걸로 보고 있다. 복권 발행 기관이 늘어나고 주가지수를 맞추는 인터넷 지수 복권을 비롯 새로운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타임으로 편리하게 복권을 살 수 있는데다 올 들어 인터넷 쇼핑몰과 인터넷 복권 사이트 등에서 1억원 당첨자가 나오면서 ‘대박’을 꿈꾸는 네티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복권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복권 사업은 재고가 없을 뿐 아니라 현금이 들어오며 이용자들의 재구매 비율이 높기 때문에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인터넷 복권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보안 기술이 허술한 경우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번호 등의 개인 신용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오는 9월 선보일 온라인 연합복권인 로토복권도 복권 시장 지각변동의 진원지가 될 전망이다. 로토복권은 구입자가 원하는 몇 개의 숫자를 골라 입력하면 온라인으로 추첨해 당첨 여부를 가리는 복권이다. 미리 번호가 찍혀 나오는 기존 오프라인 복권이나 스포츠토토처럼 경기 결과를 맞추는 복권과 다르다. 로토복권의 당첨 확률은 4천만분의1 정도로 낮지만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첨금이 누적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에 당첨금이 2억9천만 달러(약 3천7백억원)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로토복권은 사업 시작 뒤 7년간 예상 판매액이 5조4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약 50%는 당첨금으로 환급되고 40%인 2조원이 7개 정부기관 기금으로 충당된다. 온라인 연합복권 발행 기관인 국민은행은 지난 1월28일 시스템 사업자로 삼성SDS·SK·KT가 출사표를 던진 KLS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았다. 다만, 문화관광부 등은 로토복권이 사행심을 조장하고 법적 근거가 약하며 스포츠토토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벤처도 복권 열풍=복권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면서 금융권과 벤처업계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먼저 인터넷 뱅킹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겨뤄온 공개키기반구조(PKI) 업체들이 인터넷 복권 시장에서 다시 맞붙고 있다. 인터넷 복권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분쟁이나 발권·당첨을 둘러싼 부조리를 막으려면 암호·인증 솔루션이 필수다. 그래서 PKI 업체에겐 짭짤한 수익원으로 꼽힌다. 인터넷 복권 솔루션 시장 규모는 대략 1백50억∼3백억원 정도다. 이 분야에선 코스닥 등록기업인 소프트포럼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이니텍과 세넥스테크놀로지 등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웹솔루션 전문기업인 ㈜하이홈은 하이로또(www.hilotto.com)에서 팔고 있는 ‘꾸러미 복권’에 대한 BM 특허를 출원했다. 하이홈은 올해 인터넷 복권 사업에서만 2백억원의 매출과 20억원의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마케팅회사인 디비인터랙티브는 신용카드 조회 단말기와 매출 전표를 이용한 ‘신용 복권’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인터넷 연합복권 컨소시엄에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의 사장은 복권 콘소시엄 참여와 통합 국민은행 보안 시스템 수주 입찰을 위해 국민은행 사외이사직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네티즌 2천5백만명 시대를 맞아 인터넷 뱅킹(은행)·홈트레이딩(증권) 등을 통해 잘 다듬어놓은 온라인 시스템을 등에 업고 경쟁적으로 인터넷 복권 판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들은 복권 위탁관리와 판매 대행으로 수수료 수입이 늘면서 잇따라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또 복권 사업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옛 주택은행이 지난 69년부터 발행해온 주택복권 말고도 또또복권·챤스복권·인터넷 주택복권·인터넷 주가지수복권 등을 발행, 판매하고 있다. 조흥은행도 플러스복권과 스포츠토토 복권을 각각 지난해 7월·9월부터 판매 대행했다. 외환은행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복권과 월드컵복권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기업복권을 지난 95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농협과 지방 은행들도 3월9일까지 슈퍼코리아연합복권을 판매한다. 증권사들도 수익원 다변화 목적에서 복권판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1월7일부터 이미 주가지수복권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도 4월부터 주택복권과 기술복권 등 2종의 복권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할 방침이다. 이밖에 다른 증권사들도 복권판매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복권 판매액의 6∼7%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높은 폐기율-낮은 기금 조성률은 골치=나라가 온통 복권 열풍에 난리지만 정작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실익이 별로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사행심 조장 등의 정신적 혼란만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먼저 복권의 높은 폐기 처분율이 골칫거리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상반기에 모두 18종 13억8천장의 복권이 발행돼 이 가운데 65%가 폐기 처분됐다. 심지어 82%가 버려지는 복권도 있었다. 이는 2000년도 폐기율 45%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현재 복권 1장당 발행 비용은 추첨용이 10원, 즉석용이 24원 정도 든다. 금액이 적은 추첨용으로 모두 계산해도 지난해 무려 1백80억원 정도가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 된다. 여기에 인건비와 유통 비용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돈이 낭비된 꼴이다. 여기에 폐기된 복권 가운데 1등 복권이 있다고 가정하면 보이지 않는 손해는 더욱 막심하다. 1등 복권 당첨 확률이 대개 5백만분의 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이 발행하는 복권은 대개 공익 목적을 갖고 있다. 예컨대 주택복권의 경우 국민주택기금 조성에 일조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른바 복권 빅3라고 할 수 있는 주택복권(건설교통부)·체육복권(문화관광부)·기술복권(과학기술부)을 빼고는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예컨대 제주도가 달마다 판매해온 ‘슈퍼관광복권’은 수지를 맞추지 못해 결국 발행이 중단됐다. 지난해 기금 조성률을 보면 주택복권이 36.9%, 체육복권 22.3%, 기술복권 28.6%였다. 전문가들은 돈을 벌려면 기금 적립율이 20%대는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데도 복권 열풍이 식을 줄 모르자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98년 해체된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부활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복권 발행이 개별법률을 근거로 남발돼 온데다 기관들이 앞다퉈 나서는 바람에 과당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마구잡이 식으로 늘어난 복권 사업을 정비하고 당첨 금액도 적절한 수준에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그래야 복권도 엄연한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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