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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이렇게 하자(7)]농민 시위도 對美 통상협상 카드로 이용하라

[협상 이렇게 하자(7)]농민 시위도 對美 통상협상 카드로 이용하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발표한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자동차 시장이 매우 폐쇄적이라고 주장하였다. USTR은 한국에 자동차 시장을 더 개방하라고 촉구하였다. 이에 따라 자동차는 다시 한미간의 통상 현안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자동차를 둘러싼 한미 협상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도대체 이들 통상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길래 이토록 자주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일까? 한미 통상 협상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양국의 협상 대표가 서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다. 그래서 우리는 협상이란 이렇게 두 나라의 협상 대표들이 멋진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진행하는 것인양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런 생각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외부 협상의 경우 그렇다). 그러나 협상과 관련된 입장과 전략은 협상 대표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협상 대표들이 한국의 자동차 시장개방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전 상무부(DOC)와 USTR가 서로 협의한다. 이들 부처는 그에 앞서 미국의 자동차업계와 충분한 토의를 거쳐 자신들의 입장을 결정한다(이것이 내부 협상이다). 이렇게 모든 통상 협상은 외부 협상과 내부 협상을 포함하는 이원적 게임(two-level game)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여기서 외부 협상이란 협상 대표들이 벌이는 외형적인 협상을 의미한다. 내부 협상이란 협상가들의 협상 지침과 전략 그리고 입장을 결정해 주는 내부 의견 조율 과정을 뜻한다.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우선 외부 협상에 참여하는 협상 대표들이 충분한 개인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외부 협상력). 예컨대, 할 베리와 덴젤 워싱턴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BK의 월드시리즈 홈런 악몽까지 적절히 거론할 수 있는 언어 실력과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외부 협상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내부 협상 과정이 제대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령 협상에 나서기 전 국회가 “국내에서의 미국의 자동차 수요 증진을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치자. 만일 한국의 협상가들이 이 건의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미국의 ‘몇 % 이상’ 시장개방 요구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이토록 당신 나라 자동차 수입에 열정적인데 지금 당장 몇 %라는 기준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면서. 하지만 우리 국회가 그런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을까? 외부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 협상 과정엔 의회의 협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압력단체·여론·행정부와 국회의 관계 등도 포함된다. 일례로 미국의 추가적인 농산물 시장개방 요구에 대하여 농민단체들이 가두시위를 벌이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고 치자. 이들의 반대 시위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우리쪽 협상가들의 협상력을 떨어뜨릴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협상가들이 농민단체들의 반발 정도를 유창한 영어로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다면(그것은 분명히 외부 협상력이다), 시장개방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시장개방의 폭을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내부에서도 그런 과정이 일어나고 있다.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 또한 협상가의 협상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이다. 행정부와 국회가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협상가의 입지는 강화될 수 있다. 협상가는 때때로 행정부, 혹은 국회의 핑계를 댐으로써 상대국의 요구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떨까? 행정부와 국회가 충분히 독립되어 있지 않고, 또 그 사실을 교역 상대국이 알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는 협상가의 입지를 강화해 주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준다니, 참으로 억울하지 않은가? 그러니 다가오는 한미 자동차 협상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정말 우스운 얘기지만, 사회 각 부문이 스스로의 모습을 가다듬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내부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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