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京市 "모든 PC방 동작 그만!"
베이징(北京)이 지난 주말 발생한 화재사건으로 난리다. 유명 대학이 밀집한 하이뎬(海淀)구 쉐위안루(學院路)의 한 인터넷방에서 16일 새벽 2시40분 불이 나 무려 24명이 죽고 13명이 부상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사상자의 대부분이 인근 대학생들이라는 것. 이 때문에 주요 언론매체들이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새삼스레 베이징의 PC방 영업실태를 크게 부풀리는 바람에 대학가는 물론 IT업계에서도 이 사건의 결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날 사고가 난 ‘란지쑤(藍極速) 인터넷카페’는 개업한 지 불과 한달도 안 됐지만, 영업허가증은 물론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갖추지 않고 배짱좋게 불법영업을 해온 것으로 밝혀져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이미 한두 달 전부터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PC방 단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여서 이번 사건은 정부당국의 단속활동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으로까지 예상되고 있다. 지난 4월 지방도시 난창(南昌)에서 고등학생이 학교 대신 매일 PC방으로 등교하며 게임을 즐기다가 돌연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로, 중국 정부는 ‘보호자 없으면 16세 이하 PC방 출입금지’등을 골자로 한 초강경 단속규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중국 신문에 따르면 베이징이나 광저우(廣州) 등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불법PC방 단속을 시작했는데, 실제로 베이징에만 2천4백여개의 PC방·인터넷카페가 영업 중이지만 정식허가를 받은 곳은 2백개도 채 안 된다. 그 정도로 중국의 PC방 자체가 대부분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데도 워낙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일부 경찰·공안 관계인사들이 뇌물을 받고 각종 무허가영업을 눈감아주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했다. 게다가 쉐위안루는 인근에 베이징대·칭화(淸華)대·어언문화대·베이징사범대·농업대 등 중국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이 십여개 몰려 있는 대표적인 대학생 거리다. PC방들에는 이만큼 물좋은 장사터도 없다. 물론 단속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단속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학생들이 몰려와 흥청대다 보니 공안당국과 PC방 업주의 숨바꼭질로 날이 지새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안전시설도 안 갖춘 PC방이 수두룩하게 나타났고, 중국인들의 안전불감증까지 겹쳐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사고현장에 있는 4개의 창문은 온통 쇠창살로 막혀 있었고, 비상구는 아예 없었으며, 단 하나 있는 출입문으로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겨우’ 2층에 있는 PC방에서 이 많은 학생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데 온 사회가 어이없어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는 중국 당국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다. 우선 베이징에서 발생한 단일 화재사고로는 사상자가 1949년 정부 성립 이래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 놀라고 있다. 또 하나는 중국의 대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밤 12시가 귀사 시간이고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학생들이 학칙을 어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도 이번에 수십명의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귀사시간을 어기면서까지 인터넷에 푹 빠져 있다가 불에 타 죽는 사건이 터졌으니 공안당국은 물론 교육당국은 경악 또 경악이다. 그뿐인가. 사건현장 부근에 있는 PC방이 이외에도 수십곳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대학생들의 ‘야간 인터넷’열기를 직접 확인한 셈이 돼 정부 차원에서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목할 것은 베이징시 당국이 화재사건 이전인 지난 4일부터 시나닷컴(sina.com)과 FM365 등 9개 유명사이트의 뉴스정보·게시판·대화실·메일서비스 등에 대한 ‘유해정보 검사’를 실시 중이라는 점. 사실상 이들 유해정보에는 음란·미신·폭력 등뿐 아니라 국가질서 전복을 획책하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 일례로 그동안 파룬궁(法輪功) 등의 반정부 메시지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데 촉각을 곤두세워 오던 공안당국은 이래저래 최근 몇달 새 일어난 일련의 PC방 사건으로 본격적인 단속의 명분을 얻게 된 셈이다. 이미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왕징신청(望京新城) 부근에서는 영업을 중지한 PC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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