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미국인에 카리브가 있다면 한국인엔 괌·사이판이 있다

미국인에 카리브가 있다면 한국인엔 괌·사이판이 있다

여름휴가의 패턴이 관광형에서 휴양형으로 바뀌었다. 꽉 짜인 양몰이식 패키지 그룹여행보다는 한 곳에 머물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리조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마디로 ‘탈(脫) 패키지투어’라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반인들의 평소 대화에서도 감지된다. 2, 3년 전만 해도 “해외로 여행가고 싶은데 어디가 좋아?” 하는 식이었지만 요즘은 “어디 좋은 데 없어? 한 사나흘 푹 쉬었다 올 수 있는 데, 우리나라 말고”와 같은 물음으로 바뀌었다. 두 물음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앞 질문은 관광(Sightseeing)에 주안점을 둔 반면, 뒷 질문은 휴식형 여행(Rest Tour)을 의미한다. 해외여행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겐 ‘따라다니는 관광’이 아닌 ‘내 맘대로 휴식’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만, 적응하면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진정한 휴식여행은 ‘어디로 떠날까’ 하는 고민에서 해방되는 데서도 비롯된다. 한국인에게 가장 쉽게 떠오르는 해외 휴양지는 괌과 사이판이다. 거기서 약간 욕심을 낸다면 호주나 몰디브 정도다. 괌과 사이판은 주 5일 근무제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주말에 2박3일간 다녀올 수도 있는 해외여행지로 일순위다. 우선 항공 스케줄이 좋다. 모두 저녁 때 인천에서 출발하며 현지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시간도 이른 아침대로 직장인이라도 월요일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다. 비행시간도 4시간 남짓으로 장시간 비행기 탑승에서 오는 피로도 없다. 그래서 ‘미국인에게 카리브해 섬이 있다면 한국인에게는 괌과 사이판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괌과 사이판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가 공존한다. 둘 다 환상적인 바다를 보며 놀고 먹고 마실 수 있는 ‘내 맘대로 휴양지’를 갖추고 있다. 휴식 인프라가 완벽한 괌·사이판, 그리고 주변섬에서 세상만사 모두 잊고 한없이 게으름을 피워보는 것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겐 최고의 매력이다.

호텔들이 몰려 있는 투몬비치가 괌 여행의 출발점이다. 투몬만 북쪽에 위치한 높이 1백23m의 깎아지른 ‘사랑의 절벽’.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오는 곳으로 절벽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면 괌 중부 해안과 투몬만 일대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석양은 특히 아름답다. 메리조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는 곳에 위치한 코코스섬은 새하얀 백사장과 짙푸른 야자림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산호초에 둘러싸인 섬 내의 리조트에 해양 스포츠 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섬 둘레는 4.8㎞로 한 바퀴 도는데 30분 소요. 이밖에 차모로 빌리지·솔레다드 요새·스페인 광장·하갓냐 대성당·이나라한 천연풀·라테스톤 공원 등도 볼거리다.

사이판 사이판의 해안선은 어딜 가나 비경이다. 동북쪽 해안에 위치한 새섬(Bird Island) 주변이 특히 아름답다. 해질 무렵이면 새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사이판 본섬에서 쾌속정으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마나가하섬은 ‘사이판의 진주’. 걸어서 15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이지만 산호초가 아름다워 찾는 사람이 많다. 2차대전 일본군의 최후사령부가 있었던 천연동굴(라스트 커맨드 포스트), 미국에 패한 일본군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몸을 던진 만세절벽이 있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태평양 한국인 위령평화탑이 세워져 있다. 지프를 타고 밀림 속을 돌아다니는 정글관광과 레저용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을 뒤져보는 잠수함관광은 각별한 느낌을 준다. 괌과 사이판에서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퍼시픽아일랜드클럽(PIC)’은 이 곳의 매력을 가장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리조트다. 전용해변을 낀 아름다운 경관 속의 PIC호텔은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특급객실을 갖추고, 동서양의 산해진미와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윈드서핑·스노클링·테니스·에어로빅·양궁 등 40여 레포츠를 무료로 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놀이친구 ‘클럽메이트’가 늘 따라다니며 레포츠를 가르쳐준다.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야외 수족관에는 2천여 마리의 열대어가 있어 실제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선택관광으로 주변 섬여행·패러세일링·트롤링낚시·선셋크루즈·골프·제트스키 등을 즐길 수 있다. 밤에는 세계 각국 젊은이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만남의 장이 된다. 화려한 분장을 한 클럽메이트들의 멋진 쇼와 코미디·댄스경연 등은 신혼의 밤을 즐겁게 해준다. 사이판에는 대형 워터파크가 인기며. 괌에는 2백92개의 객실을 갖춘 로열 타워가 2년 전 개장돼 모두 7백94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한국인 직원이 상주해 언어문제를 돕는다. 입맛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음식이 따로 준비돼 있다. 대부분 여행사들이 PIC상품을 판매한다. 니코호텔도 괌과 사이판에 리조트을 운영하고 있다. 괌에 4백92개, 사이판 3백13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부대시설로 워터슬라이드 퍼팅골프·만다라스파·테니스코트 등을 갖추고 있다. 북마리아나제도(사이판) 관광국 한국사무소(02-739-1571)·괌관광청 한국사무소(02-765-6161)·PIC코리아(02-739-2020)·니코호텔 한국사무소(02-704-0561).

괌·사이판 주변 섬…로타와 티니안 사이판 남쪽 116㎞ 지점에 위치한 로타섬. 사이판이나 괌에서 30인승 경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같은 북마리아나 연방 소속인 사이판에서 출발하면 입국수속이 없다. 로타는 사이판·티니안과 달리 2차대전의 상처가 거의 없다. 바위와 산호초가 둥글게 에워싸 만든 북동쪽 해안의 천연 수영장(스위밍홀), 절벽 아래 숲을 하얗게 뒤덮은 바닷새가 장관인 동남쪽 해안의 새 서식지 ‘푼탄 사구아 가가’, 30m 높이의 절벽에서 태평양 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동쪽 끝의 ‘아스만모스’ 절벽은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로타 컨트리클럽에서 필리핀해를 바라보며 티샷을 날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티니안섬은 사이판에서 비행기로 10분, 고속 페리로 50분 걸린다. 스페인·독일·일본이 번갈아 점령하는 동안 파괴된 원주민 차모로족 문화가 조금은 남아 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이 바위구멍으로 10m나 솟구치는 고래구멍 해안 등 명소를 둘러보는 데 단 2시간이면 족하다. 섬 곳곳에서 낚시와 다이빙을 즐길 수 있으며, 수시로 낚시대회가 열린다. 티니안 유일의 특급 리조트호텔 다이너스티호텔&카지노를 이용하면 된다. 로타와 티니안 섬에 관한 문의는 북마리아나제도 관광국 한국사무소(02-739-1571)나 시티항공(02-778-7300)·롯데여행사(02-399-2306)로 하면 된다.

필리핀 ‘세부’ 리조트의 섬인 세부도 도시의 번잡함을 훌훌 벗을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마젤란이 1521년 첫발을 내디딘 세부는 필리핀 중남부 바사야군도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스페인의 오랜 통치를 받다 보니 필리핀 최초의 요새(산 페드로), 마젤란 십자가, 아시아에서 제일 오래된 산토니뇨(아기예수)가 있는 산토니뇨성당 등 스페인 식민시대의 유물과 유적이 남아 있다. 또 ‘남부의 여왕도시’ ‘동양의 흑진주’로 불릴 만큼 남국의 풍광과 휴양시설이 탁월하다. 최근엔 세부가 한국인에게 특히 인기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인천∼세부 직항노선이 주 2회에서 주 4회로 늘어나는 등 편리한 항공편 연결 때문이다. 비행시간은 4시간 30분 안팎으로 다른 동남아국가보다 비행시간이 훨씬 짧다. 세부섬의 대표적인 리조트는 바디안과 샹그릴라·플랜테이션베이·마리바고블루워터 등이 있다. 바디안리조트는 유럽 스타일의 고급 휴양리조트다. 전체 객실이 50실뿐이라 어느 때고 붐비는 법이 없다. 풀장과 해변에서 번갈아 뷔페식으로 이뤄지는 저녁식사 때는 소규모 민속공연도 선보인다.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과 들릴듯 말듯한 파도소리, 쏟아지는 별들을 쳐다보면 낭만은 최고조에 이른다. 바디안이 본격 휴양을 위한 공간이라면 막탄섬에 있는 샹그릴라와 플랜테이션베이·마리바고블루워터 등은 활동적인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대규모 리조트다. ‘대형’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익숙하다. 해양스포츠가 다양하고 스노클링·윈드서핑 등 무동력 해양레포츠는 무료다. 필리핀항공 자회사인 락소주식회사(02-569-1060)나 에스더블레저관광(02-564-4000)이 세부 전문 여행사다.

호주 코란코브리조트 조금 특이한 리조트를 원한다면 호주 퀸즐랜드 주 골드코스트의 스트랏브로크 남섬에 자리잡은 코란코브리조트를 추천하고 싶다. 코란코브리조트는 여느 리조트와 달리 생태관광(Eco-Tourism)의 기본을 최대한 살려 설계된 대표적 휴양지다. 40만평이 넘는 열대우림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다. 호주 육상스타 출신인 론 클라크가 현지 원주민·환경단체들과 손잡고 주변 자연경관은 물론 식물과 야생동물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아열대 기후 지역에 속하는 이 섬은 1년 내내 맑은 날씨를 자랑하며 겨울 평균기온도 섭씨 12∼26도로 온화하다. 코란코브리조트의 숙소는 크게 두 가지다. 섬 해변을 에워싸고 있는 워터프론트와 숲속 사이 사이에 있는 에코캐빈. 아이들과 여러 가족이 함께 바비큐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에코캐빈이 좋다.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신혼부부나 시원한 바닷바람을 원하면 워터프론트를 추천할 만하다. 자전거를 한 대 빌려 타고 숲길을 빠져나와 섬 안쪽 바닷가를 끼고 날아갈듯 달리면 상쾌한 공기가 콧속을 간지럽힌다. 여기서 북쪽으로 2.5㎞ 정도 가면 언덕 위에 서프비치가 자리잡고 있다. 통나무 테라스가 보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음료수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이 여유롭다. 여기저기 나무가 흐트러져 있고 월러비(캥거루의 일종)가 목을 축이기에 좋을 법한 물 웅덩이도 보인다. 둥그런 모래언덕을 넘어 걸어가면 해변이 코앞이다. 요즘은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테니스·골프·야구·인공암벽등반은 물론이고 자동속도계와 시간측정장치가 있는 경주용 트랙·야구피칭기계 등 전문적인 수준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토털리빙센터’에서의 다양한 마사지 프로그램은 심신에 찌든 피로를 씻어내준다. 이밖에도 다양한 생태체험과 자연학습·별자리 투어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어린이 풀장·18홀 퍼팅코스 등 연령별로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많아 가족휴양지로 알맞다. 대한항공이 인천공항과 브리즈번을 주 3회(화·금·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에서 브리즈번까지는 9시간 30분 소요.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 해안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걸린다. 해안 선착장에서 체크인한 후 고속페리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면 코란코브리조트에 도착한다. 코란코브리조트 서울사무소(02-739-2020)

몰디브 인도양 한가운데 보석같은 섬들로 이뤄진 휴양섬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0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중간 기착지인 싱가포르에서 한나절 동안 쇼핑과 관광을 한 뒤 출발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한반도 넓이의 바다에 떠 있는 섬만 해도 1천1백90개. 야구장 크기만 한 섬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m 정도. 공항 섬에 내리면 보트가 여행객들을 리조트 섬까지 데려간다. 섬에 들어가면 아무런 방해나 간섭없이 마냥 한가로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 무성한 코코넛 야자수 숲, 그 둘레로 하얀 띠를 이루고 있는 모래밭, 허리에도 차지 않는 얕은 물에서부터 시작되는 환상적인 산호초, 희귀하고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가득하다. 몰디브의 예쁜 섬인 클럽메드 카니리조트는 최진실·조성민이 신혼여행을 다녀온 독특한 리조트다. 외부와 철저히 분리된 발코니에서 선탠을 하다가 무료해지면 계단 몇 개만 내려가면 무릎까지 차오는 크리스탈 물빛에 마음까지 맑아진다. 카니섬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남북으로 산호지대를 따라 뻗어 있는 작은 섬이지만, 섬 곳곳에 뻗어 있는 녹색지대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카니는 스쿠버 다이버에게는 꿈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몰디브 최대의 호텔체인인 빌라호텔그룹에서 운영하는 선아일랜드 리조트도 시설이 좋은 편이다. 호화 수상 방갈로를 갖췄다. 객실에서 몇 걸음만 나가면 산호색 바다다. 전통목선인 ‘도니’에서 낚시를 던지기가 무섭게 큼지막한 열대돔과 우럭 등이 올라온다. 잡은 물고기는 배 위에서 싱싱한 횟감이 되거나 식당에서 회·바비큐로 요리해 준다.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보는 인도양 바다는 몰디브 여행의 또 다른 경이 중의 하나다. 연초록·진남색 등 보는 곳마다 다른 갖가지 색깔의 바다에 아름다운 산호섬과 사주 환초들이 연잎처럼 떠 있다. 몰디브 리조트 문의는 클럽메드(02-3452-090)나 천도관광(02-3257-007).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올해 연차휴가, 내년에 써도될까요?"...사장의 답변은?

2‘붉은사막’ 50분 영상 공개한 펄어비스, 반등 성공할까

3‘딥페이크 공포’ 확산…‘외설 이미지 합성’ 스노우, AI엔 손도 못 대

4문 전 대통령 “기존 평화·통일담론 전면재검토 필요”

5고려아연 “MBK 재무건전성 공세는 악마의 편집…모든 수치 왜곡”

6의협 “경증환자 응급실행 자제 요청은 겁박…정부 안변하면 의료붕괴”

7 영국 기준금리 5.0%로 유지

8폭염에 배추 한 포기 9000원 넘었다…1년 전과 비교해 70% 올라

9애플카 실책 여파?…‘AI 없는’ 아이폰16과 ‘갤럭시 AI 2억대’ 확장

실시간 뉴스

1"올해 연차휴가, 내년에 써도될까요?"...사장의 답변은?

2‘붉은사막’ 50분 영상 공개한 펄어비스, 반등 성공할까

3‘딥페이크 공포’ 확산…‘외설 이미지 합성’ 스노우, AI엔 손도 못 대

4문 전 대통령 “기존 평화·통일담론 전면재검토 필요”

5고려아연 “MBK 재무건전성 공세는 악마의 편집…모든 수치 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