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풍요 만끽…환상의 旅路
결실의 시기다. 추석연휴(20∼22일)가 다가온다. 그러나 나들이를 나설 때는 복구에 나서고 있는 수재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이 기본이다. 직접 가서 도울 수 없는 사람들도 정성으로,마음으로 수재민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 이번 주는 가을색이 감돌고 있는 충북 제천의 충주호로 떠나보자. 그 곳에는 위안이 있고 풍요가 있어 텅 빈 가슴을 충만함으로 되채울 수 있다. 충주호로 가는 길부터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영동고속도로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가 남제천IC에서 빠져나오면서 비경은 시작된다. 사과로 유명한 제천시 금성면을 지나 구절양장의 꼬부랑길(597번 지방도)로 접어든다. 주말에도 통행차량이 많지 않은 한적한 길이다. 청풍호(제천에선 충주호를 청풍호로 부름)의 쪽빛 물결과 어우러지는 자연 정취는 관광객의 마음을 흠뻑 사로잡는다. 남제천IC에서 20여분 달리면 고개마루에서 삐죽삐죽 솟은 거대한 기암괴석 바위산(금월봉)이 나타난다. 시멘트 회사측이 진흙채취 중 발굴한 것인데 경관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축소판 같았다. 날카로운 칼봉우리가 첩첩이 겹쳐 있는 모습이 거대한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모두들 여기서 내려 기념사진 한장쯤 찍는다. 금월봉을 지나면 ‘태조왕건 제천 촬영장’이다. 왕건이 궁예 휘하에서 수군을 이끌고 견훤군을 무찌른 예성강(벽란도) 포구를 재현한 곳. 호반 8천여평의 공간에 초가집 28동·수군관아 4동·망루 2동과 군선 등이 고증을 받아 건조돼 있다. 매점과 휴게소도 모두 ‘왕건’이라는 상호를 붙였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번지점프대와 빅스윙·이젝션시트·인공암벽 등반장 등이 있는 종합레저타운 청풍랜드(043-648-4151)다. 충북 제천이 이미 레포츠 명소로 떠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입구의 ‘만남의 광장’은 충주호의 명물인 수경분수쇼(20분간) 감상포인트다. 진달래 모양의 이 분수는 하루 4∼5회 1백60m 높이로 물이 치솟는다. 동양에서는 최고, 세계에서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화운틴 힐(1백70m)에 이어 두번째다. 번지점프는 국내 최고높이인 62m를 자랑한다. 특수부대·스카이다이버 출신들도 얕보고 올라갔다가 더 쩔쩔맨다. 점프장 아래에서는 가로 34m, 세로 25m, 깊이 5m인 풀장 형태의 인공호수를 만들어 이용자가 안전하게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잠깐 소개된 빅스윙은 자유낙하 원리를 이용한 놀이기구다. 높이 40m에서 낙하를 시작해 반원형을 그리면서 80m를 왕복하며 조인(鳥人)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젝션시트는 국내 처음으로 비행기 조종사의 비상탈출 장치에서 고안됐다. 36m 높이에서 고정시켜 놓은 고무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탑승객이 56m까지 솟아오른다. 10여회 동안 하늘로 솟구쳤다 떨어지면서 회전까지 해 탑승자의 혼을 빼놓는다. 번지타워 옆에는 높이 15m, 최대 경사각이 180도에 이르는 인공암벽 등반장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수경분수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 분수의 높이만 최고 1백62m로 하루 4∼5회 환상의 분수쇼를 펼친다. 번지점프 이용료는 3만5천원이며, 이젝션시트와 빅스윙은 각각 2만원. 인공암벽은 무료다. 주변에는 드림항공(043-643-2676)에서 운영하는 수륙양용 경비행기도 즐길 수 있다. 시속 2백㎞ 속도로 수면 위를 10m쯤 떠 날아간다. 1회 체험비행 비용은 3만5천원. 여기서 5분쯤 더 가면 청풍대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에 유람선 선착장(청풍나루)이 보이고 그 위에 보이는 곳이 청풍문화재단지다. 충주호를 굽어보는 산마루에 자리잡은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청풍지역의 옛 마을을 산 위에 복원한 것이다. 수몰을 앞둔 1983년부터 3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현재의 위치로 복원되었다. 이곳에는 한벽루·팔영루·청풍향교 등과 보물·지방문화재·생활유물 등이 전시돼 있어 옛 선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무서운 포졸들이 ‘표 내시오’라는 듯 가로막고 있는 팔영루가 입구다. 오른쪽의 유물전시관에 가면 구한말의 대표적인 의병장 유인석 장군의 휘호를 비롯해 다양한 자료로 의병운동사를 살펴볼 수 있다. 청풍대교를 다시 돌아나와 능강리 방향으로 4㎞쯤 더 가면 금수산 자락에 휴양지인 ‘클럽 이에스’(또는 이에스리조트 02-508-2323)가 자리잡고 있다. 약 14만평 부지 위에 빌라형·별장형·고성형 세 종류의 콘도미니엄 1백50실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의 알프스풍 샬레, 유럽의 지중해풍 건물들이다. 수영장 선탠장 방목장 등이 있다.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며 월악산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콘크리트 대신 나무로 짓고, 주변 숲의 나무보다 지붕을 낮게 지은 별장형의 콘도는 청평명월의 고장 제천의 고즈넉한 호반과 썩 잘 어울린다. 이같은 자연친화적인 접근방식이 이 리조트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 점은 외관보다 내부에서 더욱 철저했다. 산기슭 비탈 바위에 걸쳐 있는 별장에서는 소나무 한 그루가 처마를 뚫고 서 있고 야외풀이 있는 선탠데크의 마루바닥도 역시 소나무가 뚫은 형상이다. 나무를 자르지 않고 건물을 지은 것이다. 잔디밭에서는 토끼가 뛰놀고 양식당 비노로소의 출입문 뒤에서는 암탉이 알을 품고 있다. 온종일 수탉 홰치는 소리가 들리고 연못에서는 오리가 헤엄친다. 연못가 로맨틱가든에는 야외 바비큐 파티와 포크가수의 라이브 공연이 토요일 저녁마다 펼쳐지고 이어 늦은 밤에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로마의 휴일’ ‘황태자의 첫사랑’ 등 영화도 상영된다. 실내 바에서도 매주말 라이브공연이 열린다. 동적인 일반 리조트와 달리 이곳은 철저히 정적이다.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로 여성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몽중인’도 이에스리조트에서 촬영됐다. 이에스리조트 바로 옆은 금수산(1천16m)에서 발원하는 능강계곡 초입이다. 계곡 초입에서 얼음골까지의 6㎞ 정도가 능강계곡을 따라 오르는 금수산 등산코스. 왕복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계곡 비경에 취하게 돼 1시간 정도 더 잡아야 한다. 청솔로 우거진 숲 사이로 차고 맑은 계류가 굽이쳐 돌아 흐르면서 계곡의 양쪽에 병풍을 두른 듯한 곳이 있는가 하면 꿈속을 노닐던 도화원 같은 곳도 있다. 금수산의 서북사면 8부쯤이 능강계곡의 발원지인 얼음골이다. 국내에는 금수산 외에도 경북 의성의 빙계계곡, 경남 밀양과 강원도 정선 등지에 얼음골이 몇 곳 더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대가 높고 남북을 가로막은 이곳은 햇볕이 드는 시간이 짧아 바위가 차가워지고 물이 얼어 삼복염천에 얼음이 난다. 초복에 얼음이 제일 많고, 중복에는 바위틈에 있으며, 말복에는 바위를 들어내고 캐내야 한다. 이곳의 얼음을 먹으면 만병통치라 하여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능강계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답사지는 산중턱 기암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기대서 있는 아담한 산사인 정방사다. 금수산 산자락 신선봉(8백45m)에서 청풍 방면 도화리로 가지를 뻗어내린 능선상의 정방사는 신라 문무왕 2년(662)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전설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공중에 던진 지팡이가 하늘을 날아 지금의 절터에 떨어져 그 자리에 절을 세웠다고 한다. 법당 앞에서 바라보이는 월악산 산세와 어울린 청풍호의 전망이 일품이며, 법당 지붕의 3분의 1을 뒤덮은 암벽 의상대에서는 위장병에 특효인 약수가 샘솟는다. 충주호반은 언제 보아도 좋은 곳이지만, 특히 지난 연말에 중앙고속도로(춘천∼원주∼제천∼대구)가 완공되면서 훨씬 찾아가기 쉬워졌다. 대구에서도 1시간 30분 정도로 가까워져 영남권에서도 이용하기 편리하다.
[여행수첩]
가는 길: 승용차로는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로 빠져 나와 597번 지방도로를 타고 20여분이면 청풍문화재단지에 닿는다. 제천에서 청풍행 시내버스를 타면 세트장 앞에 내린다.
숙박: (이하 지역번호 043) ES리조트클럽(648-0480)·청풍리조트호텔(640-7000)·별궁장(652-3351)
음식점: 팔영루가든(횟집·647-2643), 청풍루(횟집·652-4200), 신우정식당(칼국수 된장찌개·648-6577), 문화식당(올갱이국·토종닭·647-0883), 금수산송어횟집(쏘가리회·장어·652-8833)
여행 문의: 제천시청 문화관광과(640-6282)·청풍문화재단지 관리사무소(647-7003)·제천시 수산면사무소(640-6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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