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싸우고, 집 밖에서 터지고
| 국내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제품표절 시비와 발암물질 검출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 “가지 많은 나무에 조용할 날이 없죠.” 패스트푸드 업계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최근 패스트푸드 업계가 안으로는 제품표절 시비, 밖으로는 감자튀김 발암물질 검출 의혹에 시달리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현재 업계 내부에선 패스트푸드 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최근 출시한 새로운 메뉴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8월 ‘니들이 게맛을 알어’라는 TV광고 카피로 크게 히트를 친 크랩버거에 이어 지난 10월 새로운 메뉴로 ‘빅립(Big Rib)’을 선보이고 대대적인 홍보전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맥도날드도 이달 11일 ‘맥립(Mac Rib)’을 출시하고 TV광고를 내보내는 등 롯데리아와의 한판 승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8월 맥도날드는 ‘신(辛)불고기버거’를 내놓고 롯데리아의 크랩버거에 맞대응했지만 롯데리아의 한판승으로 싱겁게 끝난 적이 있어 양사의 이번 신 메뉴 출시는 제2 라운드 성격이 짙다. 그러나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이번에 내놓은 메뉴는 이름이 비슷해 소비자들이 혼동하기 쉬운데다 재료와 제품 컨셉트 또한 똑같아 “자사 제품을 카피했다”며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롯데리아가 출시한 빅립이 기존 제품보다 40% 정도 큰 사이즈로 맥도날드의 스테디셀러인 빅맥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빅립에 들어간 재료도 돈육 패티와 양상추·양파·피클 등이 자사 제품인 빅맥과 거의 동일할 뿐만 아니라 메뉴 이름도 의도적으로 비슷하게 정했다는 것. 맥도날드 한 관계자는 “맥립은 이미 지난 상반기 때부터 제품 컨셉트를 설정하고 개발한 것”이라며 “롯데리아가 우리의 인기 메뉴인 빅맥을 카피한 제품을 내놓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롯데리아 측은 맥도날드의 맥립이 기존 리브샌드와 모양이나 재료가 똑같다며 오히려 맥도날드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고 맞서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맥도날드의 메뉴를 의도적으로 카피한 것은 아니고 부피가 큰 메뉴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춘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롯데리아와 맥도날드의 감정싸움에 다른 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은 선두 업체들이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느라 고객 서비스는 안중에도 없다며 비난하고 있다. 밖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음료수 리필 서비스 담합 조사와 식품의약품안정청의 감자튀김 발암 의심물질 검출 의혹 등 잇따른 대형 악재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한 패스트푸드 업계의 음료수 리필 서비스 중단 조치에 공정위가 장기간 조사에 나선데다 식약청이 최근 국내 시판 중인 일부 감자튀김류에서도 발암 의심물질인 아크릴 아마이드를 함유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업계에 의심의 눈길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프렌치프라이 단품과 세트 메뉴로 연간 5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리아는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대체메뉴 개발과 조리법 변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1백30억원대의 ‘프렌치프라이’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맥도날드도 프렌치프라이 대신 선택메뉴로 아이스크림이나 맥윙 등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마이세트’ 메뉴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파파이스 역시 프렌치프라이 외에 치킨 샐러드·비스킷·쌀 메뉴 등 건강식을 활용한 새로운 메뉴 개발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대책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감자 튀김을 대신할 메뉴로 대체하는 조치는 단기적으로론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언정 소비자들에게 감자튀김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심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자튀김 제조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감자튀김 발암 의심물질 검출 의혹을 불식시킬 수 없다고 충고한다.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감자튀김 제조 방법 개선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뒷전이다.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스트푸드 업계가 이번에 어떠한 묘수를 들고 난국을 헤쳐 나올지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이들 업체가 내놓은 묘수가 소비자들을 염두에 두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들을 왕처럼 받들어야 하는 패스트푸드 업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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