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웃고 유가에 울고…
| 일러스트:박용석 | 떨어진 환율에 웃고 오른 유가에 울고….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해운·정유업체들이 환율과 유가 흐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외화 환산 이익을, 유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으로 달러는 꾸준히 약세를 보여 원화 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 총파업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으로 유가(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30달러를 웃돌고 있다. 업종 특성상 중장기 외화 부채가 많은 해운·항공업계 등은 지난해 환율로 재미를 쏠쏠히 봤다.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원화 환율이 2001년 말 1천3백26원보다 낮은 1천2백원으로 마감돼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3년여만에 대규모 외화환산 이익을 얻었다. 21억8천만 달러의 빚이 있는 한진해운은 지난해 3천1백억원의 어부지리(?) 이익을 거뒀다. 24억9천만 달러를 빚진 현대상선도 2천7백억원의 외화환산 이익을 얻었다. 이들 두 기업은 특히 해운 시황 회복에 따라 영업이익까지 늘어 겹경사였다. 환율이 떨어지면 반갑기는 항공업계도 마찬가지. 15억 달러의 달러 표시 부채를 갖고 있는 대한항공은 1천8백억원의 외화환산 이익을 봤다. 7억2천만 달러 정도의 빚이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9백억원 가량의 이익을 얻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의 특수와 더불어 대규모 외화환산 이익까지 얻어 3년 만에 순이익을 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의 대표주자 SK㈜도 17억 달러의 외화 부채를 이번 덕(?)에 2천1백억원의 외화환산 이익을 얻었다. 해운·항공·정유업체들과 달리 수출로 돈을 벌어야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은 울상이다. 이들은 올해 환율이 당초 전망보다 더욱 불안할 걸로 예상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지난해 말 경제 상황에 따라 짜놓은 올해 사업계획을 좀더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큰데다 국제 유가도 30달러대를 웃돌고 있고, 미국 경제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환율이 널뛸 공산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 올 환율을 1천1백50∼1천1백80원으로 잡았다. 1천2백원선으로 잡았던 현대자동차도 1천1백원대로 낮춰 잡았다. LG전자도 1천1백10∼1천1백20원으로 재조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 약세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급락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환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도 어느 정도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환율이 떨어지면 유리한 해운·항공업계 등은 그러나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속이 편치 않다. 특히 항공업계가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환율이 떨어지는 건 반갑지만 기름값이 오르는 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송영선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항공 유가가 연 평균 1배럴당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3백4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백8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유가가 올라 항공업계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제 유가를 연초 ‘강세’, 중후반 ‘약세’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 불안감으로 기름값이 오름세지만 막상 전쟁이 나면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얘기다. 이라크 전쟁이라는 변수가 위험천만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 비 OPEC 회원국의 증산 여력이 충분해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될 경우 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30달러 초반에서 40달러선까지 오를 걸로 보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전쟁이 길어지면 8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전쟁이 1개월 안에 끝나면 유가는 오리혀 20달러대로 떨어져 안정세를 보일 걸로 점치고 있다. 석유공사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20∼25달러로 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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