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KOPEC 회장, “70년대 공단개발식 思考론 경제허브 불가능”… “동북아 금융중심 안 되면 미래 없다
김기환 KOPEC 회장, “70년대 공단개발식 思考론 경제허브 불가능”… “동북아 금융중심 안 되면 미래 없다
-‘동북아 경제허브’가 새 정부의 중요 경제정책이 될 것 같습니다만. “일단 우리 경제의 미래를 동북아 허브에서 찾는다는 건 찬성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가 살아나갈 길은 이것 밖에 없어요. 국경이 없어지면서 자본과 기술 시장은 이미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다국적 기업이 이를 증명하죠. 노동시장도 점차 국경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뉴욕·싱가포르 등에 가면 국적이란 게 무색합니다. 예전에는 어떤 나라가 기술이나 노동 생산성의 우위로 수출해서 먹고 살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다들 몰려가고 있으니까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얘깁니까? “그래서 동북아 경제의 허브가 되자는 겁니다. 허브가 돼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면 자본·기술·인력 등이 저절로 몰려옵니다. 이제 비교우위는 자본·기술·인력이 아니라 제도·경영환경·생활환경입니다. 저는 이를 ‘신비교우위론’이라고 부릅니다. 이 세가지만 경쟁력이 있으면 기업이나 자본은 저절로 들어오는 거죠.” -경제허브 중에서도 금융 중심을 주장하는 이유는 뭡니까? “금융산업은 시장경제의 핵심입니다. 미국·영국 등 금융업이 발달한 나라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잖아요. 금융선진국 아닌 제조업 중심의 선진국들이 지난 10년간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보십시요. 일본과 독일이 좋은 본보깁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97년 위기의 본질은 외환위기, 즉 금융위깁니다. 금융산업 발달없이는 경제 안정과 발전은 요원합니다." -금융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과연 한국이 동북아 금융의 중심이 될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젠데요. 중요하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문젭니다. ‘금융이 앞으로 중요한 건 알겠는데 한국 실력으로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견해가 팽배해 있습니다. 일종의 패배주의죠. 일례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금융산업 수익 현황을 살펴보면 생명보험의 경우 한국이 아시아의 50% 이상, 주식의 경우 30%가 넘어서고 있습니다. 자산운영이나 개인금융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의 금융산업의 경우 아시아의 리딩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여건은 충분합니다.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죠.” 김회장은 이 부분에서 일부 인사들의 패배주의를 탓했다. “40년 전 허허벌판에서 ‘수출입국’이란 말을 내걸었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냉소적은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지난 40년간 한국은 수출을 통해 나라를 키워왔습니다. 지금 제가 얘기하는 ‘금융허브’는 40년 전 ‘수출입국’에 비하면 훨씬 여건이 좋습니다.” 그는 “금융허브는 단지 특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이 앞으로 먹고 살 길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조공장과 일본이라는 고부가가치 공장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미래는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수위에서 주장하는 IT 중심 경제 특구도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강점을 살려 특구를 활성화 하겠다는 건데… “인수위에 참여한 학자들이 현실경제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시대감각도 뒤떨어지고요. 경제특구를 지역적인 개념으로 해석해서 하나의 공단 만드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허브’라는 개념을 모르고 송도 근처에 IT단지 하나 만들면 특구가 된다고 보는 것 같아요. 허브는 그런게 아니죠. 말 그대로 경제자유지역을 통해 한국을 동북아 경제의 거점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금융이 포함돼 있고 금융이 없이는 어떤 산업도 제대로 성장할 수 없어요. 각각의 역내에 경제허브 역할을 하는 곳은 모두 금융 중심지입니다. 홍콩이 그렇고, 런던·뉴욕·암스테르담 등이 그렇습니다. 거기에 무슨 산업단지가 있습니까? 그런데 송도에 IT단지를 만들어 놓으면 IT기업이야 좀 득이 있겠지만 다른 산업들은 무슨 덕을 볼 수 있습니까?” -국내 금융 산업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금융허브를 만들 경우 외국자본의 투기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어이없다는 듯) 아직도 그런말은 하는 사람이 있다니… 이미 우리나라 주요은행 중 3분의 1은 외국인 소유로 돼 있습니다. 그 중에는 투기 자본도 있어요. 그럼 다들 국책은행으로 만들어야 합니까? 80년대 영국에서도 똑같은 고민을 했죠. 당시 마가릿 대처 수상은 금융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금융업이 발달한 미국계 금융기관이 런던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런던은 영국의 금융 중심지로 남을 수 있었죠. 그 덕에 영국경제도 여전히 유럽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고요. 문제는 ‘플레이어가 누군가가 아니라 플레이 그라운드가 어디인가’ 하는 겁니다.” -이 문제에 관해 인수위 측과 의견을 나눠본 적은 없습니까? “제대로 얘기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IT위주의 특구’ 발언이 나온 과정은 문제가 있습니다. 특정 산업을 미래산업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국가 주도의 경제체제와 같은 발상입니다. 특히 인수위가 초기 ‘자율적으로 해체하라’ 요구 했던 구조조정본부장을 모아놓고 ‘연구소를 송도로 옮겨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핵심은 ‘특구’가 아니라 ‘허브’인데 그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김회장은 인수위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은 듯 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도 여전히 산업사회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또 인수위 경제분과에 금융전문가가 거의 없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었다. -이미 아시아권에는 경제허브를 지향하는 곳이 여러곳 있습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대표적이고 상하이도 동북아 허브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만. “일단 일본은 97년 이후 우리나라보다 금융경쟁력이 뒤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로선 다행스러운 일이죠. 중국이 상하이를 금융 중심지로 키우고 있지만 아직 요원합니다. 아직 대부분의 외국 금융기관은 중국 내 거래나 투자를 위해 상해로 진출해 있는 상황이죠. 홍콩도 중국에 반환되면서 국제 금융계에서 그 지위가 점차 추락하고 있습니다. 금융허브의 핵심은 법치와 시장경제입니다. 그런면에서 사회주의 국가에 속하게 된 홍콩과 상하이는 약점이 많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중국 동남부의 경제 관문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싱가포르는 영어 사용 등 인프라에서 유리하지만 위치가 좋지 않습니다. 아시아 경제의 3대국가인 일본·중국·한국과 거리상으로 멀죠. 싱가포르 주변에 있는 동남아 국가는 경제적으로 큰 규모가 못 됩니다. ‘집은 좋은데 동네가 좋지 않은 셈’이죠. 더구나 이들 두 곳은 한국에 비해 국내 경제규모가 월등히 작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경제규모나 지리적 위치가 탁월합니다. 세계 10위권의 교역규모를 가지고 있고 아시아의 경제 대국과 인접해 있죠. 게다가 아시아 경제허브 역할을 했던 홍콩이 서서히 추락하고 있습니다.”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우선 외환과 관련된 규제를 줄여야 합니다. 상품 개발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합니다. 고급인력이 들어와 일 할 수 있도록 이민법도 고치고 생활환경도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즉 금융 제도 정비와 생활환경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국이 동북아에서 경제활동 하기 좋은 곳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허브가 되죠. 정부는 산업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이런 인프라 정비와 제도 정비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김기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장 -1932년 경북 의성 生 -대구 대륜고·美 그린넬대학 역사학·예일대 역사학 석사·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교 경제학박사 -오레곤대 경제학 부교수·금통위원·KDI 원장 -상공부 차관·대외경제협력담당 특별대사 -現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골드만삭스 국제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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