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달러박스...축구선수를 수출하는 사람들
새로운 달러박스...축구선수를 수출하는 사람들
히딩크 황태자 송종국 수출한 장영철씨 ‘히딩크의 황태자’로 불리던 송종국(24)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30억원에 이적시키면서 박지성·이영표·김남일 등 월드컵 스타들의 유럽행에 물꼬를 튼 장영철(36) 프라임스포츠 대표는 에인전트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 아이콘스 소속이었던 송종국은 지난해 8월 세금을 제한 순수 이적료 2백56만 달러(약 30억원)에 페예노르트에 이적했다. 또 연봉은 기본급이 40만 달러(약 4억8천만원)이지만 수당 등을 모두 포함하면 60만 달러(약 7억2천만원)에 이르는 대박을 터트렸다. 이 금액은 당시까지 해외 이적 선수 중 최고액으로 한국 선수들의 상품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구단인 부산도 송종국이 페예노르트에서 제3구단으로 재이적할 시 이적료의 10%를 받는 조건에 합의, 송종국의 이적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기회를 갖게 됐다. 장대표는 부산으로부터 2억3천만원을 받았고 향후 4년 동안 페예노르트로부터 매년 5만 달러를 지급받는다. 에이전트가 통상 이적료의 10%를 받는 관례에 비하면 다소 낮은 금액이지만 일반적인 회사원들이 손에 쥐기 힘든 거액을 한번에 챙긴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송종국의 이적으로 벌어들인 돈이 순수익은 아니다. 그동안 송종국의 이적을 위해 사용한 경비와 통역, 영어 과외교사를 고용하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장대표는 “수억원대에 이르는 금액이지만 재투자 개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고 빠지는 관계라면 만족하고 말겠지만 송종국을 통해 우수선수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송종국이 만족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관리를 아끼지 않고 결국에는 국내 우수선수들이 자신을 찾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송종국의 해외이적은 월드컵 이전인 지난해 5월 초부터 진행됐다. 잉글랜드·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 등에서 송종국에게 관심을 보였다. 월드컵 뒤에는 이탈리아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안정환에 대한 페루자 가우치 구단주의 망언으로 국민감정이 좋지 않아 아예 접촉을 끊었다. 하지만 월드컵 때 보여준 송종국의 플레이에 반한 잉글랜드 토튼햄은 강력하게 송종국의 영입을 원했다.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란 명예가 송종국을 유혹했다. 특히 토튼햄은 이적료 2백만 파운드(약 36억원)를 제시하며 러브콜을 했다. 그러나 주전자리가 보장되지 않아 진출한다고 해도 적응 여부가 불투명했다. 또 원구단인 부산이 이적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부산은 월드컵 뒤 송종국으로 일어난 축구붐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또 구단주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송종국을 끔찍히 아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토튼햄은 임대로라도 송종국을 원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장대표는 “잉글랜드란 점에 매력을 느꼈지만, 주전으로 뛰지 못할 바에는 한 단계 눈높이를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축구선수들은 야구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원하듯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스페인(프리메라리가)·독일(분데스리가) 등 빅리그 진출을 평생의 꿈으로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송종국 개인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장대표와 송종국은 빅리그 진출을 위해 단계를 밟기로 결정하고 한 단계 낮은 네덜란드로 진로를 선회했다. 지난해 UEFA(유럽축구연맹)컵 우승팀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는 월드컵 때부터 송종국의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처음 페예노르트가 제시한 금액은 세금을 제외하고 1백75만 달러였다. 하지만 장대표는 2백만 달러를 요구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페예노르트는 협상에서 치명타인 자신들의 카드를 미리 보여주는 우를 범했다. 장대표는 페예노르트 구단 이사회가 송종국의 영입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는 귀중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 무조건 영입이라는 칼자루가 장대표의 손에 들어간 셈. 네덜란드로 날아간 장대표는 3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이적료를 2백56만 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선수에게는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 줌으로써 에이전트로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이처럼 에이전트로 성공일기를 써가는 장대표는 원래 축구선수 출신이다. 장대표는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황선홍의 둘도 없는 친구다. 숭곡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황선홍과 함께 공을 차기 시작한 장대표는 용문중·용문고·건국대를 거치면서 13년간 황선홍과 땀을 흘렸다. 수비수였던 그는 지난 1988년 2학년 때 명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허리를 크게 다쳐 척추 3개가 탈골되는 중상을 입고 축구선수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대신 그가 선택한 길은 스포츠마케팅이었다. 군에 다녀온 뒤 건국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스포츠행정을 전공했다. 96년 스포츠마케팅의 본산인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 롱비치대학원에서 스포츠마케팅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졸업 뒤 박찬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던 스티브 김이 운영하는 ‘킴 스포츠 인터내셔널’에서 2년간 실무를 배우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선수 출신으로 그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점과 현장 실무 경험이 결합되면서 에이전트로서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다. 2001년 3월 그동안 안면이 있었던 송종국과 계약을 맺고 난 뒤 그는 송종국의 고민까지 함께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는 “곶감 빼먹듯이 선수들을 대하면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을 대할 때 에이전트와 선수가 함께 성공한다”고 말했다. ‘초롱이’ 이영표 에이전트 김동국씨 눈이 반짝거려 별명이 ‘초롱이’인 이영표가 아인트호벤에 합류한 배경에는 에이전트 김동국씨(40·지쎈 대표)가 있다. 스포츠신문 축구 전문기자로 10여년을 근무한 김대표가 이영표를 만난 시기는 지난 2000년 3월이었다. 기자 생활 동안 이영표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김대표는 이영표를 첫 고객으로 영입했다. 그때부터 3년이 지나기 전 김대표는 이영표를 6개월 임대 후 이적이란 조건으로 네덜란드로 진출시켰다. 이번 건으로 김대표는 에이전트 업계에 확실한 신고식을 한 셈이다. 하지만 김대표는 아직까지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체 평가를 내놓았다. 진짜 샴페인은 따는 것은 6개월 후라는 것이다. 6개월 임대 후 3년의 완전이적을 따낸다면 총액 4백55만 달러(약 54억6천만원)를 받는 큰 거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적이 돼야 큰돈이 된다. 6개월 동안은 말 그대로 껌값에 불과한 돈을 벌게 된다. 김대표는 이영표가 임대된 6개월 동안 6만5천 달러의 수익을 챙긴다. 먼저 이영표의 한국 내 소속구단인 안양이 받는 임대료 30만 달러의 10%를 소개비조로 받는다. 또 이영표가 임대돼 가는 아인트호벤으로부터 임대료의 10% 미만을 소개료로 받는다. 하지만 10% 미만은 1∼9% 정도까지로 폭이 넓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균치를 보면 김대표가 양구단으로부터 챙기는 임대 소개료는 4만∼5만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덧붙여 이영표가 6개월 동안 받는 임금 25만 달러의 10%도 김대표의 몫이다.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이영표가 6개월 동안 임대되면서 김대표는 6만5천 달러(약 7천만원)를 벌어들인다. 월 단위로 생각하면 1천만원이 넘는 돈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대표는 이 돈을 모두 이영표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6개월이 이영표의 축구 인생을 결정짓는다면 에이전트인 김대표의 명예와 돈주머니도 좌지우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이영표가 팀과 네덜란드 축구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김대표가 세운 원칙이 ‘임대 기간 내 주머니에 돈을 챙기지 않겠다’이다. 임대 기간 중 자신의 수익인 6만5천 달러 중 이영표의 현지 통역과 파견직원의 봉급 및 활동비로 4천만원을 쓸 예정이다. 김대표는 현지 대학을 다니는 스포츠에이전트 지망 대학생을 직원으로 고용해 이영표의 현지적응을 돕고 있다. 이외 발생하는 각종 비용에 2천만원·예비비 1천만원을 책정해 놨다. 그러나 완전이적이 성사되면 김대표의 수익은 수직상승한다. 김대표는 완전이적이 되면 이영표의 이적료로 안양이 받는 1백70만 달러 중 10%인 17만 달러를 ‘중개수수료’로 받는다. 또 아인트호벤으로부터는 10만 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적료를 통해 생기는 몫돈은 27만 달러(약 3억4천만원)이다. 덧붙여 이영표의 이적시 연봉인 50만 달러의 10%인 5만 달러도 계약 기간 3년 동안 고정적으로 들어온다. 이를 모두 더하면 15만 달러(약 1억8천만원) 정도다. 따라서 이영표가 이적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김씨는 5억원에 가까운 큰돈을 거머쥐는 셈이다. 임대에서 벌어들이는 7천만원 수익의 7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또 이영표가 구단으로부터 받는 초상권 수익의 20%도 ‘부수입’ 명목으로 김씨의 지갑에 쌓인다. 하지만 김씨는 여기까지도 투자 단계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영표가 일단 네덜란드리그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뒤 재차 빅리그로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각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먼저 에이전트의 몫을 이영표에게 양보했다. 김씨는 경기출전 수당에 대해 일절 손을 대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에이전트 업계에서 선수의 출전수당에서 일정분을 떼는 게 관례지만, 김씨는 이영표를 위해 수당을 전액 이영표의 몫으로 배려했다. 이영표가 수당으로 매년 25만 달러 정도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김씨는 3년간 2만5천 달러씩 총 7만5천 달러(약 9천만원)라는 돈을 포기하는 셈. 김씨는 이적 후에는 연간 1억원 정도를 투자해 통역·매니저·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이영표 팀’을 현지에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돈보다 선수와 에이전트 간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김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3년이 지나면 정말 대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온다. 바로 이영표가 네덜란드에서 스페인·잉글랜드 등 빅리그로 재진출할 때다. 이때는 몇억원이 아니라 수십억원을 한번에 만질 수 있다. 아인트호벤 입단계약서에 따르면 이영표가 재이적할 때 이적료가 2백만 달러를 넘으면 초과분의 50%를 에이전트가 받도록 돼 있다. 물론 이는 김씨와 이영표가 나누게 되지만 배분 비율은 김씨가 정한다. 예를 들어 2년 후 아인트호벤이 이영표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모 클럽에 1천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고 팔게 되면, 김씨는 2백만 달러를 제외한 8백만 달러의 반인 4백만 달러(약 50억원)를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이영표에게 일정액을 주더라도 김씨는 단번에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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