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까발리면 망한다고?
다 까발리면 망한다고?
2년 전만 해도 초우량기업 현대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측도 현대상선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습책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몽헌 회장은 지난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친분이 있는 노정익 사장으로 현대상선의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직접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노사장은 취임 후 대북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고, 임원의 37%를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했다. 또한 정회장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 매각과 함께 알토란 같은 사업인 자동차 운송사업권마저 외국에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덕분에 현대상선은 올해 초 총 2조7천2백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사장은 해외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연말 해외주재원을 독려하며 2003년 사업계획 설명을 앞당겨 실시하기도 했다. 현대상선 측은 올해 초부터 해운업황이 개선되고 있고 새로운 무역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어 정치 외풍을 맞지 않는다면 경영정상화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현대상선의 2억 달러 비밀 대북송금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현대상선의 위기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의 분식회계 의혹도 제기됐고, 이에 따라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송금에 관여한 핵심 임원들은 현재 대부분 주재원 등으로 발령받아 해외로 나가 있다. 현대그룹은 물론 재계에도 악영향 우려 또다른 문제점은 정치권과의 연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향후 경영에 미칠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북(對北) 송금내역을 모두 밝히면 현대가 망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에 비춰볼 때 DJ정권과 현대그룹의 관계는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는 거래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DJ정권이 현대그룹에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의혹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99년 이후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기관의 직·간접 지원 규모는 30조원이 넘는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대가 직간접적으로 받은 공적자금이 33조원이며, 이 중 24조원이 회수불능 상태”라고 주장했다. 2000년 5월 현대건설 채권단이 회사에 2천5백억원을 긴급 지원한 것과 한달 후 산업은행이 현대건설에 1천5백억원을 긴급 지원한 점 등 지난 2001년 말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현대에 막대한 특혜성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2001년부터 본격 시행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현대를 위해 마련된 제도라는 목소리가 금융가에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이 제도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시장에서 연장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회사채 금액의 80%를 정부 소유의 산업은행 돈으로 매입하도록 한 사실상의 금융특혜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제도의 혜택을 본 6개사 가운데 4개사가 현대상선·현대전자·현대유화·현대건설 등 현대그룹 계열사였다. 지원금액도 무려 2조3천억원 규모였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토지공사 등 정부산하 기관과 시중은행 등이 총동원돼 청와대의 의중을 따랐다. 2001년 4월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가 취임 8개월 만에 돌연 경질된 것도 엄총재가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을 반대하면서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위법 시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DJ정부가 현대의 특혜성 자금 지원에 반발하는 산하기관과 금융권을 무마하기 위해 당국의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보증’을 해준 부분이다. 사업구조만 보면 괜찮은 회사 2000년 12월 현대건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서산농장이 잘 팔리지 않자 토지공사가 나서서 3천4백50억원을 선지급한 것도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한나라당은 주장하고 있다. 또한 2001년 6월 현대건설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7천5백억원의 보증을 받아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도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정치적인 외풍 외에 경기전망과 사업구조로만 볼 때 현대상선의 미래는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3천2백50억원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는 데 성공, 올해 만기가 되는 3천5백억원의 회사채 상환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던 금융권 부채도 9천억원대로 줄어들고 부채비율도 3백%대로 낮아졌다고 회사 관계자는 주장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컨테이너 운임상승 등 해운시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이후 기업어음 등 단기차입금도 영업이익으로 갚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같은 ‘현대’ 간판을 달고 있긴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정몽헌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이미 지분 정리를 끝낸 상태여서 이번 사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0년 그룹에서 분가 독자경영을 해오고 있어 현대 사태에도 불구 사업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현대차의 직접적인 피해는 현대종합상사·현대상선·현대아산 등의 보유 주식으로 4백38억원의 평가손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 3분기 보고서에서 현대종합상사 지분 2.9%(취득가 1백40억원)·현대상선 지분 0.5%(취득가 73억원)·현대아산 지분 5%(취득가 2백25억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그룹과는 보유 주식 외에 지급보증과 같은 채권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다른 피해는 없으며, 현대아산의 경우 전액 자본잠식되는 등 회사 사정이 어렵고 이미 그 손실은 주식가치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계열 분리를 위해 현대아산 지분 19.84%(취득가 4백47억원)를 현대아산에 무상 증여하는 등 현대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현중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 주식은 현대종합상사 지분 2.91%(취득가 1백12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14%(취득가16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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