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김윤규·김충식]對北사업 3인방 이번엔 입 열까
[이익치·김윤규·김충식]對北사업 3인방 이번엔 입 열까
누구의 입에서 폭로가 나올지 재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향방에 따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정회장의 앞날에는 곳곳에 지뢰가 놓여 있다고 할 정도로 대형 의혹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정회장이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금 4천억원이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비밀송금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중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대가 지난 2000년 6월 북한에 5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현대가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전력·통신·관광·개성공단 등 7개 사업권을 얻었다.”면서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정회장도 김 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이를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시인했다.하지만 한나라당은 현대의 대북비밀송금 규모가 5억 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0년 5∼7월 현대전자의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 매각대금 1억6천2백만달러 중 1억 달러 가량이 현대건설의 중동지역 페이퍼컴퍼니로 이체된 뒤 증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헌 의원은 현대건설 자금의 대북송금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의원은 “2000년 5월 정상회담 전에 현대건설이 홍콩과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6개 계좌로 나눠 1억5천만달러를 송금하는 등 당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주도로 각 계열사별로 5억5천만달러를 모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정회장은 김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말이 맞다”고 한 것처럼 대북송금에 연루된 구 정권 실세들과 준비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하지만 현대 임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 사건 관련 현대 전·현직 임직원들의 소환이 잇따르면 정회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정회장과 함께 특검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측 고위 임원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김충식 전 현대상선 회장이 꼽힌다. 이들은 당시 현대그룹의 경영과 대북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또 박종섭 전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 사장과 자금을 담당했던 이모 이사가 조사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무를 맡았던 현대 계열사의 임직원도 조사가 불가피하다. 현대상선 재무를 맡았던 박재형 전무(현 현대상선 본부장)와 김종헌 전무(현 현대상선 구주본부 근무)도 특검의 소환 대상으로 꼽힌다. 자금 전달창구 역할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건설 임직원 등도 상당수 특검팀의 소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를 맡았던 이승렬 상무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했던 송모 전 이사(개인사업)·자금담당 임모 전 부장 등이 해당한다. 현대건설 런던지사로 자금을 직접 송금했던 현대전자 미주법인과 일본법인 관계자도 소환조사 가능성이 크다. 누구의 입에서 메가톤급 폭로가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더욱이 대북 송금과정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의 불법적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특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정회장은 이래저래 대북송금 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 대북특사 역할을 했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DJ정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대 내부에서는 정회장의 그룹 내 지배권이 약화될 것이란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정회장의 장모 김문희씨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8.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15.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결국 정회장은 장모 김씨를 통해 현대상선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에 정회장의 개입 범위에 따라 정회장은 현대상선의 이사직 박탈은 물론 배임혐의로 고발될 우려도 있다. 최악의 경우 정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행사하기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의 10여개 계열사들은 특검 수사가 부담스럽지만 경영에 타격을 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들은 “정회장 계열의 현대에 이제 남은 회사가 몇이나 되느냐”고 말할 정도로 현대그룹은 이미 과거의 그룹 규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축소돼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계열 분리됐고 현대투신과 하이닉스도 정회장이 포기한 회사들이다. 특검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미 재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현대아산의 처리 문제도 또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 98년 11월 유람선 출항 이후 52만명이 금강산을 다녀온 데 이어 올해 초 육로관광을 성사시켰지만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는 지난 5년간 대북사업과 관련 공식·비공식적으로 모두 10억 달러가량을 투입했지만 북측은 최근 성사된 육로관광마저도 도로공사 등을 이유로 부정기적인 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대북사업의 한축인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착공식도 갖지 못한 상태다. 현대그룹의 주력사로 떠오른 현대상선은 그동안 대북사업 때문에 부실이 쌓였지만, 지난해 자동차 운송선 매각 등 자구 노력으로 대부분의 부실을 털어낸 상태하고 회사측은 주장한다. 2천2백억원을 북한에 송금한 부분도 지난해 12월 말 회계상 손실 처리했다는 것이다. 현재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회사 형편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동성에 문제는 없다. 2천억원을 손실 처리해 부채비율이 지난해 3백%에서 3월 현재 4백18%로 높아졌지만, 해운업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부채 규모”라고 말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해운사인 MOL사도 지난해 부채비율이 무려 1천%가 넘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운사는 경기가 좋으면 배를 구입해 영업에 나서는데, 이때 이 비용이 우리나라 회계기준에서는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해운사가 다른 제조업체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것 처럼 보인다”며 “부채가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영업이익 규모를 보고 회사의 재무상태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도 주주들에게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운임이 크게 오르고 있어 월별 경영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 의혹이 해소되면 하반기쯤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소액주주들의 소송 등 당장 직격탄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번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소액주주 운동 대상기업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