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무역분쟁 증가
| 한국 상품의 수입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 동향을 모니터링해 피소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 지난 2002년 한국경제는 6.3%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반기 이후 크게 증가한 수출이 효자 역할을 한 덕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이후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 수출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이는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우리 상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3년에는 세계적으로 무역규제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 또한 우리 경제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빠진 경기 탓에 세계적으로 자국의 산업과 기업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4월15일 승리를 선언함으로써 마침내 전쟁은 끝났다. 종전과 함께 온 희소식은 그 동안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여겨졌던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두바이유(油) 기준으로 배럴당 40달러를 육박하던 유가는 23달러 수준에서 안정을 되찾았다. 국제유가의 안정은 세계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생산비용이 감소됨으로써 생산활동이 늘고 물가는 하락해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는다. 하지만 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001년 이래 부진했던 세계경제는 전쟁의 영향으로 소비자와 기업들의 경제심리 위축을 초래했고 경기침체 상황은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경제회복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같은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0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하향 조정해 발표했다. 세계경제는 당초 3.3%의 성장이 예상됐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0.4%포인트 낮은 2.9%로 수정한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전망 또한 낮춰졌고 세계교역 증가율은 6.1%에서 4.3%로 낮아질 전망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국상품의 수입규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 상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2000년의 1백9건 이후 매년 10건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지난해에는 총 1백42건에 달했다고 한다. 피규제 건수로 보면 중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이다. 수입규제 내용별로 보면 반덤핑이 1백7건, 반덤핑과 상계관세가 9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가 25건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은 하이닉스 반도체에 57.37%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EU 또한 하이닉스 반도체에 33%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하이닉스는 전체 D램 수출의 30%에 해당하는 17.7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따라서 상계관세가 부과되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상품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산업에 피해가 예상될 경우 수입국에서 수입을 긴급히 제한하는 조치다. 지난해 3월 미국은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으며, EU와 중국도 이를 뒤따라 실시함으로써 이들 지역으로의 철강제품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미국으로의 철강제품 수출은 2001년 11억6천만 달러였던 것이 2002년에는 세이프가드의 발동으로 21.2%나 감소한 9억1천만 달러에 그쳤다. 반덤핑은 정상가격 이하로 수출함에 따라 발생하는 규제조치로, 한국상품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래 총 1백45건의 반덤핑 혐의로 제소됐고, 그 중 1백건의 규제를 받았다.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상품의 수입규제가 증가하는 가운데 우려되는 것은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달하는 5천7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과 감세정책 등으로 확대되는 재정적자와 함께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은 한 미국의 무역규제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올해 1분기 수출의 17%를 차지하는 우리의 제2 수출시장이다. 2001년 말 WTO에 가입한 중국은 각종 수입장벽을 완화 혹은 철폐함에 따라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반덤핑과 세이프가드 등 WTO에서 허용된 수입규제 수단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제1수입규제 대상국으로 올해 1월 현재 16건이 조사 및 규제 중에 있다. 그 동안 규제품목이 철강·석유화학·제지 등 전통산업에 편중됐지만, 올해부터는 광섬유·휴대폰 등 IT분야로 확대될 조짐을 보여 최근 확대되는 대(對)중국 IT수출에 지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러한 우리 상품의 수입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전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주요 품목과 규제 품목에 대한 수출 동향을 수시로 모니터링함으로써 피소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수출품목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수입규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의 대상이 석유화학제품·고무·철강 등 생산재나 중간재 품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사후 조처도 중요하다. 규제대상 기업은 상대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부당한 수입규제에 대해서는 WTO에 제소하는 등 수출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2003년은 세계적으로 무역규제에 따른 분쟁이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나 수출하는 기업은 무역상대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수출산업의 고도화와 고부가가치화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함으로써 향후 우리 상품에 대한 무역규제를 피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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