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내수 침체 2분기에도 이어진다

내수 침체 2분기에도 이어진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의 경제심리를 크게 제약한 것은 이라크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었다. 이라크전은 개전 26일만에 미국이 바그다드를 점령함으로써 조기에 종결돼 국제유가의 하락과 무역수지 개선 등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서 외부의 불확실성은 해소됐고, 그에 따라 대외부문의 경제환경 역시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부의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라크전 이후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나타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의 세계적 확산과 국내의 사스 추정환자 발생, 그리고 지난해부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도를 고조시킨 북핵 문제는 아직 그 구체적 해결방안 없이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우리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백4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가계부채와 가계대출 연체율의 증가,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 문제, 부동산시장의 과열 등이 그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는 수출입의 차질은 물론 조업단축과 중단, 대외신인도의 추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 등을 초래해 경기침체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말았다. 이같은 경제적 불안요인들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면서 실물경기를 빠르게 냉각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이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의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올 들어 3월까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전쟁이 종료된 4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 이하여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역시 감소세다. 지난 2월과 3월의 도소매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1.8%,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 또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특히 백화점 매출 감소폭은 매달 증가해 소비심리와 소비의 위축세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했던 서비스업이 3월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같은 감소는 서비스업 생산활동을 조사한 1999년 1월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경기가 부진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지난 1월 이래 4월까지 기준치 100을 훨씬 밑돌고 있어 제조업부문 경기 역시 위축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5월의 제조업 경기전망 BSI는 지난 4월보다 개선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기준치 이하여서 향후 경기전망 또한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해 1분기의 소비·투자 등 내수는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2분기 중에도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내수경기의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출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홍콩·동남아의 사스 확산에 따른 수출 피해가 5월부터 가시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우리 상품에 대한 수입규제와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에 따른 수출입 차질, 또 이로 인한 대외적 신인도 하락 등이 수출의 향후 전망을 어렵게 한다. 경기침체가 가속화되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재정의 상반기 조기집행, 추경예산 마련 등 확대 재정정책과 콜금리 인하라는 유동성 확대 정책을 병행해 경기 부양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 지출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비·건설투자의 확대, 그리고 이자율 인하로 가계·기업의 금융부담 경감과 이로 인한 소비·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침체가 북핵 문제·가계부채·부동산 경기 과열·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등 경제외적 불안요인과 경제적 불안요인의 누적에 따른 것으로, 이들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우선적으로 경제적 불안요인의 해결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것이 당면한 경기침체 상황을 더 빠르게 탈출하는 방법인 동시에 잠재성장률을 제고시키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성장잠재력의 제고에는 고도의 인적자본, 첨단기술력의 확보와 더불어 모든 경제요소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불확실성이 최소화되는 경제환경, 즉 올바른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

실시간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