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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협상은 깨는 게 상책

준비 안 된 협상은 깨는 게 상책

노동자의 신분이 아닌 화물차주들과 협상을 한다는것이 원칙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폭 양보해서 협상을 타결한 데 대해 협상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 파업 사태로 회사 측은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됐다. 회사 측이 원칙에 입각한 타결 방안을 내세우며 노조 측 요구를 수용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분신자살로 두산중공업 파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는 협상 중재를 자임하고 나섰다. 중재에 따른 협상 타결의 결과는 노·사 갈등 ‘봉합’이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던 회사가 양보하고 노조원들에 대한 고소 취하가 이뤄지면서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자 물류 대란이 일어났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자 정부는 화물연대와 협상을 시작했다. 처음 정부 측의 원칙을 외치는 협상 태도를 봤을 때는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되면서 의외로 쉽게 타결됐다. 노동자의 신분이 아닌 화물차주들과 협상을 한다는 것이 원칙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의 여러 요구에 대폭 양보를 해서 타결을 이끌어 낸 것이다. 교육부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NEIS(교육정보화) 실시 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대립했다. 전교조가 파업을 무기로 정부를 위협하자 정부는 전교조와 협상을 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전교조의 의견을 대폭적으로 수용하는 선에서 타결을 이끌어 냈다.

양보 않는 게 더 좋은 해결 방안 될 수도 최근 국내에서 타결된 협상 내용이다. 세 건 모두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과 경제적 비용 발생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정부의 개입으로 빠른 시일 내에 타결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협상 타결을 놓고 대부분 협상 전문가들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차라리 하지 않으니만 못한 타결을 한 것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왜 협상 전문가들은 이런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원칙을 버리고 물리력을 앞세운 집단의 요구에 대폭 양보해 타결을 이끌어 낸 것은 결렬만도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양보를 주고받는 협상만이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때로는 협상하지 않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협상을 잘 하는 CEO(최고경영자)는 언제 양보를 요구해야 하는지, 또 언제 양보를 해야 하는지 등 ‘협상의 시기’를 알고 있다. 동시에 융통성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협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세울 줄도 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며 양보하지 않는 게 더 좋은 문제 해결 방법이 될까? 때로 우리는 상대방으로부터 탈법 혹은 위법을 해야 하는 양보 요구를 받는다. 이런 요구를 받았을 때는 언제나 자신의 주장을 절대로 굽히지 말아야 한다.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된 다음에는 언제나 위법 혹은 탈법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대가’는 협상을 통해 얻은 것을 한꺼번에 모두 날려 보낼 수도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협상을 타결하고,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나 할 일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가족·경제력 등 한 건의 협상 타결을 위해 모든 것을 걸기에는 ‘내가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위법을 요구할 경우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 비즈니스 협상의 기술 중 상대방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하는 ‘윈-윈(win-win)’전략을 최고로 꼽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고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나아가 생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윈-윈 협상의 모습은 나 혼자만 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이해와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때에 따라 상대방과 거래를 하면 할수록 장기적으로 내가 잃어버리는 것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과는 차라리 거래를 단절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상대 원하는대로 협상할 의무 없어 협상 성공을 위한 가장 큰 ‘기본’은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얼마나 제대로 준비했는가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얻을 것을 얻어내고 양보할 것을 양보하며 제대로 된 협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로부터 협상 요구를 받을 때가 있다. 이 때는 협상을 하지 말고 판을 깨버리는 게 상책이다. 상대방의 요구에 맞춰서 상대방이 원하는 시간에 협상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상대방이 협상을 하자고 요구해 왔을 때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은 협상을 위해 무엇인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틀림없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협상 요구를 받은 내가 상대방과 똑같이 협상을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없다.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마주 앉아 협상을 한다면 결과는 두 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나는 준비된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준비 부족 때문에 윈-윈보다는 폐쇄적 방법으로 협상이 진행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감정적 대립이 생길 수도 있다. 시간이 없거나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협상 테이블에 앉지말라. 협상을 시작도 하지 말라. 준비가 됐을 때 다시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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